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민선 회장 4명 줄줄이 수사 불명예...이명박정권 인사 사정 드라이브 확대 연장선 촉각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기자] 리솜리조트에 1천억원대 특혜성 대출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28일과 29일 리솜리조트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 5곳과 H건축사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31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함으로써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검찰이 농협 관련 업체들을 잇달아 압수수색 함으로써 특혜 대출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의 수사가 농협중앙회 비리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고 있어서 최원병(69) 농협중앙회장의 비리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검찰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 10년 동안 재무 부실로 자본잠식 상태였던 리솜리조트에 무려 1640여억원의 거액을 대출해주고 원금의 14%인 235억원밖에 회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안면도 오션캐슬과 덕산 스파캐슬 등을 운영하는 리솜리조트는 2010년부터 한 번도 영업 이익을 내지 못한 적자 기업인 만큼 농협은행의 대출 배경에 농협중앙회나 NH농협은행의 고위 관계자들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NH농협은행 이 모 전 여신심사단장이 2011년 리솜리조트에 대한 추가 대출을 반대하고 회사 내부 비리 의혹을 경영진에게 알렸다가 해고된 배경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정당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여신협의체를 거쳐 정상적으로 대출"

이러한 검찰 수사에 대해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분양시장 악화로 자본잠식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연체없이 정상적으로 거래된 업체”라며 “대출금 지원은 사업장별로 시설 신축에 지원된 것으로 최선순위 담보권이 설정돼 채권보전이 양호하고, 기업을 계속 운영해 대출금 회수를 유도하는 것이 은행과 기업이 상생하는 것이라 판단해 대출을 실행했다”고 말했다.

최원병 회장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농협법상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은행에 대출을 지시할 수 있는 위치나 지위가 아니다”라며 “대출은 정당한 절차와 규정에 의거 여신협의체를 거쳐 정상적으로 취급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에 따르면 압수수색을 한 서울 송파구에 있는 H건축사사무소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농협중앙회 건축 사업을 수주해 왔으며, 특히 이 건축사무소 실소유주인 J모(54)씨는 최 회장이 농협중앙회장으로 취임한 2007년 이후 농협 측 설계 용역 등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건축사무소는 하나로마트 등 농협중앙회가 관할하는 유통시설의 건축이나 리모델링, 감리 등의 사업을 진행한 업체로, 검찰은 H건축사무소가 농협이 발주하는 용역을 수주하게 된 경위와 비자금 조성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지를 조사 중이다.

민선 회장 4명 모두 줄줄이 수사 불명예...농협중앙회 위기 직면

1988년부터 민선으로 선출된 농협중앙회 1∼3대 회장은 모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이번 검찰 수사의 칼끝이 최원병(69) 농협중앙회장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만약에 검찰 수사로 최 회장의 연루 혐의가 확인될 경우 농협중앙회의 민선 회장 4명이 모두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되는 초유의 기록을 남기게 되는 불명예를 안고 농협 개혁이라는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협은 1988년 관치에서 벗어나 중앙회장을 조합장이 뽑기 시작한 이후 민선 1~3기 회장이 예외 없이 구속됐다.

민선 초대 회장인 한호선(88년 3월~94년 3월)씨는 농협 예산을 전용해 4억8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4억1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지난 1994년 구속됐다.

2대 회장인 원철희(94년 3월~99년 3월)씨도 6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3억원을 챙긴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정대근(99년 3월~2007년 11월) 3대 회장 또한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 매각과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

이명박 정권 인사 사정드라이브 연장선...정관계 로비 수사 확대 촉각

당초 대출을 받은 업체인 리솜리조트 신상수(58) 회장의 개인비리 수사로 보였던 이번 사건은 최 회장이 주요 인물로 떠오르면서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 인사에 대한 사정 드라이브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이 가진 힘과 권한이 막강하고 정권과도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아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인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로 확대될 지 여부도 주목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농협중앙회 최 회장이 수사 타겟으로 급부상한 것을 두고 이번 수사가 최 회장을 연결고리로 이명박 정권 주요 인사들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2007년 임기 4년의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선출된 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5년 후배로 전 정권 실세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포스코 수사를 시작한 이후 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민영진(57) KT&G 사장 등에 전 정권 관련 인사들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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