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의 '해방풍' 100호로 등재, 재배 농가 20여 가구에 불과

[한국농어촌방송=정지혜기자] 우리나라가 슬로푸드(Slow Food)운동을 하는 약 160개 국가 중 11번째로 ‘맛의 방주(Ark of taste)’ 100호를 등록하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맛의 방주는 국제슬로푸드협회 산하 슬로푸드 생물다양성재단이 1996년부터 전통 먹거리 종자를 보호하고 종 다양성을 지켜나가고자 소멸 위기에 처한 음식문화유산을 찾아 목록을 만들고 이를 보전하는 프로젝트이다.

한국에서는 2013년 ‘제주 푸른콩장’, ‘앉은뱅이밀’, ‘연산 오계’ 등 8종의 등재를 시작으로 5년 만에 경북 울진의 ‘해방풍’이 100호로 등재됐다.

이번에 등재된 해방풍(갯방풍)은 항염증, 항산화, 항암 및 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당근 계열의 식물로 뿌리는 다른 약초와 탕약으로, 잎은 밥을 지을 때 넣거나 말려서 샐러드로 이용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해방풍이 재배되는 곳을 찾기 어려운데 울진군 봉산리에서 약 25가구가 바닷가 꼭대기의 작은 지역에서 재배하여 국내 소비 또는 현지 전통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맛의 방주 100호에 등재된 '해방풍'으로 조리된 음식(좌)과 제품(우) / 사진=한국슬로푸드문화원

 

맛의 방주를 100호 넘게 등록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총 11곳으로 미국·콜롬비아·페루·브라질·아르헨티나·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영국·인도 등이 있다.

이에 우리나라 슬로푸드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일각에서는 맛의 방주를 등재하는 속도보다 토종 종자와 음식의 멸종 속도가 더 빠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김종덕 회장

슬로푸드 한국협회 김종덕 회장은 “그동안 압축적 성장과 농업·어업 등의 위축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종이 사라졌고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며 “우리나라가 맛의 방주에 더 많은 품목을 등재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회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농부는 물론이고, 언론·지자체·조리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며 “언론은 맛의 방주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지자체는 지역의 사라질 위기에 직면한 종이나 음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조리사들은 맛의 방주에 등재된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맛의 방주 프로젝트는 2018년 10월 11일 기준 전 세계에서 멸종위기에 직면한 동물·식물·음식을 4,879개를 등재했으며 동물 품종·과일·채소·치즈 등과 같은 다양한 범주의 품목을 등재하여 고품질 음식을 찾아 보호하고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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