文 대통령, AI 대책 보고 받고 "의례적" 질책...AI 종식까지 비상체제 유지

[한국농어촌방송=권희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대책을 위한 근원적 해결 방안 수립을 지시한 가운데 AI 악순환을 끊기 위한 외국의 대응 체계는 국내와 어떻게 상반되는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정부는 앞서 위기 경보 단계를 현행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위기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구분된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 이하 농식품부)가 이날 집계한 AI 발생 현황에 따르면 0시 기준 AI 발생농가는 의심신고를 포함해 전북 익산, 군산, 전주, 임실, 부산 기장 등 31건으로 증가했다.

고병원성 AI H5N8형으로 확진된 곳은 제주 3개 농가, 전북 군산·익산, 경기 파주, 부산 기장, 경남 양산, 울산 3개 농가 등 11곳이다.

살처분 가금류는 예방적 살처분을 포함해 142개 농가 18만2000마리에 달했으며 닭 18만마리, 오리 1000마리, 기타 1000마리로 집계됐다.

정부는 앞서 위기 경보 단계를 현행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위기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구분된다.

AI 위기 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전국 시·도(시·군)는 AI 방역대책본부 및 상황실을 가동하고, 발생 시·도 및 연접한 시·도 주요 도로에 통제 초소를 운영한다. 또 전국 축사농가 모임 자제(발생 시·도는 모임 금지) 조치 등도 시행된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대책에 대해 질책하며, 근원적인 해결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제공=청와대

지난 8일 오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AI 대책을 보고받고 "의례적"이라고 질책하며 근원적인 해결 방안을 수립할 것을 지시했다.

"바이러스 변종 토착화가 의심되는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기존의 관성적 문제해결 방식에서 벗어나 근원적 해결방안을 마련하라"는 주문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강조했듯이 AI 종식 때까지 국무총리를 컨트롤타워로 비상체제를 유지하라는 점을 재차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농식품부는 기존 AI 방역 대책에 대한 전면 수정을 포함해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했다.

지난 4월 정부 합동으로 마련한 종합 대책은 ▲AI 발생 즉시 위기경보 '심각'단계로 상향 ▲군·준비인력 투입 24시간내 살처분 완료 ▲소규모 농가에 대한 지자체장의 수매·도태 권한 부여 ▲시·도지사에 일시이동중지명령 권한 부여 ▲시·군별 최초신고 농가 평가액 100%지급 ▲5년이내 3회 발생 농가 축산업 허가 취소 ▲AI백신접종 타당성 여부 6월내 결론 등이다.

이 중 농가에 대한 규제 부분 대책은 법개정 상황인 만큼 현재 국회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AI 발생을 두고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상반되는 외국의 대응체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살처분 모범 사례로 꼽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발생 농장에만 살처분을 실시하고, 그 외 역학농장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실시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의 AI 대응은 사육 환경과 별개로 한국과 비교해 방역인력이나 조직, 사육환경과 예방조치 등 모든 영역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지난 1월 농식품부 산하 'AI 방역 제도개선 지원 태스크포스(TF)'가 일본 현장을 방문 조사한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소비안정국 동물방역과, 동물 검역소, 동물위생연구소, 동물의약품검사소 등 중앙정부의 방역 관련 담당 인력이 900명을 웃돈다.

반면 한국은 농식품부 축산국 내 방역총괄과 및 방역관리과, 검역본부 등 446명에 그쳤다.

지자체 방역인력 역시 일본의 경우 1개 현 당 44명으로 수의사만 2천여 명이다. 한국의 두 배에 달했으나 국내 지자체에는 방역 업무를 총괄할 수의사가 전무했다.

AI 발생 시 대응 방식에도 현격히 차이가 있었다.

일본은 총리를 본부장으로 내각 AI 대응본부와 농림수산성 방역대응본부, 발생 도도부현별로 대책본부를 설치해 운영한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해 11월 28일 AI가 발생하자 2시간 만에 아베 총리가 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하고 진두지휘한 바 있다.

한국은 농가 최초 신고 이후 26일이 지나서야 범정부 차원의 AI 관계장관회의가 첫 소집된 전례가 있다.

한편 AI 재발 사태를 두고 시민단체는 동물복지를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방역 정책에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 임순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규모 농장의 조류독감 백신 의무 접종과 링백신 방역 정책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카라는 "상당히 전향적인 정책들이 마련되긴 했지만 정부가 AI·구제역 방역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제시한 6대 분야 16개 주요과제 53개 세부 과제 중에 '동물복지'는 완전히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복지농장이 일반화되고 공장식 축산이 폐기되기 전까지 현 상황에서 조류독감 사태를 진정시키고 최소한의 동물복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백신 정책이 재검토 돼야 한다"면서 "5만 마리 이상 사육 산란계 농장은 방역관리자의 책임 하에 전수 조류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조류독감 발생시 방역대 설정하여 링백신 정책을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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