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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S역사칼럼-길 위의 역사](2부 무오사화) - 38회사간원, 도승지 현석규를 탄핵하다.
  • 김세곤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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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방송=김세곤 칼럼니스트] 1477년 7월17일에 사간원 대사간 손비장 등이 현석규가 홍귀달을 욕한 것에 대해  차자(箚子)를 올렸다. (성종실록 1477년 7월 17일 4번째 기사)   
  
"신 등이 엎드려 듣건대, 손순효·홍귀달의 죄는 의금부에서 일률(一律)로 조율하였다 하옵는데, 명하여 손순효는 교수(敎授)로 근무하게 하고, 홍귀달은 고신(告身)만 거두게 하시니, 죄는 같되 벌은 다르니 어떤 내용입니까? 

또 신 등이 듣건대, 홍귀달이 조식의 일을 계달(啓達)한 뒤에, 전하께서 담당 승지에게 명하여 그 가부(可否)를 물으시자, 도승지 현석규가 갑자기 노(怒)하여 소매를 걷어 올리고 홍귀달의 이름을 불러, 너[爾]라고 일컬어 욕하였다고 하니, 신 등은 생각하건대 홍귀달은 진실로 죄가 있습니다. 현석규가 나무란 것은 진실로 옳습니다. 
그러나 홍귀달의 죄는 스스로 국헌[邦憲]이 있거늘, 현석규는 예(禮)로써 나무라지 아니하고 이름을 부르고 너라고 일컬어, 서리(胥吏)와 같이  대접하기에 이르렀으니, 비록 당상(堂上)이 낭청(郞廳)을 대하더라도 이와 같이 응하지 않거늘, 더구나 같은 서열인데 이럴 수 있습니까? 
(중략) 현석규는 도승지로서 동렬을 대우하기를 이와 같이 함이 옳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손순효는 율(律)과 같이 하고, 아울러 현석규도 논죄(論罪)하소서."  

그러나 성종은 들어주지 않았다. 

이윽고 현석규가 아뢰었다. 

"신이 차자(箚子)를 보니, 몹시 마음이 상하여 견딜 수 없습니다. 조식의 형추(刑推)는 신이 아뢴 것이 아니옵고 전하의 뜻에서 나온 것입니다. 홍귀달이 신과 더불어 의논하지 않고, 홀로 아뢴 까닭으로 신이 홍귀달에게 말하기를, ‘가령 강맹경이 도승지가 되고, 신숙주가 동부승지가 되었어도 이같이는 못하였을 것이다. 홍귀달은 어찌 승정원의 고풍(古風)을 변하게 하는가?’라고 말하였을 따름이고, 너라고 욕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정의 의논이 이와 같으니, 청컨대 피혐하게 하소서." 

손순효도 아뢰었다. 

"신은 그날 병으로 자리를 비워 처음과 끝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대간의 의논하는 바가 되었으니, 청컨대 피혐하게 하소서." 

성종은 두 사람의 사직을 윤허하지 않고, 사간원 정언(정6품) 김맹성에게 물었다. 

"이 일은 어느 사람한테 들었는가?”

김맹성이 대답하였다. 

"조정의 의논이 시끄럽게 떠든 것을 누군가가 듣지 못하였겠습니까? 예로부터 대간(臺諫)이 논란하는 것은 일찍이 그 출처(出處)를 묻지 않았습니다. 이제 물으시면 언로가 막힐까 두렵습니다."  

이러자 성종은 "김맹성으로 하여금 승정원에서 여러 승지들에게 질문하게 하라."고 전교하였다.
 
김맹성이 승지들에게 질문하니, 임사홍이 말하였다.

"그날에 다만 도승지가 홍귀달더러 이르기를, ‘강맹경이 도승지가 되고, 신숙주가 동부승지가 되었더라도 이와 같이는 못하였을 것이다. 홍귀달 때에 어찌 승정원의 고풍이 변하였던가?’라고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임사홍은 현석규가 욕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이어서 현석규가 말했다. 

"홍귀달이 아래에 있으면서 차례를 뛰어넘어 말한 까닭으로 신이 노(怒)하였습니다. 그러나 소매를 걷어 올린 것은 단지 더위로 인하여 팔뚝을 드러내었을 뿐입니다."

