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도전에서 현직 누르고 조합장에 당선

취임 후 수매가격 전격 인상으로 공약 실천
인력지원 사업도 즉시 시행해 결단력 보여줘
공약 실천되지 않으면 재선 도전 하지 않겠다

박세봉 창선농협 조합장은 첫 도전에서 현직을 누르고 당선됐다.

[한국농어촌방송/경남=황인태 대기자] 박세봉(56) 남해 창선농협 조합장은 처음 조합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현직 조합장을 상대로 57%에 이르는 안정적인 득표로 당선됐다. 박 조합장은 “창선농협이 전통적으로 재선을 잘 허용하지 않는다. 제가 잘 나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런 풍토에 기인한 측면도 많다”고 말했다.

박 조합장은 겸손하게 말했지만 조합원들은 달리 생각했다. 박 조합장은 농협에서 31년을 근무했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박 조합장에 대해 시시콜콜히 다 알고 있다. 지금 창선농협에는 고사리 가격 인상 등 현안이 산적하다. 이런 현안들을 그나마 잘 해결할 사람으로 조합원들은 현직보다는 새로운 인물, 박 조합장을 선택한 것이다.

박 조합장은 취임하자마자 이 같은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올해 말린 고사리가격을 1kg에 5000원을 인상해 수매했다. 작년까지 kg당 4만 원이던 건고사리 수매가격을 4만5000원으로 인상해 매입하기 시작한 것. 고사리 수매가격의 인상으로 조합원들의 소득이 조금 나아졌다.

남해 창선지역에는 고사리가 주된 작물이다. 창선고사리는 해풍을 먹고 자라서 다른 지역 고사리에 비해 식감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칼슘, 칼륨, 미네랄 등이 다른 지역 고사리에 비해 많은 것으로 분석돼 호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판로는 걱정이 없다. 매년 100톤 이상을 수매하지만 재고가 쌓이지 않는다. 학교급식, 백화점 등에서 창선고사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박 조합장이 취임 후 즉시 시행한 일로 인력지원 사업이 있다. 인력지원 사업은 고사리 수확에 필요한 인력을 조합이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남해의 다른 농협에서는 마늘농사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런데 창선농협에서는 지난해까지 미적거리고 있었으나 박 조합장이 취임 후 전격적으로 시작했다. 올해에는 500명을 지원했다. 박 조합장은 이 규모를 임기 중에 2000명까지 늘릴 생각이다.

고사리 수확은 일반 농사에 비해 그 작업강도가 높다. 그래서 인력구하기가 쉽지 않다. 박 조합장이 이번에 500명의 인력지원을 통해 고사리 수확을 도운 것은 마른 날에 소나기처럼 시원한 청량감을 조합원들에게 선사해 줬다.

창선농협은 예대비율이 낮다. 예금이 800억 원을 넘고 있는데 대출은 400억 원 남짓하다. 다른 조합에 비해 예대비율이 낮다 보니 경제사업을 수행할 자원마련이 어렵다. 그래서 박 조합장은 임기 중에 이 비율을 70%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예금도 늘려서 대출재원을 마련할 생각이다. 임기 중에 1000억 원은 돌파해야 어느 정도 재원마련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게 박 조합장의 계획이다.

박 조합장은 1963년 창선에서 태어났다. 창선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양대학교에 진학했다. 해양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박 조합장은 바다로 가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1987년 이웃 설천농협에 서기보로 입사하게 된 게 지금까지 이어진 농협과의 인연이었다. 2008년 고향농협에서 상무로 승진하여 지난해 퇴직할 때까지 31년을 농협에서 보냈다.

농협에 입사할 때부터 조합장에 대한 꿈을 꾸어 온 박 조합장은 지난해 퇴직한 후 결단해 조합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늘 생각해 온 조합장의 꿈이지만 선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평생 자신을 보아 온 조합원들이 좋게 평가해줘 첫 도전에 당선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창선지역은 조합장에 대한 말들이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 행동이 더 조심스럽다. 이제 조합원들의 선택에 보답해야 할 때이다. 박 조합장은 예금 1000억 원, 고사리 수매가격 5만 원 중반, 인력지원 사업 규모 2000명이 되지 않으면 재선 도전장을 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재선을 허용하지 않은 풍토의 창선조합에서 이 정도도 하지 않고 도전한다면 그것은 조합원들에 대한 무례라는 게 박 조합장의 결심이다.

