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영양소 정밀 조절로 3개월 빨리 출하, 1마리당 생산비 23만 원 낮춰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보통 한우 1마리를 키우는 데 31개월이나 걸린다. ‘2017년 축산물 생산비 통계’에 따르면 한우 비육우 마리당 총 수입이 780만 4676원이다. 사료비만 따져도 287만 원으로 소 값의 37% 수준이다.

축산 농가들은 사육 기간을 줄이고 싶어도, 혹시라도 육질‧육량 등급이 떨어지거나 고기 맛이 달라져 수익에 영향을 주게 될까 걱정돼 마지못해 이 같은 고비용 장기 비육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농촌진흥청(청장 라승용) 국립축산과학원은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고 한우고기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출하 기간을 앞당기고도 맛과 풍미, 육질과 육량을 유지하는 ‘한우 사육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8개월 사육한 한우고기 등심(왼쪽)과 기존 31개월 사육한 한우고기 등심(사진=농진청)

현재 한우 농가의 대부분은 마블링(근내지방)이 많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육기간이 매년 늘어나면서 현재 평균 31.1개월간 키우는 고비용 장기 사육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입 소고기와 품질을 차별화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생산비 중 사료비 비중이 매년 증가해 현재 미국산 소고기보다 1.7배나 높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소고기 자급률은 가격 경쟁과 수입 소고기의 관세 인하 등으로 2013년 50.1%에서 2017년 41%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농진청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사육 단계마다 영양소 함량을 정밀 조절하는 것으로, 비육 기간이 기존 31개월에서 28개월로 3개월 짧아졌다.

그간 개량된 한우의 생산 특성을 고려해 육성기(6∼14개월)와 비육기(15∼28개월)에 단백질과 에너지 함량을 조절해준다.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진이 이 기술로 키운 28개월 한우를 도축해 육량과 육질을 분석(도체중 446kg, 근내지방도 5.9)한 결과, 우리나라 평균 출하월령인 31.1개월 한우 성적(443.6kg, 5.8)과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자혀(액체를 분석하여 그 성분을 구분해 내는 전자장치로 맛 분석에 사용됨)와 맛 관련 물질 분석, 전문가 시식 평가에서도 28개월 한우는 단맛, 감칠맛, 풍미 면에서 31개월 한우와 차이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한우 1마리당 생산비를 23만 5,000원 정도 줄일 수 있다. 국내 거세한우 전체에 적용하면 한 해에 약 936억 원가량 생산비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2017 통계청 축산물생산비 기준)

또한, 생산비가 줄어들면 소비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한우고기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이 기술을 특허출원(특허출원명: 육질개선 및 단기비육용 사료 및 이를 이용한 한우의 비육방법, 출원번호: 제10-2018-0091249호)하고, 산업체와 생산자 단체에 이전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양창범 원장은 “한우고기 품질은 높이고 생산비는 낮추는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수입 소고기와 차별화한 한우고기 생산으로 자급률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 시장 확대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구진 일문일답>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이현정 농업연구관

▲한우는 그간 왜 오랜 기간 비육을 했나?

=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곡물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보다 소고기 생산비가 많이 든다. 또한, 한우는 다른 나라의 육우 품종보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근내지방(마블링)이 잘 침착(형성)되는 우수한 품종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한우고기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한우고기 품질고급화 연구가 2002년 진행되었고, 2004년 29개월령 프로그램이 한우 산업계에 보급되며, 비육 기간이 조금씩 늘게 되었다.

▲한우 사육 기간을 줄이면 수입 소고기와의 품질 차별화 전략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은 것인가?

= 이번 연구는 한우 개량과 사양기술 발달로 비육 기간을 다소 줄여도 수입 소고기와의 품질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서 시작했다.

연구진은 현장에서 5년간 사양 관리 기술을 지도하며, 한우 성장 단계에 맞춰 영양소를 조절하면 비육 기간을 줄여도 근내지방에 차이가 없고 체중도 줄지 않음을 확인했다.

이 영양 수준을 근거로 약 3년간 추가 연구를 진행한 결과, 육량과 육질은 차이가 없으며 사료비는 줄일 수 있음을 확인해 기술 보급에 나서게 됐다.

▲한편에서는 한우 비육 기간을 줄이면 맛이 싱거워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하는데?

= 이번 연구에서 가장 많이 고려한 부분은 한우고기의 맛이다. 저희 연구진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26개월부터 31개월 비육 소를 한 달 간격으로 도축하며 비육 기간별 맛 관련 지방산과 아미노산 함량을 비교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바가 있지만, 10년이 넘은 성적이라 이번에 다시 재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 사육기간이 대부분 31개월 정도인 것을 고려해 31개월 고기와 시험 사육한 28개월의 고기의 맛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했다.

맛 관련 대사물질의 정밀 비교를 위해 현재까지 알려진 최신 분석기법(NMR, LC/MS, GC/MS), 전자혀와 관능 평가를 실시해서 평가한 결과, 비육 기간을 3개월 줄여도 한우고기 맛에는 차이가 없다는 과학적인 결과를 얻게 되었다.    

 ▲새 비육 프로그램 적용했을 때 한우 건강에 무리는 없는가?

= 현재 개발한 28개월 비육 프로그램으로 한우를 사육하면서 2개월마다 혈액을 채취해 건강지표를 검사했다. 또한, 질병 발생을 면밀하게 관찰해 한우 건강에 영향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기술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는 등급제 개편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

= 한우 사육 농가가 이번 기술을 적용해 성장 및 비육 기간 동안 단백질과 에너지 함량을 잘 조절하면 비육 기간을 단축해도 육량과 육질에 차이가 없다.

즉, 이번 기술은 소고기 등급제 개편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기술이 될 것이며, 농가에서 비육 기간을 단축하는 데 자신감을 갖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기술이 수출 등 한우산업 전반에 미칠 효과는?

= 한우 비육 기간을 단축하면 마리당 23만 5천 원 정도의 생산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자급률 향상뿐 아니라, 품질면에서도 기존의 방식으로 생산한 소고기와 전혀 차이가 없기 때문에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생산자 입장에서는 생산비가 절감돼 수익이 증가하고, 한우의 회전율을 높일 수 있어 추가 이익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보급 계획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 기술 보급을 위해 지난 8월 천하제일사료, 단풍미인한우 등 일부 사료회사와 생산자 단체에 기술 이전을 실시했고, 관련 기술의 조기 확산을 위하여 전국한우협회 등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직접 사료를 만들어 쓰는 농가를 위해 ‘한우섬유질배합사료 배합전산프로그램’에 이번 기술을 담아서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앞으로 이번 기술 외에 어떤 기술을 개발‧보급할 계획인?

= 현재 한우는 등급에 의해 품질이 결정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하도록 품질 특성을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즉, 고유의 품질 특성을 가진 브랜드육이 자리를 잡게 되면 근내지방형, 근육형, 맛과 향, 연도(연한 정도)와 조직감, 건강성, 기능성 등이 강화된 한우고기를 소비자가 찾게 될 것으로 본다.

이에 생산비가 적게 들면서, 한우 고유의 품질을 유지하여 수입육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기반 연구를 꾸준하게 수행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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