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노림수...국민 분노 직면 그룹 이미지 회복과 삼성그룹 1인자 공식 데뷔 기회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23일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참담한 심정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머리숙여 사죄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23일 오전 11시 서초동 삼상전자 사옥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국민에게 사죄하고 있다.(사진=이재관 기자)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삼성 오너일가로는 2008년 4월 22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특검 사태에 대한 사과문 발표 이후 7년여 만에 처음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소속으로 이 부회장이 직접 관여한다. 이 병원에는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장기 입원 중에 있다.

특히 철저한 보안 속에 자신의 47번째 생일날을 회견 일정으로 잡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다양한 분석과 평가들을 내놓고 있다.

삼성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심각해 더 이상 미룰 수도 이 부회장이 나서지 않을 수도 없었다는 상황 논리와 함께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삼성그룹 창사 이래 최대의 국민적 비난에 직면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책임지는 진정성 있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이를 계기로 삼성그룹의 사실상 1인자로서 국민 앞에 자연스럽게 데뷔하는 기회로 삼았다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의 오너일가가 직접 대국민 사과와 함께 대응책을 밝힌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 하면, 너무 시기가 늦었고 구체적인 조치들이 미진해서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내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다음은 이재용 부회장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특히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아직 치료 중이신 환자분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십니다. 환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환자 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관계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 하겠습니다.

저희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 참담한 심정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했던 음압 병실도 충분히 갖춰서 환자 분들께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이런 감염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예방 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말씀 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의료진은 벌써 한 달 이상 밤낮 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메르스로 큰 고통을 겪고 계신 환자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면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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