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대리 신분으로 현직 조합장과 겨뤄 승리

현 조합장 장기집권 계획 막기 위해 선거에 출마
조합원들 소득증대 위해 산지경매장 활성화 할 것
브랜드 청학 활용해 도시민들에 청학조합 알릴 것

박한균 조합장은 이번 선거에서 대리의 신분으로 현직조합장과 맞붙어 승리했다.

[한국농어촌방송/경남=황인태 대기자] 박한균(50) 지리산청학농협 조합장은 처음 출마해 현직 조합장과 맞붙어 승리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예사롭지 않다.

지리산청학 조합은 현직 조합장이 3선까지만 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이 조항에 걸려 3선인 현직 조합장이 출마할 수 없게 돼 있었다. 그러자 선거를 앞두고 현직 조합장은 자신이 출마할 수 있도록 조합의 정관을 바꿔버렸다. 조합의 자산이 1500억 이상이면 비상근 조합장을 둘 수 있다는 농협법이 있다. 청학조합은 지금까지 상근 조합장이었다. 그런데 이번 임기부터 비상근으로 바꿔서 자신이 출마할 수 있도록 해 버린 것. 비상근 조합장은 임기의 제한이 없이 출마가 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 조합장의 장기집권을 막아내야 한다는 열망으로 똘똘 뭉친 일군의 조합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박 조합장에게 와서 “자네라면 현 조합장의 장기집권을 막아낼 수 있다”며 출마를 강권했다. 박 조합장도 언젠가는 조합장이 되는 게 꿈이었다. 그렇게 해서 박 조합장은 원래 자신의 인생 계획표 보다는 한참 앞당겨 조합장에 출마했다. 그리고는 모든 게 유리한 현 조합장을 누르고 신인으로 당선되는 이변을 만들어 냈다.

조합장의 장기집권을 막아내자는 열망으로 뭉쳤다고는 하나 선거는 현실이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선거라는 것은 인간적으로 힘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주저앉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길 수 있다는 전망도 들지 않았다. 그러나 조합원은 정의롭고 현명했다. 투표함을 열어보니 과반에 가까운 표로 이겼다. 현직 조합장과 10%포인트 차이가 나는 안정적인 승리였다.

박 조합장은 임기 중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 조합원들의 소득을 높이는 일이다. 임기 중 약 100억 원의 매출을 더 증대시키는 것이 박 조합장의 목표이다. 이를 위해 박 조합장은 산지경매장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대도시 중도매인들을 더 적극적으로 불러들여 산지경매의 양을 늘릴 생각이다. 이 계획만 잘 이루어져도 조합원들의 소득은 늘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 도시인들에게 인기 있는 품목의 재배도 늘려야 한다. 두릅, 엄나무, 다래 순 등 최근 들어 수요가 늘고 있는 품목들의 재배를 권유할 계획이다. 박 조합장은 생산은 조합원이 판매는 조합이라는 구호아래 조합원들에게 생산만 해 놓으면 조합이 어떻게 해서든 판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려고 하고 있다.

또 하나 박 조합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할 일은 마트와 경제사업장의 규모를 확대하는 일이다. 마침 부지도 확보돼 있는 상황이어서 건물만 신축하면 된다. 확보된 조합의 자금과 중앙회의 지원 자금을 합치면 건축은 가능할 전망이다. 임기 중 완공해서 조합원들에게 좀 더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생각이다.

박한균 조합장은 1969년 하동군 횡천면 구학마을에서 태어났다. 초중학교 까지는 횡천에서 다니다 고등학교는 하동고등학교로 유학을 했다. 그리고 대학은 과학기술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97년 공채시험을 쳐서 당시 횡천농협에 들어온 것이 농협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됐다. 고향의 농협에서 직원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조합장이 돼야 겠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박 조합장은 승진보다는 조합원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즐겨했다. 남들이 승진해서 상무, 전무가 될 때도 박 조합장은 그런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에 출마할 때 직책이 과장대리였다. 대리가 현직 조합장을 이긴 것이다.

박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농산물 판매의 달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영업에는 자신이 있다. 그래서 재선까지는 해서 청학농협의 규모도 키우고 조합원들의 소득도 늘려놓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음은 박한균 조합장과의 인터뷰이다.

▲지리산청학농협이란 이름이 생소하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이름이 생겼나.

-우리 조합이 지리산 청학동을 관내로 두고 있다. 청학동은 오래전부터 무릉도원으로 알려진 이름이다. 그래서 청학농협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

▲언제부터 썼나.

-1999년에 하동군 횡천면에 소재한 횡천농협과 청암면에 있었던 청암농협이 합병을 했다. 이후 2013년 횡천농협에서 지리산청학농협으로 쓰게됐다.

▲횡천농협이란 이름보다는 좋은 느낌을 준다.

-이름 덕을 좀 보는 편이다. 우리 관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들을 청학농협 이름으로 판매하는데 인기가 좋다. 그런 점에서 이름이 괜찮은 것 같다.

▲박 조합장은 이번이 초선인가.

-그렇다. 이번에 처음 출마해 당선됐다.

▲상대가 누구였나.

-현직 조합장이었다.

▲그럼 현직 조합장을 상대로 해서 이긴 것인가.

-그렇다.

▲현직을 상대로 해서 이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렇다. 그래도 약 50%의 득표율로 이겼다. 상대는 40% 정도 득표했다. 약 10%포인트 차이가 났다.

▲현직에게 10%포인트 차이로 이기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어떻게 가능했나.

-현직 조합장이 욕심이 지나치지 않았나 본다.

▲무슨 말인가.

-현직 조합장이 3선을 했다. 그래서 3선 연임제한에 걸려 출마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출마했나.

