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의원 등 호남결집이 변수...이원집정부제 개헌론 급부상, 정계재편 점화 가능 성도...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의원총회에서 '사퇴 권고'라는 의견이 모아지자 즉각 국회 정론관을 찾아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공개 석상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마음을 푸시길 기대한다"고 90도 허리굽혀 사과했던 유승민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가장 유의할 점은 회견문 어디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부권 사태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었다. 박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있다는 분석이다.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했다.

나아가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포효했다.

자신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다음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했던 박 대통령과 친박 인사들이 '법과 원칙, 정의'는 물론 헌법 가치를 어기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자신의 그간 언행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을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유 원내대표는 향후 정치적 행보도 내비쳤다.

"지난 4월 국회연설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다"며 "그러나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 정치적 결별을 분명히 한 상태에서 자신만의 정치적 노선을 계속 펼쳐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러한 언급에 대해 일각에서는 여야가 계파 갈등과 노선 투쟁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과 연결시켜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의 비박계와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노계가 제3의 중도신당 창당 가능성을 점치며 정계재편의 태풍 발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정계재편의 마중물로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이 급부상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으며, 대통령의 절대권력으로 국회장악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국회의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그 해법으로 권력분산 개헌론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당위성을 들고 있다. 그러나 변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조기 레임덕과 국정 블랙홀이 될게 뻔한 개헌론 추진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 새로 선출된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야권 일각에서 광주 출신 3선이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박주선 의원은 지난 6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에 출연하여 “친노패권 청산이라는 본질을 회피하면서 변죽만 울리는 혁신안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비판하고 “혁신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새정치연합이 국민지지를 다시 회복할 수 없다면 대안정당, 대체정당을 만드는 건 당연한 정치인의 책무”라며 ‘비노연합 신당설’의 현실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박주선 의원은 수구보수와 좌파진보를 지양한 "따뜻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중도개혁신당의 탄생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길이라고 주장해오고 있다. 이러한 박주선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노세력은 이념적 스팩트럼은 물론 영호남 지역화합과 산업화세력+민주화세력 연합이라는 명분론도 우세해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박세력과의 교집합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3 중도신당의 출현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여기에는 지역과 이념을 볼모로 한 거대 양당정치의 극단적인 패권주의적인 폐해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심각하다는 상황인식에서 제3 중도신당 출현의 가능성을 더 높게 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박주선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의 호남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비노계 의원들의 세 결집이 어떤 수준에서 진행되느냐에 따라 제3중도신당의 가능성과 파과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9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직 당직자 출신들로 구성된 국민희망시대(상임대표 정진우 전 사무부총장)가 집단탈당을 결행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이 가시화 될 조짐이다. 현역 의원들의 연쇄탈당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르면서 새정치민주연합발 정계재편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납니다.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된 나날을 살아가시는 국민 여러분께 저희 새누리당이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저의 거취문제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저의 책임이 큽니다. 참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오늘 아침 여의도에 오는 길에 지난 16년간 매일 스스로에게 묻던 질문을 또 했습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 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저는 정치를 해 왔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입니다. 저의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주간 저희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습니다. 거듭 국민 여러분과 당원동지 여러분의 용서와 이해를 구합니다.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난 2월 당의 변화와 혁신그리고 총선 승리를 약속드리고 원내대표가 되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그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 했습니다. 지난 4월 국회 연설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제가 꿈꾸는 보수,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습니다. 저와 꿈을 같이 꾸고 뜻을 같이해 주신 국민들과 당원 동지들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이 감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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