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적립 잔여 마일리지 약 30%, 올해 지나면 자동소멸...항공 마일리지 현금자산과 동일하게 인정해야

[한국농어촌방송=노하빈 기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항공사들의 제휴사를 통한 마일리지 판매처 현황과 소진처 현황를 조사한 결과, 항공마일리지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며 소진처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마일리지 판매만 혈안인 항공사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카드사를 비롯해 은행 등 각종 제휴사를 중심으로 항공 마일리지를 판매하는 마일리지 마케팅은 여전히 성행 중이다.

국내외 주요 은행 및 카드사와 제휴하여 카드 사용과 환전, 외화 송금 시 액수에 따라 마일리지를 판매한다. 즉, 제휴 은행을 통해 500달러 이상을 환전하거나 송금을 할 경우 2~10달러당 1~3마일 정도를 적립해 주고, 신용카드의 경우 1,000~1,500원을 사용 할 경우 0.8마일에서 최대 5마일까지 마일리지를 적립해 준다. 물론 이러한 적립 비용은 은행이나 카드사가 항공사에 지불한다.

항공사의 마일리지 판매는 비단 금융업종 만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OK캐시백, 롯데멤버스, S-oil, 한진관광, 사이버스카이샵, 한진택배, 현대백화점 등 마일리지를 파는 거래처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이외에도 KAL호텔(제주/서귀포), 롯데호텔, 신라호텔 등과 같은 국내호텔은 물론이고 호텔스 닷컴, 아코르 호텔, 인터콘티넬탈 호텔그룹, 메리어트 호텔 등 해외호텔과도 제휴를 통해 항공 마일리지를 판매하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항공 마일리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나올 때마다 항공 마일리지는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항공사는 마일리지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실제 항공사의 주 수입원 중 하나가 마일리지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 2008년 적립 잔여 마일리지 약 30%, 올해 지나면 자동소멸

2008년 7월과 10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일방적인 약관 개정을 통해 항공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했다. 2008년 이전에 적립된 마일리지는 유효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2008년에 개정된 약관에 근거해서 대한항공의 경우 2008년 7월 이후 적립된 마일리지를,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2008년 1월 이후 적립한 마일리지부터 10년 유효기간이 적용된다.

2008년도부터 유효기간을 정한 이유는 국제회계기준의 도입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회계기준은 적립된 마일리지를 항공권 판매시점에 수익을 인식하고 예상비용을 추정, 충당부채로 인식한 반면, 2010년 1월1일 도입된 국제회계기준은 항공권 판매대가 중 마일리지의 공정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사용시점, 또는 유효기간 종료까지 이연했다가 수익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두 항공사의 부채는 2~3배 가까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기준은 고객에게 적립포인트를 제공하는 모든 회사에 똑같이 적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마일리지가 자동소멸 된다면 그 몫은 고스란히 항공사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한마디로 자신들 부채를 덜자고 소비자들의 자산인 마일리지를 소멸시키는 셈이다.

▲ 소진처 확대에 소극적, 자동소멸로 인한 부당이득이 마일리지 정책?

2018년 12월 31일까지 자동소멸 시기는 다가오는데 소비자는 마일리지를 쓸 곳이 없다.

소멸시기가 임박한 마일리지를 소비하기 위해 여행을 가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적립 마일리지를 이용한 항공권 구입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소진처가 충분한 것도 아니다. 항공권 구입 이외의 다른 소진처가 있다 하더라도 항공권 구입에 비해 그 가치는 몇 배로 떨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항공사 입장에서 마일리지는 일종의 부채다.

이연수익이라고 해서 적립된 마일리지 포인트는 항공권 구입 후 탑승을 통해 소진시키거나 유효기간이 종료될 때 수익으로 잡힌다. 항공마일리지를 사용 했거나 자동소멸이 되면 그 즉시 항공사의 수익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어떡하든 항공사는 적립마일리지를 털어야 한다. 일반 회사의 경우 결산일이 다가오면 소비자들이 자사의 상품을 구입하고 취득한 적립포인트를 사용 할 것을 적극 홍보한다. 이것과는 대조적으로 항공사의 마일리지 사용에 대한 홍보는 거의 없다. 다만 소비자 본인이 항공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확인 할 수 있을 뿐이다.

▲ 항공사의 일방적 후려치기, 차감방식도 천차만별

만약 소비자가 1만 마일의 마일리지를 가지고 있다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제휴사를 통한 마일리지 판매 가격(롯데 L포인트 카드 판매가 22원)으로 환산하면 22만 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마일리지를 차감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항공사의 적립마일리지를 가장 잘 쓰는 방법은 좌석승급이다. 좌석 승급시 1마일리지 가격은 40~60원의 가치를 가진다.

