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출마해 현직 조합장 누르고 당선

욱하는 마음에 출마했는데 투표함 열어보니 당선 돼
개표도 보지 않고 잠적해, 당선 증 받는 것도 늦어져
친구들이 “장난처럼 선거 했는데 당선됐다.” 농담해
“농협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는데 재선이면 족하다”

이정실 삼천포 농협조합장은 처음 출마해 현직조합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한국농어촌방송/경남=황인태 대기자] 이정실 삼천포농협 조합장은 처음 출마해 당선되는 행운을 누렸다. 그런데 이 조합장의 경우는 특이하다. 꼭 당선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출마했는데 당선됐다는 것이다.

실제 이 조합장은 선거가 끝나고 개표가 진행될 때 자신은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아예 개표상황을 지켜보지 않았다고 한다. 개표상황을 보지 않고 마음을 추스르려 바닷가에 갔다. 바닷가에 갔다가 집에 오니 당선 증 받으러 가야하는데 당선자가 없어져 난리가 나 사람들이 찾으러 와 있더라는 것이다. 전화기도 집에 두고 잠적했던 것이다. 이 조합장이 잠적하는 바람에 사천시 선관위에서는 당선 증 교부가 늦어졌다. 허겁지겁 선관위에 당선 증 받으러 가니 동생이 대신 받고 있더라는 것이다.

이 조합장은 조합장 출마도 ‘욱’ 하는 마음에 했다고 한다. 당시 현직 조합장을 만나 소주한잔 하면서 “이제 그만하고 접어라”고 쓴 소리를 했다. 그런데 현직 조합장이 끝까지 그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나하고 씨름한판 합시다.”하고는 출마를 강행해 버렸다. 애초에 출마의 계획도 당선될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친구들이 “장난같이 선거했는데 당선됐다.”고들 말한다고 했다. 이 조합장은 실제로 그랬다고 한다. 자신은 조합이 이제 조합원들을 위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는 것을 호소하기 위해 출마를 한 것인데 당선까지 돼서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이제 집행부가 됐으니 성과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 그러나 평소 하던 대로 소통을 통해 여러 사람의 마음을 모으면 안 되는 일이 있겠냐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이 조합장은 임기 중에 삼천포 농협이 조합원들을 위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이 조합장은 신용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에서 경제사업 위주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특히 하나로마트의 활성화는 이 조합장이 꼭 실현해야 할 목표이다. 마트가 활성화 돼야 조합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 로컬푸드 직매장도 임기 중 열어야 할 과제이다. 조합원들 중 농사를 작게 짓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기구이기 때문이다. 직매장이 있으면 마음 놓고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것들이 조합이 꼭 해야 할 일들이라고 이 조합장은 강조했다.

이정실 조합장은 사천시 송포동에서 1957년에 태어났다. 이 조합장은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고 있다. 이 조합장은 30대에 취치 공장을 경영하긴 했지만 평생을 농사를 지었다. 농사를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흙이 좋고 과수들이 결실을 할 때는 그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젊어서는 4H운동도 열심히 했고 사천시 농민회 삼천포 지부장도 했다. 주로 농민회 활동을 열심히 했으며 삼천포 조합에는 90년대 초반에 들어와 평 조합원으로 지냈다. 대의원을 한 것을 빼고는 평생을 평 조합원으로 지내면서 조합이 평 조합원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을 역설했다. 조합이 직원들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수익사업체처럼 변해버렸다는 게 이 조합장의 주된 비판 요지이다. 자신은 농사꾼이기 때문에 조합장이 체질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조합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는데 재선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재선까지 해서 목표를 이루면 되지 더 이상 하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다고 했다.

다음은 이정실 조합장과의 인터뷰이다.

△이번이 처음 출마한 것인가.

-그렇다. 처음 출마해 당선됐다.

△몇 명이 출마했나.

-현직 조합장을 비롯해 모두 4명이 출마했다.

△그럼 현직 조합장을 누르고 당선된 건가.

-그렇다.

△대단하다. 득표율이 얼마였나.

