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방송=김세곤 칼럼니스트] 성삼문 등을 처형한 다음 날인 6월9일에 우의정 이사철이 백관을 거느리고 전문(箋文)을 올려 역신(逆臣)을 주륙(誅戮)한 것을 하례하였다.

"신하는 임금을 배반하려는 마음이 없어야 하며 두 마음을 품은 자는 반드시 주륙하게 되는 법입니다. 대의(大義)가 그러한 까닭에 역모는 용서 못하는 것입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전하께서는 천년의 운수를 타고나고 덕은 백왕(百王)의 으뜸이십니다. 천토(天討)의 위세를 딛고 일어나 공손히 행하고 신무(神武)의 측량할 수 없는 천품을 타고나 더욱 귀신과 사람의 소망을 위로하고, 영구히 종묘와 사직의 안정을 굳혔습니다. 신 등은 모두 용렬한 자질로 성대한 공렬(功烈)을 얻어 보게 되었으므로, 대궐 뜰에 줄지어 서서 칠덕의 노래를 부르고 성상의 만년의 수(壽)를 빕니다.”

이에 세조는 사면령을 중외(中外)에 반포하였다. 1)

"지난번에 안평대군이 역모할 때 흉포한 도당이 진실로 많았지만, 내가 차마 모조리 처벌하지 못하고 그 괴수만을 죽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불문에 부쳤는데, 남은 도당들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았다.

근자에 또 여당(餘黨) 이개가 흉악한 마음을 품고 감정을 풀고자 하여 난을 일으킬 것을 주장하고, 그의 도당인 성삼문·박팽년·하위지·유성원·박중림·김문기·심신·박기년·허조·박대년이 같은 악당으로 서로 선동하여, 장신(將臣)인 성승·유응부·박쟁·송석동·최득지·최치지·이유기·이의영·성삼고 등과 비밀히 결탁하여 우익(羽翼)을 삼고, 권자신·윤영손·조청로·황선보·최사우·이호·권저와 연결하여 몰래 궁금(宮禁)에 연통하고, 안팎에서 서로 호응하여 날짜를 정해 거사(擧事)하여 어린 임금을 옹립하여 국정을 제 마음대로 하려고 흉포한 모략과 간악한 계략을 꾸며 그 죄역(罪逆)이 하늘을 뒤덮었다. 다행히 천지신명과 종묘사직의 도움을 받아 대악(大惡)이 스스로 드러나 모두 그 죄를 받았다. 2)

죄인을 잡아 하늘이 벌을 주었으니, 마땅히 관대한 은혜를 펴서 신민(臣民)과 경사를 함께 한다. 이제 6월 초9일 새벽 이전에 모반대역 자손으로서 조부모와 부모를 죽이려고 도모하거나 구타 또는 욕설을 한 자, 처첩으로서 남편을 모살한 자, 노비로서 주인을 모살한 자, 강도·절도를 범한 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용서하여 죄를 면제한다.

아! 포악한 자를 죽이고 간악한 자를 제거하는 것은 나라의 떳떳한 법을 실행하는 것이요, 허물과 죄를 용서하는 것은 일시동인(一視同仁)의 깊은 은혜를 기리는 것이다."

한편 6월18일에 세조는 심신· 박기년 · 이정상 · 이지영 · 아지 등 모반과 관련된 자들을 사정전에서 심문하고 즉시 거열형(車裂刑)에 처했다. 이때 세조는 백관들을 군기감 앞길에 모아서 빙 둘러서게 한 다음, 거열하여 두루 보이고 사흘 동안 저자에 효수(梟首)했다.

6월21일에는 최치지·최득지·권저·최사우·박대년·박인년·봉여해·이의영·김감·김선지·이호·이유기·성삼성·성삼고·정관·장귀남·이말생 등 17명을 역모죄로 군기감 앞에서 거열하고 3일간 효수했다. 3)

사진=사육신 공원 안내도
사진=사육신 공원 입구

1) 1498년 무오사화 때도 이랬다. 연산군은 김일손 등을 벤 것을 종묘사직에 알리고 중외에 사면령을 반포했다. (연산군일기 1498년 7월27일)

2) 그런데 세조와 그의 대신들은 단종 복위거사에 참여한 성삼문등을 파렴치범으로 몰았다. 성삼문은 성격이 출세에 조급하여 스스로 중시(重試)에 장원하여 이름은 남의 앞에 있으나 오래도록 제학(提學)과 참의(參議)에 머물러 있어서 역모했다고 적었고, 박팽년은 사위 이전(李瑔 1434 ~ 1457)의 연고로 항상 화가 미칠까 두려워하였으며, 하위지는 일찍이 세조에게 견책을 받았으므로 원한을 품었고, 이개와 유성원은 품계가 낮은 것에 불평불만을 품었다고 적었다. (세조실록 1456년 6월8일)

박팽년의 사위 영풍군 이전은 혜빈 양씨 소생으로 세종의 8남이다. 그는 1455년 (세조 1)에 금성대군 이유(1426∼1457) 등과 반란을 모의하였다하여 예안(禮安)으로 유배되어 1457년에 죽었다.

3) 박기년, 박대년과 박인년은 박팽년의 동생이고, 봉여해는 박중림의 사위이자 박팽년의 매제이다. 봉여해는 사옹원(司饔院) 별좌(別坐)로 단종복위 거사장소에 칼을 차고 들어가려 했다. (세조실록 1456년 6월18일)

전남 장성군 삼서면 만곡사(萬谷祠)에는 봉여해와 박팽년을 모신 사당이 있다. 한편 성삼성과 성삼고는 성삼문의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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