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고구려 동명왕의 ‘권농(勸農)’에서 11월 11일 ‘농업인의 날’까지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11월 11일은 올해로 22번째 맞는 ‘농업인의 날’이다. 농민들에게는 농업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불어넣고 국민들에게는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취지로 지난 1996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최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이날을 기념해 오고 있다.

오는 11월 11일 제22회 농업인의 날 행사가 개최된다.(포스터=농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는 올해로 22번째 맞고 있지만 강원도 원주시(당시 원성군)에서는 농사개량구락부연합회(현 농촌지도자연합회)가 1964년에 11월 11일을 처음으로 농업인의 날로 제정하고 전국 최초로 ‘농민의 날’ 행사를 개최한 후 매년 원주 '삼토(三土: 흙에서 나서, 흙에서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문화제‘라는 농업인의 날 행사가 열려 올해로 54회를 맞이했다.

2016년 11월 11일 제53회 원주시 농업인의 날 행사인 삼토문화제가 열렸다.(사진=원주시)

과거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은 농업이었다. 지금의 기성세대들도 대부분 농민 부모들의 희생과 농업에 기반한 수입으로 교육받고 성장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래서 농민들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숙명처럼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FTA로 인한 값싼 농축산물 수입, 식생활의 변화에 따른 쌀소비 급감과 쌀값 하락, 농촌사회의 고령화 등 농업 환경의 급변으로 3농(농업, 농촌, 농민)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이번 농업인의 날을 계기로 3농(農)에 대한 국가적, 국민적 시각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진주 삼천포농악(사진=진주시)

역사적 유래와 농업인의 날 제정 과정...고구려 동명왕의 ‘권농(勸農)’에서 11월 11일 ‘농업인의 날’까지...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농업국이어서 농사를 중시하는 전통이 발달했다. 왕이 농사를 권장하는 권농(勸農)의식은 고구려시대까지 올라간다.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3권 「동명왕편(東明王篇)」을 보면, “고구려 시조 동명왕이 현재 만주인 동부여에서 압록강을 건너와 고구려를 건국할 때 오곡 종자를 가지고 와서 권농(勸農)에 진력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특히, 백제 때에는 그 지역에 드넓은 평야가 많아서 농사가 특히 중요해 권농유사(勸農遺事)가 많고, 조선시대에도 왕들이 들에서 권농의식을 행했다는 것이 기록에 나타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는 6월 14일을 농민데이 또는 권농일로 제정했다. 해방이 되면서 일본인들이 정한 농민데이의 폐지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권농이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임이 인정되어 일제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농민의 날로 바꾸어 부르고 6월 15일로 정했다.

그 후 다시 모내기 적기일인 6월 1일을 권농의 날로 정했으나 1973년에는 어민의 날, 권농의 날, 목초의 날을 합쳐 권농의 날로 통합해 5월 넷째 화요일로 지정했다.

그후 1996년 권농의 날을 폐지하고 11월 11일을 ‘농어업인의 날’로 지정했다가 1997년에 ‘농업인의 날’로 다시 명칭을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이 날을 전후해 정부(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업과 농촌의 발전에 헌신하는 농업인을 발굴해서 포상하면서 농민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국민들에게는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기념행사를 시행해 오고 있다.

농업인의 날 ‘11월 11일’에 담긴 의미...“농민은 삼토(三土)다”

농업인의 날을 11월 11일로 정한 사연은 사뭇 철학적이고 과학적이다. 이 날짜의 철학적 기반은 ‘삼토(三土)’에 있다. 즉, 삼토(三土)는 농민은 흙에서 태어나 흙과 더불어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흙(土)과의 숙명론적 의미를 가진다.

흙 토(土)자를 풀어서(파자.破字) 보면 열십(十)자와 한일(一)자가 되기 때문에 이를 아라비아숫자로 바꾸면 11일이 되고 1년 중 11이 두 번 겹치는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삼토(三土)에 맞춰 11월 11일 11시에 기념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과학적인 해법인 셈이다.

또한 이 시기는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수확을 한 후 1년 농사의 결실을 자축하며 쉬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한편으로, 11월 11일은 친구나 연인 등 지인들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다는 일명 '빼빼로데이'로 더 알려져 있다. '빼빼로데이' 풍습은 1983년 모 제과업체에서 초코 빼빼로를 처음 출시한 후 여중생들 사이에서 '빼빼로처럼 빼빼하게 날씬하길 바란다'는 의미로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것이 유행이 되어 언론에 기사화된 것을 1997년부터 이 제과업체가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열병처럼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이로 인해 같은 날의 ‘농업인의 날’이 상업적인 빼빼로데이에 묻혀버리는 현상이 심화되어 상업적으로 변질되어가는 것을 막고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가래떡 데이’가 탄생했다.

‘가래떡 데이’는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여 쌀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세대의 인식을 제고하고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2003년에 안철수연구소에서 캠페인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2006년에 농식품부가 농업인의 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공식 데이로 지정했다.

‘가래떡 데이’는 숫자 1처럼 4개나 있는 긴 가래떡을 상징하며, 11월11일인 일명 빼빼로데이에 과자 대신 우리 쌀로 만든 고유 음식인 ‘가래떡’을 주고받으며 우리 농산물 애용과 농업인의 날을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행사다.

한편, ‘세계농민의 날’은 4월 17일이다. 1996년 4월 17일 브라질에서 토지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들의 발포로 19명의 농민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이날을 세계농민의 날로 정한 것이다.

농민의 날을 기념일로 정한 나라들의 특징은 모두 농업의 역사가 긴 나라들이다. 러시아에서는 10월 10일, 미얀마는 3월 2일을 농민의 날로 정해놓고 있다.

3농(농업, 농촌, 농민)은 경제적·산업적 논리만으로 안돼...역사성과 문화적 뿌리, 그리고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지닌 생명의 마지막 보루로 인식해야

올해 농업인의 날을 계기로 3농(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촌은 날로 기울고 특히, 농업 인구가 급격히 고령화되고 감소되는 실정을 감안해서 특정한 날을 정해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농민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FTA로 인한 국제사회의 농업통상 압력이 거세지면서 농산물도 더 이상 비교역 대상 품목으로 머물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농업을 포기하거나 위축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 국민적 의지다. 우리나라에서 농촌과 농민은 경제적인 논리로만 파악할 수 없는 역사성과 문화적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농업은 농산물 생산기능 이외에도 식량안보, 농촌경관 및 환경 보전, 수자원 확보와 홍수 방지,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품 안전, 쾌적한 휴식 공간 제공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의 경제적 가치가 1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국가 정책에서 농업 분야가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아온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지난 5월 촛불혁명으로 인한 정권교체로 30년 만에 헌법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업계에서는 농업‧농촌의 미래를 좌우할 새로운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국가의 육성 의무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요구와 행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 농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명산업화, 소재산업화, 첨단산업화'로 진화하면서 국민의 식탁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생명의 마지막 보루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농업인의 날을 맞아 진실로 농업과 농업인의 위상을 높이고, 새 시대에 맞는 국민의 농정으로 새로운 개념의 3농(농업, 농촌, 농민) 발전을 모색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농정혁신 의지가 꼭 실현되길 국민과 농민은 기대하고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영록)는 오는 11월 10일 오전 11시 정부세종 컨벤션센터에서 제22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에 한국농어촌방송(대표 김성민)은 소비자TV와 함께 오전 10시50분부터 노하빈 기자와 안종운 해설위원(농식품부 전차관)의 진행으로 기념식 행사를 IPTV (KT 265번, SKT 275번, LGU+177번)와 전국케이블방송을 통해 생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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