두 번째로 좋은 방법은 적립마일리지를 통한 항공권 구입이다. 1마일 당 약 20원 수준이다. 하지만 항공마일리지에 의한 좌석 승급은 물론 항공권 구입은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다. 마일리지를 통한 항공권의 경우 전체좌석의 5% 정도 확보해두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활용률은 1~3% 정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좌석 승급과 보너스 항공권을 제외하면 나머지 상품 구입에서 1마일은 10원이 채 되지 않는다. 가령 제주도에서 마일리지를 통해 렌터카를 빌린다면 대한항공의 경우 소형차 6,500마일, 중형차 8,000마일, 대형차 13,000마일을 차감해야 한다. 반면 제주지역 렌터카 회사에서 직접 빌릴 경우 소-중형은 25,000~30,000원이다.

소비자가 현지에서 25,000원에 빌릴 수 있는 렌트카를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렌트카에서 대여 할 경우 최소 8,000마일, 즉 176,000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계일사인 렌터카 회사에 176,000원을 지불한다. 마일리지 후려치기이자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라는 의혹이 이는 부분이다.

▲ 항공 마일리지 현금자산과 동일하게 인정해야

“마일리지 스캔들”이 있다. 2002년 독일 베를린시의 경제장관이 공직 수행 중 적립된 마일리지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장관직을 사임하고 정계은퇴까지 한 사건이다.

여기에 더해서 독일 하원 의장은 마일리지를 사적으로 사용한 의원들은 마일리지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현금으로 돌려 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 공직사회도 공직수행 중 적립된 마일리지는 사사로이 사용하지 않는다. 마일리지는 현금과 동일한 공적 자산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오직 항공사만이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항공마일리지가 소비자에게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제휴사를 이용한 항공마일리지 판매 때문이다. 항공사는 항공티켓을 판매하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신용카드사나 은행, 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과 제휴하여 마일리지를 유상으로 판매한다. 항공권 구입을 통한 마일리지 적립뿐만 아니라 호텔숙박, 카드사용, 은행송금, 주유, 온라인쇼핑몰 등 다양한 제휴사를 이용함으로써 항공사가 제휴사에 현금으로 판매 한 마일리지를 적립한다.

그러므로 소비자가 정당하게 취득한 항공마일리지의 사용을 항공사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권리의 심각한 침해다.

소비자들이 적립한 마일리지는 재산권 차원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항공권 구입 뿐 만 아니라 일반 상품 구입에도 사용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다양한 제휴사를 통해 항공마일리지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적립된 마일리지를 이용한 항공권 구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항공권 이외에 마일리지를 사용 할 수 있는 소진처가 거의 없다. 항공마일리지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계열사 호텔과 렌터카, 모형비행기나 인형구입 수준이다. 자회사거나 계열사로 일감몰아주기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제휴사를 이용한 마일리지 판매와는 사뭇 다른 영업 태도다.

▲ 개선 방향...소진처 확대하고, 소비자 권리 침해하는 차감방식 개선해야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각 항공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제휴사를 통한 마일리지 판매처 현황과 소진처 현황, 에어프랑스와 KLM 등 외국 항공사의 마일리지 소진처 현황 등을 조사해서 비교했다.

외국항공사의 마일리지 소진처는 매우 다양하다.

온-오프라인 면세점은 물론이고 호텔, 가전제품, 여행, 패션, 주류 등 전 세계 어디서든 적립된 항공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휴 회사만 해도 수 백 개가 넘는다. 항공권 구입이나 좌석 승급이 아니더라도 항공마일리지를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소진처 및 상품을 다양하게 구매 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일리지로 제품을 구입하거나 현금으로 지불해도 즉시 마일리지가 적립된다. 면세점을 통해서는 화장품류를 구매할 수 있으며 구매 품목은 TV, 악세사리, 패션, 보석류, 어린이 용품, 여행용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삼성이나 애플사의 스마트폰 등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호텔 이용의 경우 소비자가 적립한 마일리지로 호텔 바우처를 구입해서 세계 각국의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 마일리지를 소비할 수 있는 제휴사만 해도 수백 개에 달한다.

외국 항공사의 경우 전 세계 수백 개의 기업과 제휴하여 소비자가 마일리지를 사용 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 항공사와 항공마일리지 소진처를 비교했을 때 국내 항공사의 경우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항공마일리지를 사용 할 수 있는 신청 제휴기업이 없다는 궁색한 변명을 더 이상 하지 말고 이윤을 위한 판매처 다양화와 마찬가지로 소진처를 확대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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