-조합원이 2170명이었고 89%정도 투표에 참가했다. 그리고 제가 얻은 득표율이 43%정도 됐다. 현직 조합장도 40%를 넘는 득표를 해서 저와 비슷했다.

△신인이 조직과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현직 조합장을 이기기가 쉽지 않은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조합이 이대로는 안 된다.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했다고 보여 진다. 그런 조합원들의 마음이 저를 당선까지 만든 게 아닌가 생각된다.

△본인이 그런 흐름을 대변한다고 보나.

-저는 한 번도 조합의 직책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다. 대의원 한 게 전부이다. 완전히 평 조합원이다. 그랬기 때문에 평 조합원들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선거에서도 평 조합원들의 얘기를 많이 했다.

△선거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던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저는 당선된다고 생각해서 나온 게 아니다. 그냥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러 나왔던 것이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그런 심정으로 호소하는 게 제 선거운동 방식이었다. “장난처럼 했는데 당선됐다”는 말 들을 친구 들이 많이 한다. 이때 인터뷰에 배석했던 탁호용 상무와 박기중 팀장도 “당선될 거라고 생각지도 않고 열심히만 하셨는데 당선되셨다.”고 거들었다.

△실제로 본인이 당선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당선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선거 끝나고 개표할 때도 지켜보지 않았다.

△그럼 개표할 때 뭐했나.

-끝났다는 생각에 마음이 울적해 한적한 바닷가에 가서 쉬고 있었다. 한참을 쉬다가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부모님 묘소에 가서 인사드리고 집에 오니 사람들이 당선 증 받으러 가야된다며 찾으러 왔더라. 전화가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연락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당선 증은 받았나.

-저 때문에 사천선관위에서 당선증 교부시간을 늦췄다. 그런데도 나타나지 않으니 동생이라도 대신 받으라고 해서 동생이 대신 받고 있더라. 마침 그때 제가 도착해서 당선증은 받았다.

△이런 사례는 전국에서 유일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 그럴 것이다. 투표 끝나고 개표도 안본 사람은 제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선 당선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그랬다면 개표방송도 보지 않고 바닷가에 가서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겠나. 실제 당선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당선 생각도 않았으면서 출마는 어떻게 하게 됐나. 출마도 원래 계획에 없었던 일인가.

-그렇다. 출마도 원래 계획에 없었다. 저는 농사짓는 사람이고 그래서 조합이 농사짓는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이 있었다. 그래서 주로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고 다녔다. 삼천포 농협이 농사짓는 사람들보다 다른 일에 더 치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거전에도 현직 조합장을 만나서 소주한잔 하면서 “출마를 접어라. 새로운 사람이 조합을 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현직 조합장이 조합원들 보다는 다른일에 치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그만두라고 한 것이다.

△현직 조합장 하고는 그런 이야기를 할 사이인가.

-그렇다. 이번에 조합장을 두고 경쟁하긴 했지만 사실은 친한 사이이다. 그래서 그런 쓴 소리, 막소리도 할 수 있는 관계다. 그런데 조합장이 출마를 접지 않는다고 억지를 부리기에 “그럼 나하고 씨름 한판 합시다.”하고는 출마를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출마해서 당선까지 된 것인가.

-일이 그렇게 됐다.

△조합장이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직원들이 긴장하겠다.

-아마 그럴 것이다. 이때 인터뷰에 배석했던 박기중 팀장은 “직원들이 많이 긴장하고 있습니다.”하고 직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낙선한 친구 조합장하고는 화해했나.

-선거 끝나고 소주한잔 했다.

△선거후유증은 없을 것 같나.

-이제 전직 조합장이 된 친구와 저 사이는 그럴 일이 없다. 겉으로 보면 열심히 싸우는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친한 친구이다. 지독히도 싸우면서 친하기도 하니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이상한 사람들로 보기도 한다.

△그래도 선거 끝나면 고소 등으로 후유증이 있는데.

-저야 그럴 일이 없고 그 사람들도 저한테 그럴 일이 없을 거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다.

△조합장은 지금까지 조합에서는 일종의 야당이었는데 이제 집권을 한 것 아닌가. 밖에서 비판을 하고 있을 때와 집행부를 운영할 때는 다를 텐데.

