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돼지각막 이식 원숭이 3마리 면역억제제 없이 1년이상 생존 성공 국제 임상기준 충족...세계 유례없는 일로 인체 적용시험 가능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면역억제제 없이 돼지 각막을 사람에 이식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국내에서 개발된 이종(異種) 이식용 돼지의 각막을 이식받은 원숭이 3마리가 면역억제제 없이 1년 이상 생존하는데 성공해 국제임상기준을 충족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이종(異種) 간 각막이식 연구의 인체 적용시험이 가시화 되고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장기 이식용 돼지 각막을 이식받은 원숭이(사진에 보이는 오른쪽 눈)가 면역억제제 없이 1년이상 생존에 성공했다9사진=농진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국내 안구이식 대기자는 2,047명, 평균대기일은 2,371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기증자는 줄고 있어서 각막 손상 시각 장애 해결을 위한 각막 이식 대체재 개발이 절실한 가운데 얻어진 이 같은 연구 성과는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라승용)은 지난해 5월 이종 이식용 돼지 ‘믿음이’ 각막을 이식 받은 원숭이가 6월 27일 현재까지 일체의 면역억제제 투여 없이 1년 이상 정상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처럼 면역억제제 투여 없이 1년 이상 정상 기능을 유지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으로 인체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의하면 사람에 대한 이종 간 이식 임상시험은 안정성 확보를 위해 8마리에 이식해 5마리가 최소 6개월 이상 기능을 유지해야 하며, 이 중 1마리는 12개월간 이식 받은 각막이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앞서 이식한 2마리도 면역억제제 투여 없이 각각 202일과 234일 생존함으로써 6개월 이상 기능을 유지한 바 있어서 이번 이식을 포함해 현재 3마리가 기준을 충족한 셈이다.

이번 연구는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원장 양창범)과 건국대학교병원 윤익진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국립축산과학원이 2010년 개발한 장기 이식용 돼지 ‘믿음이’

원숭이에게 각막을 준 ‘믿음이’는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이 2010년 2010년 개발한 이종(異種) 이식용 돼지로 초급성과 급성 거부반응을 제어한 장기 이식용이다.

돼지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할 때는 영장류에는 없지만 돼지 장기표면에 존재하는 알파갈 물질에 의해 몇 초 또는 몇 분 안에 초급성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또, 알파갈이 제어됐다 해도 다른 물질에 의해 보체(단백질)가 활성화되면서 며칠 사이 급성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믿음이’는 이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알파갈 물질을 제거함과 동시에 보체 활성화를 억제할 수 있는 물질(MCP: Membrane Cofactor Protein.  초급성 및 급성 면역거부반응 억제 유전자, 보체활성화억제유전자)이 더 나오도록 조절한 돼지다.

연구팀이 진행한 수술 방법은 ‘부분층 각막 이식’으로 이상이 있는 부위만을 선택적으로 이식하는 기술이며 수술 후 회복 기간과 부작용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실제 사람에게 시행하는 방법이며 원승이 이식 수술 후에는 2개월간 안약만 넣었다.

이와 관련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는 “세 번째 도전 만에 면역억제제 없이 원숭이가 1년 이상 기능을 유지한 것은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고려해도 될 만큼 가치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같은 병원의 신기철 안과 교수는 “사람 간 이식에 사용하는 정도의 안약만으로 기능이 유지될 때 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이번 성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양창범 원장은 “국민의 의료 복지를 높이기 위해 그간 이종 이식 연구를 꾸준히 준비해왔다.”며,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추가 이식해 이종 이식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함으로써 임상시험이 가능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 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한 바이오 장기와 인체 질환 모델 동물 등 고부가가치 가축 개발에도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사진=농진청

한편, 서울대학교는 2015년 일반 돼지의 전층(각막의 전층인 상피층, 각막실질, 각막내피세포층을 이식하는 기술로 현재 대부분의 각막 이식) 각막에 강력한 면역억제제인 CD154 항체를 투여해 900일 이상 생존하는 성과를 냈고, 2017년에는 CD154 항체의 대체 면역억제제인 CD40 항체를 투여해 1년 이상 생존시킨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중국에서는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세포를 없애는 전 처리를 거친 일반 돼지의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고 있다. 2015년 세계 최초로 중국의 식품의약청에서 돼지에서 분리한 각막 Acornea(제품명)의 임상을 승인한 바 있다.