-지난해 조합장이 조합의 정관을 출마할 수 있게 개정했다. 조합의 자산이 1500억 원이면 비상근 조합장으로 할 수 있다는 농협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조합장은 지금까지 상근 조합장으로 3선을 하고 이번에는 비상근 조합장으로 또 출마했던 것이다.

▲사실 3선도 많은 것 아닌가.

-그렇다. 3선도 많이 한 것이다. 그런데 조합장을 또 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하는 무리수까지 동원해서 출마를 했다.

▲그럼 원래부터 박 조합장이 출마할 뜻이 있었나.

-그렇지 않다. 조합장이 정관까지 개정해서 출마를 하는 상황이 되니 조합원들이 저보고 출마하라고 강권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조합장의 장기집권을 막아내자고 똘똘 뭉친 사람들이 있었다. 

▲선거는 처음이었나.

-그렇다. 선거는 평생 처음 해 봤다.

▲어렵지 않던가.

-선거는 할 게 못되더라. 인간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이런 경우 선거후유증이 좀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없다. 제가 다 포용하고 가려고 한다.

▲출마하기 전 직책이 무엇이었나.

-과장대리였다. 우리가 보통 대리라 부르는 직책이었다. 대리가 출마했으니 얼마나 상황이 급했겠나.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나.

-아니다. 선거전이 팽팽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표 차이가 많이 났다. 조합원들의 변화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강했다는 반증이다.

▲이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텐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조합원들의 소득증대이다.

▲어떻게 소득을 늘려줄 것인가.

-우리 지역은 다품목을 소량 생산하는 농가들이다. 그래서 여기서 생산되는 품목들을 어떻게 판매해 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 조합이 산지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것을 활성화시키면 판매가 늘어난다.

▲여기까지 중도매상들이 경매를 보러 오나.

-여기까지 온다. 부산, 대구 등지에서도 온다. 특히 여기가 지리산 골짜기이다 보니 오히려 이런 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한 취향이 높다. 그래서 경매장만 활성화돼도 생산된 품목들을 판매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

-대도시에 있는 중도매상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우리 조합원들에게는 두릅, 엄나무, 다래 등 최근 들어 인기 있는 산나물들을 더 많이 재배하도록 권유할 것이다. 아무래도 인기 있는 품목들의 공급량이 많아야 중도매상들도 발걸음을 하기 때문에 이런 품목들의 생산이 늘어나야 한다.

▲조합원들이 생산을 늘리려고 할까.

-그래서 우리 조합의 구호가 ‘생산은 농민이 판매는 조합이 한다’로 돼 있다.

▲또 다른 현안은 어떤 것들이 있나.

-마트와 경제사업장의 공간이 좁다. 그래서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준비는 어느 정도 됐나.

-부지는 이미 확보한 상태이다. 임기 중으로 마트와 경제사업장을 신축할 계획이다. 그리고 농자재 마트도 확대해 백화점으로 개선할 생각이다.

▲자금은 문제가 없나.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데 조합이 자체 보유하고 있는 자금과 중앙회 지원금 등을 합치면 가능할 것 같다.

▲임기 중 또 할 일은 무엇인가.

-관광을 활성화시킬 생각이다.

▲그건 조합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군청과 협의해서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고장을 만들려고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군에서 오토캠핑장 등을 건설하도록 요청할 생각이다. 대규모 오토캠핑장이 들어서면 관광객들이 와서 우리 농산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합원들 소득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지는 있나.

-보아 둔 부지가 있다. 선거가 끝났으니 정신을 좀 차려서 하동군과 본격적인 협의를 해 볼 생각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언제 어디서 태어났나.

-1969년 하동군 횡천면 구학마을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구학마을이면 학과 관련이 있는 곳인가.

-그렇다. 마을 뒤편에 학이 자주 찾아오는 숲이 있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학교는 어디를 나왔나.

-횡천초등학교, 횡천중학교를 졸업하고 하동읍에 있는 하동고등학교를 나왔다. 대학은 진주로 가서 과기대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축산학과를 졸업했으면 가축을 키우나.

-그렇다. 현재 약 30두의 소를 키우고 있다.

▲그럼 축협조합장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하. 농협에 들어왔기 때문에 농협조합장에 도전한 것이다.

▲농협과는 언제 인연을 맺었나.

-97년에 시험을 쳐서 당시 횡천농협에 입사했다.

▲그럼 직장생활을 쭉 횡천농협에서 했나.

-그렇다. 조합장 되기 전까지 21년 9개월을 횡천농협의 직원으로 일했다.

▲그 정도 근무했으면 상무나 전무 등 간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제 나이이면 상무 정도는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저는 대리였다.

▲왜 그렇게 됐나.

-상무나 전무가 되려면 승진시험을 치거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저는 그런 것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조합원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다 보니 승진을 하지 못했다.

▲승진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원래부터 내 길은 조합장이지 상무나 전무 등에 있지 않았다. 그래서 불만은 없었다. 조합원들과 동고동락하는 게 좋았다.

▲사람들이 조합장을 뭐라고 부르나.

-농산물 판매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어떻게 해서 그런 별명을 얻게 됐나.

-제가 개인적으로 롯데마트에 딸기를 납품해 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 도시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심리파악이 돼 있다. 그렇다 보니 제가 파는 건 잘 팔린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저보고 농산물 판매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이번 임기 중에도 제가 할 일은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주는 게 제 할 일이다.

▲박 조합장도 3선까지 할 생각인가.

-그건 그때 가서 봐야겠다. 단지 지금 생각은 재선까지는 반드시 해서 조합을 좀 키워 놓아야 겠다, 는 생각을 하고 있다. 청학은 지리산의 오지라서 그것을 역으로 잘만 활용하면 오히려 도시 소비자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 임기 중에 청학조합의 규모를 좀 키워 놓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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