-그래서 어깨가 무겁다. 투쟁할 때는 어쩌면 쉬운 일인데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하니 고민이 많이 된다. 그래도 자신 있다.

△자신 있는 이유가 뭔가.

-저는 소통을 잘한다. 소통을 잘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서 그 내용들을 결정하고 나서 일관되게 밀고 나가면 된다. 그래서 어려움은 있겠지만 잘 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 조합장이 보기에 삼천포 농협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일단 원론적으로 말해 농협은 농민, 조합원들을 위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삼천포 농협은 조합원들을 위하기보다는 사업위주로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신용사업 위주의 일을 많이 했다. 조합도 수익이 나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합인 이상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럼 신임 조합장은 앞으로 그런 부분에 더 노력할 것인가.

-그렇다. 저는 평생 농사를 지어온 사람이다. 그래서 농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안다. 삼천포 농협이 앞으로는 농민들이 필요한 일을 하는 그런 조합이 됐으면 한다. 제 임기중에는 이런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고쳐 나갈 것인가.

-하나로마트가 본청 지하에 있다. 이것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그래서 임기 중에 마트를 1층으로 옮기든지 아니면 다른 장소를 구하든지 해서 활성화를 시켜야 한다. 마트가 활성화 되면 농산물 생산자인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된다. 어려운 일이지만 한번 해 보려고 한다.

△또 다른 과제는.

-삼천포 농협에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없다.

△이웃 용현농협에도 있던데 삼천포 농협이 더 큰데도 없나.

-그렇다. 부끄러운 일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조합원들 중 농사를 작게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시스템이다. 직매장이 있으면 생산한 농산물들을 여기서 팔아서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조합원들이 직접 장에 가서 팔아야 한다. 그래서 임기 중에 로컬푸드 직매장도 설치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자. 고향이 어디인가.

-1957년 사천시 송포동에서 태어났다. 여기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여기서 살고 있다.

△평생 농사를 지었나.

-그렇다. 물론 30대 초반부터 10년 정도 쥐치공장을 겸하긴 했어도 평생 농사를 지었다.

△쥐치공장을 해서 재미를 좀 보았나.

-처음에는 재미를 보았는데 나중에 쥐치가 없어서 공장을 돌리지 못했다.

△쥐치가 왜 없었나.

-이유는 모르겠는데 쥐치가 잡히지 않았다. 저만 그런게 아니고 삼천포 전부가 다 그랬다. 그래서 쥐치산업이 사양화 됐다.

△농사는 주로 어떤 것을 하나.

-하우스도 하고 벼농사도 짓고 과수원도 하고 소도 키운다. 복합영농을 하고 있다.

△평생 농사를 지은데 대해 후회는 없나.

-저는 제 체질에 잘 맞는 것 같다. 흙이 좋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좋다. 시간에 안 쪼들리는 것도 좋고. 특히 과수농사는 결실하는 재미가 있다. 일할 때는 고돼도 그런 부분들이 제 적성에 맞았다.

△농사외에 한 일은 무엇인가.

-농민운동을 열심히 했다.

△주로 어떤 단체에서 했나.

-사천시 농민회 삼천포지부장을 했고 한농연 활동도 했다.

△강기갑 전 국회의원이 한 그런 활동들인가.

-그렇다. 강 의원이야 우리보다 한참 선배이다. 젊었을 때는 4H활동도 열심히 했다.

△이제 조합장이 됐는데 3번까지 할 수 있나.

-아니다. 여기는 비상근 조합장이어서 당선만 되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할 것인가.

-저는 체질상 그렇지는 못하다. 너무 오래하는 것은 적성에도 안 맞다.

△그럼 언제까지 할 것인가.

-평생, 직장이라는 것을 처음 가져봤다. 비판할 때는 쉬웠는데 정말 잘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 우선 4년은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마음먹은 대로 될지 걱정이지만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서 조합원이 지지해주면 재선까지는 해 볼 생각이다. 평소의 지론인 조합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는 데 재선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 되면 더 한다고 해도 내 능력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 재선 이상은 하지 않을 생각인가.

-그렇다. 재선 이상은 할 생각이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