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전문가칼럼
[RBS역사칼럼-길 위의 역사](19회)-공주 동학사 숙모전에서
  • 김세곤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12 16:52
  • 댓글 0

[한국농어촌방송=김세곤 칼럼니스트] 충남 공주시 반포면에 있는 계룡산 동학사를 다녀왔다. 동학사 옆에는 숙모전, 삼은각 · 동계사가 있다. 숙모전은 단종과 정순왕후 송씨, 김종서 등 삼상(三相), 안평대군 등 종실 그리고 김문기 등 3중신과 사육신 · 생육신 등 충의열사를 모신 곳이다. 1)

사진=동학사 숙모전 입구
사진=숙모전 안내판
사진=숙모전 전경

세조 2년(1456) 6월 단종 복위거사에 실패한 성삼문·박팽년 등 사육신이 처형당하자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은 시신 5구를 수습하여 노량진에 묻었다. 그리고 계룡산 동학사 옆에 초혼단을 만들고 사육신에 대한 초혼제를 지냈다.

1457년 9월2일에 왕세자 의경세자가 19세의 나이로 죽었다. 야사에 의하면 세조는 6월21일에 단종을 영월로 유배시키고 난 뒤에 꿈을 꾸었는데, 6월26일에 폐서인이 된 단종의 모친 현덕왕후 권씨(세조의 형수)가 나타나, 매우 분노하면서 “네가 죄 없는 내 자식을 죽였으니 나도 네 자식을 죽이겠다.”하였다고 한다. 이런 저주를 받아서 의경세자가 죽었다고 생각한 세조는 9월7일에 현덕왕후의 고명과 책보 · 장구 등을 묻어버렸다. 그리고 단종은 10월24일에 죽임을 당했다.

1457년 가을에 세조는 오대산과 속리산을 거쳐 동학사에 들렸다. 세조는 피를 많이 묻힌 임금이라서 불심(佛心)에 많이 의지하였다. 세조는 동학사 곁 삼은각과 육신단을 보고 여덟 폭 비단에 ‘병자원적(寃籍)’이란 네 글자를 쓰고 사육신 등 단종 복위 사건 관련 처형자 100여명의 이름을 차례로 적었다.

1458년 봄에 김시습은 1457년 10월 세상을 떠난 단종을 위해 초혼제를 주관했다. 이 제사에는 단종을 몰래 장사지낸 엄흥도가 단종이 입던 옷을 가지고 달려 왔고, 영천에 낙향한 조상치는 단종의 의관과 궤장을 가지고 왔다.

성삼문의 6촌 동생 성담수, 함안의 조려, 1453년 계유정난으로 죽은 우의정 정분의 아들 정지산, 전 병조판서 박계손, 전 참판 이축, 전 동지중추부사 송간, 전 교리 성희 및 승려 명선 · 월잠 · 운파도 모였다.

이들은 과일과 어물(魚物) 등을 갖추어 단종 제사를 지냈다. 축문은 조상치가 지었고, 김시습은 제문을 낭독하고서 오열했다.

한편 김시습 등이 동학사에서 초혼제를 지낸 것은 세조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었으리라. 이는 단종의 초혼제가 각 지역에서 다발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세조 정권이 단종의 초혼제가 거리에서 대규모로 일어나는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심경호 지음, 김시습 평전, p138)

세조 정권의 우려대로 1458년 여름에 도성에서는 단종을 위한 초혼제가 수시로 일어났다. 1458년 7월16일과 7월28일 세조실록에는 “사헌부에서 아뢰기를 ‘길거리의 무식한 무리들이 초혼을 한다고 핑계하고, 혹은 도성안의 길거리 혹은 냇가에서 떡과 과일을 베풀고 승도(僧徒)를 맞이하여 와서 죽은 혼(魂)을 소리쳐 부르니,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컨대 법령을 범(犯)하는 자가 있으면 중죄하소서’ 하니, 세조가 그대로 따랐다.”고 적혀 있다.

제사가 끝난 뒤 김시습 등은 각자 흩어졌다. 김시습은 관서로 떠났고, 엄흥도는 종적을 감추었다. 조상치는 영천으로 가면서 김시습에게 시를 지어 주었다.

새 울고 꽃 지고 봄이 저무는 때

무한한 충정을 풀잎에나 적어보네.

이별에 임하여 손 마주 잡고 말을 잊었네.

구름 따라 물 따라 동(東)으로 서(西)로 가야하기에.

정권이 권력으로 탄압을 할 수 있어도 임 향한 일편단심마저 빼앗을 수는 없다. 김시습과 엄흥도 그리고 조상치, 참으로 본받을 만하다.

1) 숙모전은 가운데 정전(正殿)에 단종과 정순왕후가 모셔져 있고 좌우에 동무(東廡)와 서무(西廡)가 있다. 동무(東廡)에는 안평대군, 금성대군, 등 종실과 김종서 · 황보인 정분 삼상, 김시습·남효온·이맹전·조여·원호·성담수 생육신과 엄흥도· 조상치 등 48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서무(西廡)에는 송현수(단종의 장인), 권자신(단종의 외삼촌), 정종(단종의 매형) 등 외척, 민신 ·김문기 등 3중신, 성승 · 박쟁 등 양운검, 박팽년 · 성삼문 ·이개 · 하위지 ·유성원 · 유응부 사육신 등 48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1904년(광무 8)에 동학사 초혼각은 숙모전이라 사액되었다. 사단법인숙모회는 단종 승하일인 음력 10월24일에 제향을 지낸다.

한편 삼은각(三隱閣)은 고려의 충신인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과 야은 길재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김세곤 칼럼니스트  segon53@hanmail.net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세곤 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