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유용한 곰팡이 균주 개량과 유해 병원성 곰팡이 방제전략에 기여”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한국과 미국의 공동연구진이 미생물유전체 연구를 통해 사상성 곰팡이의 유성성식에서 곰팡이의 생존과 전파에 필수적인 ‘교배형 전환 (mating type switching) 메카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함으로써 산업용 유용곰팡이 균주 개량과 식물병 발생 유해 병원성 곰팡이의 방제전략 수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곰팡이 ‘교배형 전환’은 1952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M. J. Mathieson 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그 메커니즘이 규명되지 못했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전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 온라인판에 9월 21일 게재됐다.

T. spinulosum 의 교배형 전환 메커니즘: (A) 교배형 염색체 내 상동성 재조합에 의한 교배형 유전자의 상실 (B) 자가교배 메커니즘(사진=농기평)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오경태)은 순천향대학교 의료생명공학과 윤성환 교수 연구진과 미국 코넬대 연구진의 공동연구를 통해 사상성 곰팡이의 독특한 자손 생산 방식인 교배형 전환(mating type swichting)에 의한 자가교배의 메카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2일 발표했다.

곰팡이 ‘교배형’은 포유류의 암수 체계와 비슷한 곰팡이의 성 정체성으로 교배형 유전자는 포유류의 성염색체에 존재하는 성 결정 단백질과 유사한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있다.

‘교배형 전환’이란 곰팡이의 독특한 유성생식 방식으로서, 자가교배 방식(homothallism, 같은 교배형 사이 교배 방식)으로 교배하는 개체의 유성생식능이 타가교배 방식 (heterothallism, 서로 다른 교배형 사이 교배 방식)으로, 또는 그 반대로 뒤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농식품 유용미생물의 유전자원을 발굴하여 실용화·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의 일환으로 농림축산식품 미생물유전체전략연구사업단(사업단장 : 김지현 연세대학교 교수)을 선정하여 농식품 미생물유전체 연구를 지원해 왔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모델 사상성 곰팡이인 Trichoderma spinulosum 은 서식 환경 내 생존과 자손 전파를 위하여 자가교배 방식으로 자손(포자)을 생산한다. 이때 50%의 자손은 자가교배능을 상실하여 타가교배능만 유지하는 반면, 나머지 50%의 자손은 자가교배에 의해 후속 세대 자손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50%의 후속 세대는 자가교배능을 상실한다. 

Trichoderma spinulosum 곰팡이의 교배형 전환 개념도(사진=농기평)

이와 같은 ‘교배형 전환’의 메카니즘을 규명하기 위하여 Trichoderma spinulosum 을 비롯한 근연종의 교배형 염색체 구조와 기능을 유전체학 수준에서 분석한 결과, Trichoderma spinulosum는 영양생장 동안 성염색체 내 상동성 재조합 (homologous recombination) 과정에 의해 원래 보유한 두 가지 교배형 유전자 (MAT1-1 과 MAT1-2) 중 한 가지(MAT1-2)를 상실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이 곰팡이의 자가교배는 세포 수준에서 서로 다른 교배형 핵 (nuclei) 사이의 융합 (karyogamy)에 의해 이루어짐이 밝혀진 것이다.

사상성 곰팡이의 유성생식은 우수한 자손의 생산 뿐 아니라, 병원성 곰팡이의 경우 불리한 서식 환경 내 생존력 증대와 동식물 기주 감염에 필수적이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Trichoderma 속 곰팡이는 다양한 항균물질과 효소 생산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주요 식물병원균인 붉은곰팡이 (Fusarium graminearum)와 유사한 교배형 염색체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오경태 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 분야에서 곰팡이 뿐 아니라 고등 생물의 유성생식 과정과 성염색체 진화의 이해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 이라며, “응용 분야에서 산업적으로 유용한 곰팡이의 균주 개량과 붉은곰팡이에 의한 식물병 발생 생태 예측 및 새로운 개념의 방제 전략 수립에 중요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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