김맹성이 나가니, 현석규가 아뢰기를,

"대간이 논란함은 바로 공론(公論)입니다. 전일에 간원(諫院)이 구속당하는 것을 보았을 때에, 신은 눈물을 흘리며 간(諫)하기를, ‘간원의 말은 공론이니, 죄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대저 승지는 비록 실수하는 것이 없다 하더라도 오히려 능하지 못함이 있을까 두려워하거늘, 하물며 조정의 의논이 이와 같은 것이겠습니까? 진실로 사직하겠습니다."

성종은 “사직할 만 한 일이 없거늘, 어찌 사직한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이어서 성종은 정언 김맹성에게 다그치며 물었다. 

"대간이 논란한 바가 어찌 그릇됨이 있겠는가? 몰래 사주한 자가 그르니 어느 사람에게서 들었는가?"

김맹성이 대답하였다. 
"사간(司諫 종3품) 박효원(朴孝元)의 집은 노공필(盧公弼)의 집과 이웃하였으므로, 박효원이 우연히 노공필의 집에 가서 들었다 합니다." 
 
이에 성종이 전교하였다. 

"노공필과 홍귀달은 한 때의 경연관(經筵官)이었던 까닭으로 말한 것이니, 노공필을 불러서 물어보라. 노공필이 말하거든 임사홍에게서 들은 것인지 대질하라."

이러자 임사홍은 "노공필은 바로 신(臣)의 오랜 친구입니다. 이야기하던 끝에 우연히 말하였을 뿐, 다른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라고 말하였다. 

대사간 손비장등이 현석규에 대하여 아뢴 일은 사간 박효원이 노공필에게서 들은 것이고, 노공필은 임사홍에게서 들었다. 뭔가 냄새가 난다. 뒤에 임사홍이 숨어 있다.  

이어서 김맹성이 말했다. 

"현석규가 말한 것은 차자(箚子)와 같습니다. 현석규가 노하여 소매를 걷어 올렸다면, 너라고 일컬으며 욕하였음을 알만 합니다. 신 등이 어찌 몰래 사주한 것을 듣고서 감히 아뢰겠습니까? 대간이 논란한 바를 가지고 만약 말을 근원을 듣는다면, 신은 언로가 이로부터 막힐까 두렵습니다."  

성종이 전교했다. 
"대간이 조정의 의논이 시끄럽게 떠들썩하다고 말하기에, 오늘은 대신이 다 모였기로 그것을 물었더니, 물으면 혹은 ‘안다.’ 하고 혹은 ‘알지 못한다.’고 한다."
 
이윽고 현석규가 아뢰었다. 
"노공유(盧公裕)는 바로 송익손의 사위[壻]이고, 노공필의 아우입니다. 뜻하건대 반드시 이를 위하여서 말하였을 것입니다." 1)

그리고 보니 조식 사건의 면모가 확연해진다. 과부 조씨(趙氏)가 전(前) 칠원현감 김주와 결혼하려 하자, 그녀의 오라비 조식과 조식의 매부(妹夫)인 송호가 김주를 강간죄로 고발했다. 의금부에서 조사한 결과 조식의 무고가 드러났고, 조식 등은 처벌을 받게 되었다. 이에 조식과 송호는 죄를 면하고자 승정원에 로비하여 동부승지 홍귀달이 나서서 엄호한 것이다.    

그런데  임사홍은 노공필에게 현석규의 언사를 비꼬아서 전했고  노공필(아우 노공유가 송익손의 사위임. 송익손은 송호의 아비로 현석규에게 청탁하여 형문을 받은 바 있음)은 사간 박효원에게 말하여, 박효원 주도 아래 사간원이 연명으로 현석규를 탄핵한 것이다.
사건은 점입가경이다. 점점 흥미로워진다. 

 

1) 노공필과 노공유는 연산군 때 대간의 탄핵을 받아 물러난  영의정 노사신의 아들이다.

 

(사진=김일손 묘소)
(사진=김일손 부친 묘소)


   

(사진=영모재)

김세곤 칼럼니스트  segon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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