다만, 중국의 경우 공여 각막의 세포를 모두 없앤 후 각막 실질만을 이식하는 것으로 본 실험과 마찬가지로 부분층 각막 이식을 시행한 것인데, 공여 각막에 이종세포가 없기 때문에 이식 거부반응은 적을 것으로 기대되나, 세포 제거 과정에서 각막실질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등으로 인해 현재 다른 나라에서는 많이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과 일문일답> 국립축산과학원 오건봉 농업연구사
 
▲ 각막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왜 이식을 받아야 하는가?
= 각막은 사람의 눈 중 검은 동자 앞의 두께 500μm(약 0.5mm), 직경 12mm 정도인 투명한 막이다. 안구를 보호하고, 수정체와 함께 빛을 굴절시켜 망막에 초점이 맺히도록 한다. 다양한 원인으로 중심부 각막이 혼탁해 질 수 있는데, 이 때 시력이 떨어진다.

각막의 투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 각막 이식이다. 각막 이식은 현재 가장 많이 시행되는 동종 이식으로, 각막에는 혈관이 없고 눈 자체가 면역 기능을 억제하는 환경을 갖추고 있어서 성공률도 매우 높다.

그러나 기증 각막이 부족해 각막을 이식 받지 못해 실명된 채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이에 이종 이식과 인공 각막 등 동종 각막 이식을 대체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각막 이종 이식 세 번의 사례에서 6개월 이상 정상 기능을 유지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가이드라인(기준)으로 제시한 임상시험 적용이 가능한 6개월 이상의 생존 기간에 3번 모두 해당된다는 것이며, 추가 이식을 통해 더욱 안전하다는 입증이 필요하다.

▲임상 시도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인가?
= 심장과 같은 고형 장기는 60%가 3개월 이상 생존해야 임상 시험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세계 심장‧폐 이식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Heart and Lung Transplantation)에서 권고했다. 또, 췌도와 각막 같은 세포 와 조직의 경우 이식을 받은 원숭이 8마리 중 5마리에서 최소 6개월 이상 생존해야 한다. 이 중 각막은 5마리 가운데 1마리는 1년 이상 생존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 부합해야 임상 시험에 적용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다른 장기, 조직의 이종 이식 연구 진행 상황은 어떤가?
 = 심장은 2015년 미국에서 3개 유전자가 변형된 돼지를 이식해 원숭이가 945일 생존했다. 임상 시험이 곧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후 상황이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아직 원숭이의 심장을 돼지의 심장으로 대체 후 생존기간이 3개월에 이르지 못했다.

췌도 세포의 이식은 오츠카사에서 뉴질랜드의 리빙셀테크놀로지스(Living Cell Technologies)사에서 개발한 일반 돼지의 췌도 세포의 임상 시험을 뉴질랜드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진행 중이다. 중국도 이미 돼지의 췌도 세포를 환자에 임상 시험 중이다.

농촌진흥청은 각막 외에도 심장과 신장의 이종 이식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췌도의 이종 이식도 곧 진행할 예정이다.

▲이종 이식에서 면역억제제 사용의 의미는 무엇인가?
= 이종 이식을 하게 되면 매우 치명적인 거부 반응이 발생하게 되므로 이를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그런데 면역억제제의 역할이 면역 세포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병원균이 들어와도 면역 기능이 크게 약화해 이종 이식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감염으로 인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각막 수술에서 전층과 부분층 수술의 차이는 무엇인가?
= 각막은 상피층, 각막실질, 각막내피세포층으로 나누는데, 15년 전까지만 해도 이식을 위해서는 전층 각막 이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전층 각막이식은 이상이 있는 부위만이 아니라 전층을 이식함으로써 거부 반응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수술 후 회복 기간과 부작용 발생이 많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2000년대 이후 이상이 있는 부분만을 선택 이식하는 부분층 각막 이식 연구와 실행이 많이 진행됐다. 부분층 각막 이식은 각막내피층을 남겨두고 각막상피와 각막실질을 이식하는 앞부분층 각막 이식과 각막내피층만 이식하는 뒷부분층 각막 이식으로 나뉜다.

현재는 전체 각막 이식의 25%∼30%는 부분층 이식을 하며, 이상이 있는 부위만 이식하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이고, 거부 반응도 많이 줄일 수 있다. 회복도 빠른 편이며 합병증도 적다.

▲각막 이식받은 원숭이가 정상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 ‘이종 각막 이식 후 정상 기능 유지’라는 의미는 거부 반응 없이 각막의 투명성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동물의 시력을 측정할 수는 없으므로 동물 실험에서 시력을 논할 수는 없다. 다만, 무세포 돼지각막실질을 사람에게 이식한 중국의 논문에서 시력의 향상이 관찰됐다는 발표에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다.

즉, 형질전환돼지의 각막 이종 이식도 임상적으로 사용한다면 거부 반응과 다른 합병증으로 인한 각막 혼탁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면 시력 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막 이종 이식 수술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 최소 8마리의 원숭이에 각막을 이식해 좀 더 확실하게 안정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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