다음은 박세봉 조합장과의 인터뷰이다.

▲창선농협은 관할이 어떻게 되나.

-남해군 창선면이 관할이다.

▲조합원은 몇 명인가.

-약 1600명 정도 된다.

▲이번이 초선인가.

-그렇다. 현직 조합장과 경쟁해서 약 57% 득표했다.

▲처음 나와 현직 조합장을 이긴 것은 대단하다. 득표율도 높은데. 이유가 뭔가.

-현직이 재선도전이었다. 그런데 창선농협은 재선통과가 참 어려운 조합이다. 제가 잘나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런 풍토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저는 농협에서만 31년을 근무했다. 선거운동을 하건 하지 않건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조합원들이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직이 유리한 선거법 하에서도 안정적인 득표로 이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선거에서 쟁점이 뭐였나.

-농협조합장 선거는 쟁점을 만들 수가 없다. 쟁점을 만들려면 합동연설회나 합동토론회 같은 것을 해야 한다. 그런데 선거법이 조용한 선거를 지향하면서 이런 것들을 못하도록 해 놓았다. 그래서 쟁점을 만들 수가 없다. 그런데 쟁점은 없지만 현안은 있다.

▲그럼, 창선농협의 현안이 무엇인가.

-고사리 가격을 어떻게 할 것인가.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는데 농협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촉진되는데 농협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것들이다.

▲고사리 가격에 대해 박 조합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해 건고사리 가격이 1kg에 4만원 했다. 그것을 제 임기 중에 5만원 대로 높이겠다고 공약을 했다. 그 공약에 따라 제가 당선돼 취임한 올해 5000원을 인상했다. 제 임기 중에는 5만원 중반까지 올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합에서 수매하는 고사리가 얼마나 되나.

-연간 100톤가량 된다. 창선에서는 가장 주된 작물이다. 금액으로 치면 연간 50억원 정도이다. 남해 주산물인 시금치가 창선농협에서 수매하는 것이 8억원에 불과하니 고사리가 얼마나 창선농가에 주요한 작물인지 알 수 있을 거다.

▲창선에서 이렇게 고사리를 대량으로 재배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창선고사리는 해풍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식감이 육지 고사리보다 좋다고 한다. 또 다른 지역 고사리와 달라서 칼륨, 칼슘, 미네랄 등이 풍부하다. 칼슘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수불가결한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다. 그래서 고사리가 학교급식에 많이 들어간다. 창선 고사리는 판로는 전혀 걱정이 없다. 그래서 계속 재배면적이 늘어온 것이다.

▲창선고사리가 마트에서는 얼마에 팔리나.

-하나로 마트에서는 1kg에 6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다른 곳에서는 다른 가격으로 팔릴 것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창선은 다행히 인구가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 귀촌, 귀어로 인해 젊은 사람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가 조합장이 된 이후 30명 정도 신규조합원을 가입시켰다. 앞으로도 귀촌, 귀어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합원을 늘려갈 생각이다.

▲남해 조합들이 인력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던데. 창선조합은 어떤가.

-우리도 올해 처음으로 500명을 신청해 고사리 농가에 공급했다. 지난해까지는 인력지원 사업이 없었다. 그것을 제가 조합장 취임하고 나서 시행했다.

▲마늘농사 인력지원 사업과 비슷하나.

-조금 다르다. 마늘농사 보다는 조금 전문화된 인부들이 필요하다. 마늘농사 인력지원 사업은 인력대행회사를 통해 사람들을 데려온다. 그런데 고사리 농사는 인력대행회사에서 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고사리 인력지원은 농가에서 인력을 구하면 농협과 군청에서 지원하는 그런 방식이다.

▲지원금은 얼마나 되나.

-군과 농협에서 일인당 5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농가 부담은 6만원이다. 그런데 여기에 참값, 밥값 등이 추가로 포함되기 때문에 농가 부담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되었으면 앞으로 지원 인력은 계속 늘어나겠다.

-그럴 계획이다. 매년 500명 정도는 늘려서 제 임기가 마치는 즈음이면 2000여명 정도는 지원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조합에서는 택배사업도 활발히 하던데 창선농협은 어떤가.

