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Slow Food Korea)는 ‘조리하는 대한민국’ 선언문 선포식을 오늘(6일) 서울 안국동 상생상회에서 진행했다 / 사진=정지혜기자.

"조리하는 대한민국"선언문

조리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사람만이 갖는 속성이다, 조리는 음식에 알맞은 식품재료를 고르고 맛과 멋을 높이며 영양의 조화와 균형을 살리는 모든 과정을 뜻한다. 조리를 통해 이루어지는 영양의 균형은 생존과 건강 유지의 기틀이 되었고, 맛과 멋은 인간의 삶을 더욱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 왔다. 조리 기술은 인류 역사와 함께 진보하면서 친교와 협상의 자리를 빛내며 인류 역사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조리하지 않고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대를 맞이했다. 표준화와 대량 생산을 기반으로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이 발전하고, 가정 밖의 외식공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조리의 중요성이나 가치가 점점 잊혀지면서 조리를 배우려는 사람이 줄고, 심지어 조리를 할 줄 아는 사람조차 조리를 하지 않고 있으며, 지역과 가정마다 면면히 이어져왔던 개성 있고 소중한 조리법도 소멸되어 가고 있다.

조리하지 않는 식생활이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지명하다.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의 획일적이고 인공적인 맛에 빠져들게 하고, 패스트푸드를 위해 선택 된 몇몇 식품 재료 외의 재료와 품종은 사람들에게 잊혀지게 된다.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공급되는 글로벌푸드는 지역농업의 존재를 위협하며 대량생산에 선택되지 않은 품종은 지상에서 사라져 종의 멸절을 가속화한다. 글로벌푸드와 패스트푸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건강, 환경과 생태에 해를 주고, 지구 온난화 문제를 야기한다.

오늘날 밥상이 무너지고 농업이 위기인 것은 조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문맹을 확산시키는 거인 패스트푸드를 무너뜨리는 돌팔매는 바로 조리이다. 조리는 빼앗긴 음식 선택의 권리를 패스트푸드로부터 되찾아 음식다운 음식을 먹게 하고 지역 음식을 살리며 음식문화의 다양성을 회복해 준다. 조리의 시작은 농업이며 조리는 농업을 완성한다. 조리를 통한 “농업 없이 음식 없다”는 깨달음은 농업을 지키는 가장 큰 힘이다.

우리는 오늘 “조리하는 대한민국”을 선언한다. 우리의 생존과 풍요로운 음식문화를 지켜줄 가장 큰 희망인 조리하는 두 손을 찬양하기 위해, 남자든 여자든 어린이든 늙은이든 조리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를 위해, 조리를 통한 밥상 살림으로 농업을 지키기 위해, 생존기술인 조리교육을 학교의 필수교과과정에 넣어 미래 세대를 지키기 위해, 조리를 통한 다양성의 확보가 가져올 진정한 자유와 평등과 공존의 문화를 이땅에 정착시키기 위해

2019년 3월 6일

국제스로푸드 한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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