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바이오 이종장기용 돼지 ‘믿음이’, ‘소망이’, ‘사랑이’ 발표

[한국농어촌방송=이경엽 기자]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도 이식할 수 있도록 하는 ‘이종(異種) 장기 이식’ 기술의 현실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바이오 이종장기용 돼지 '소망이' (사진=농진청)

농촌진흥청(청장 김경규)은 2019년 기해년(己亥 )을 맞아서 이종 장기용으로 개발한 돼지들을 공개했다.

바이오 이종장기는 이식용 장기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첨단 생명공학 기법으로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삽입한 돼지를 개발하고, 이들의 장기와 조직, 세포를 사람에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국립축산과학원에서 태어난 ‘지노(XENO)’는 돼지는 갖고 있지만, 사람은 없는 ‘알파갈’ 유전자 일부를 없앤 돼지다. ‘지노’라는 이름은 ‘이종’을 뜻하는 접두사인 ‘Xeno-’에서 따왔다.

원래 돼지 장기를 인간 등 영장류에 그냥 이식하면 몇 분 안에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하지만 ‘지노’는 면역거부반응의 원인 중 하나인 ‘알파갈’ 유전자를 제거했다.

현재는 ‘지노’ 한 마리에서 수백 마리의 후대가 태어났다. 현재는 그 후손 중 일부를 활용해 췌장섬 세포, 각막, 피부, 뼈 등을 영장류에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노’의 후손인 ‘믿음이’는 ‘지노’처럼 ‘알파갈’을 제거하고 사람 면역유전자인 특정 단백질(MCP)이 세포에서 발현되도록 유전자 2개를 조절했다.

덕분에 ‘믿음이’는 ‘지노’보다 향상된 이종이식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믿음이’의 장기와 조직을 이식받은 원숭이의 경우 심장은 60일, 각막은 400일 이상 기능을 유지했다.

‘믿음이’의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소망이’는 사람에게 있는 특정 효소(CD73) 유전자가 발현되는 돼지다. 이종이식 후 나타나는 혈액 응고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개발됐다. 현재 ‘믿음이’와의 교배로 유전자 3개가 조절된 돼지를 생산하는 데 활용 중이다.

‘사랑이’는 ‘지노’, ‘믿음이’, ‘소망이’의 유전자 편집 내용을 모두 지니고 있어서 초 급성초급성, 급성, 혈관성 면역거부 반응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

현재 ‘믿음이’와 ‘소망이’는 다 자라 후대를 생산했고, 그 후대 중에서 유전자 3개가 모두 들어간 돼지를 ‘사랑이’라고 이름 붙였다.

임기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 과장은 “앞으로 바이오 이종 장기용 돼지 개발의 목표인 임상 적용을 위해 기준에 부합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라며 “아울러 바이오·의료소재 분야 등 축산업의 다양한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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