-우리도 올해부터 택배사업을 도입할 생각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농협중앙회가 한진택배와 제휴를 맺고 택배사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한진택배를 통해 택배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럼 농협택배를 조합원들이 이용하면 다른 택배보다 이익이 되나.

-그렇다. 일반택배에 비해 이용료가 좀 싸다.

▲얼마나 싼가.

-10kg이하에 대해 일반택배는 5000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협택배는 3800원 정도 받는다. 이런 혜택도 있지만 농협택배를 이용하면 농협을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활용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농협이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사업을 가져오는 것에 대해 비판적일 수 있는데.

-그래서 택배사업도 농협자체 택배회사를 만들지 못했다. 농협중앙회는 원래는 독립적인 택배회사를 창설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택배회사들이 강력하게 반대해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대신 한진택배와 제휴를 맺어서 택배사업을 하게 됐다.

▲다른 공약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

-대개 일반적인 것들이다. 영농회 회장들 활동비를 월 3만원 인상시키려 하고 있다.

▲현재 얼마 받는가.

-지자체에서 월 20만원, 우리 조합에서 17만원을 받는다. 3만원을 인상하면 조합에서도 월 20만원을 받게 된다.

▲영농회장이면 마을 이장 아닌가. 월 40만원 받으면 도움이 되겠다.

-그래도 이게 별로 영농회장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합에 왔다 갔다 하면서 기름값도 안 된다. 그래서 인상해야 한다.

▲신용사업 분야는 어떤가.

-현재 예금이 840억 원, 대출이 400억 원 정도 된다.

▲그 정도면 예대비율이 낮은 것 아닌가.

-그렇다. 예대비율이 70%까지는 가야 한다. 그래서 대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또 예금도 제 임기 중에 1000억 원을 달성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해 보자. 언제 어디서 태어났나.

-1963년 창선면에서 태어났다.

▲학교는 어떻게 되나.

-창선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은 한국해양대학을 나왔다.

▲해양대학을 나왔는데 왜 바다로 가지 않았나.

-저는 해양대학이라도 법률분야를 공부했다. 그래서 사실 바다와는 좀 관련이 없는 학과였다.

▲그래서 농협에 입사한 건가.

-그렇다. 1987년에 공채 시험을 쳐서 창선농협이 아니고 설천농협에 서기보로 들어왔다. 그게 농협과 인연의 시작이다.

▲처음 들어와서 무슨 업무를 봤나.

-처음에 대부업무를 맡기더라. 대부라는 게 부실채권의 위험이 많이 따르는 일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엄격하게 업무하는 것을 배웠다.

▲간부가 된 게 언젠가.

-2008년도에 상무로 승진을 했다.

▲상무 때 인상에 남는 일이 있나.

-상무를 하면서 예금 800억 원을 달성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일 등으로 상호금융부문 상도 받고 그랬다.

▲상무가 되고부터는 조합장을 해야겠다고 꿈을 꿨나.

-농협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신입사원 때부터 장이 되어야 겠다는 꿈을 꾼다. 꼭 상무가 되어서가 아니라 저는 처음부터 조합장이 꿈이었다.

▲그래서 조합장이 돼 보니 어떤가.

-직원일 때보다 선출직이 되니 책임감이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 또 창선지역은 농협조합장에 대한 기대가 많은 지역이다. 선출직으로는 군의원과 조합장 밖에 없다 보니 그렇기도 하지만 원래부터 창선지역은 조합장에 대한 말들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행동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언제까지 조합장을 할 건가.

-창선은 재선을 잘 허용하지 않는 지역이다. 이번에 제가 경쟁한 후보도 재선도전이었지만 저한테 막혀서 실패했다. 저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실적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정도의 실적이면 조합원들이 한번 더해보라고 그럴까.

-100%는 아니더라도 제가 내건 공약이 어느 정도는 실현이 돼야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말이라도 해 볼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조합원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가.

-조합원들이 고사리 가격에 민감하다. 그래서 고사리 가격은 제가 공약한 5만 원대 중반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또 예금도 1000억 원을 돌파해야 한다. 인력지원 사업도 2000명 정도는 돼야 한 번 더 시켜달라는 호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국도3호선에 제2사업장을 하는 문제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국도3호선 진척도에 따라 시행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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