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한·독 공동연구진 미생물유전체 연구 성과...세계적 학술지 ‘플로스 병원체(PLOS Pathogens)’에 게재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한·독 공동연구진이 미생물유전체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벼 재배에 심각한 손실을 일으키는 ‘벼 키다리병 원인균(학명: Fusarium fujikuroi)의 마름병’ 발생 메카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주목을 끌고 있다.

벼 키다리병균 (Fusarium fujikuroi) 에 의한 병 증상 비교(사진=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벼 키다리병’은 벼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곰팡이성 병해로서 생육기간 중 벼의 키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되어 말라죽는 증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벼 키다리병의 방제 전략은 ‘키다리 증상’ 병원형 균주에만 집중되었으며, ‘마름 증상’ 병원형 균주의 실체와 병 발생 메카니즘 생태 등에 대한 이해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국내 연구진의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벼 키다리병균 병원성 메카니즘과 균주 집단 진화 등의 이해에 중요한 기여를 했을 뿐 아니라, 응용 분야에서 우리나라 벼 키다리병의 발생 예찰·예방과 포장 내 방제전략 수립에 중요 기반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오경태)이 농식품 유용미생물의 유전자원을 발굴하여 실용화,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의 일환으로 농림축산식품 미생물유전체전략연구사업단(사업단장 : 김지현 연세대학교 교수)을 선정해 농식품 미생물유전체 연구를 지원한 결과다.

미생물유전체전략연구사업단의 순천향대학교 의료생명공학과 윤성환 교수 연구진은 독일 Münster대 Tudzynski 교수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수행한 결과, 이미 알려진 벼의 줄기를 웃자라게 하는 ‘키다리 증상’과 달리 벼의 줄기 생장을 위축시킨 후 말라 죽게 하는 ‘줄기마름 증상’을 일으키는 벼 키다리병균을 분리하여 새로운 병원성 메카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기존의 벼 키다리병 증상은 식물체 내 감염 벼 키다리병균에 의해 지베렐린 (식물생장호르몬)이 과다하게 생성되어 벼의 키가 정상보다 약 2 배가량 커지는 현상으로 이로 인해 벼의 줄기가 얇아지고 이삭이 패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전 세계에 분포하는 벼 키다리병균 대표균주의 유전체를 해독하여 지역별 병원균의 특징을 비교분석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우리나라 균주 집단 중 ‘키다리 증상’외에 ‘줄기마름 증상’을 일으키는 병원형 균주의 존재를 확인하여 ‘줄기마름 증상’ 병원형 균주의 특징과 병 발생 메카니즘을 유전체 수준에서 규명하고자 했다.

두 병원형 균주 사이 유전체 구조와 발병 단계 유전자 발현 양상 등의 비교 분석한 결과 ‘마름 증상’ 병원형 균주는 ‘키다리 증상’ 병원형 균주와 달리 벼 식물체 감염 과정 중 지베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반면 푸모니신 (Fumonisin)과 푸사린산 (Fusaric acid) 이라는 독성 이차대사산물을 특이적으로 생성하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추가적인 기능유전체 연구를 통해 두 병원형 균주 모두 이들 이차대사산물의 생합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나, 벼 감염 과정 중 ‘마름 증상’ 병원형 균주는 푸모니신 생합성 유전자만, ‘키다리 증상’ 병원형 균주는 지베렐린 생합성 유전자만 특이적으로 발현했으며, 이들 이차대사산물의 생합성 유무가 두 가지 병원형 발생의 직접 원인임을 밝혀낸 것이다.

벼 키다리병균이 벼 식물체 감염 과정에서 생성하는 이차대사산물= 지베렐린 : 키다리 증상의 원인 물질, 푸모니신과 푸사린산 : 마름 증상의 원인 물질(사진=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한편, 연구진은 집단유전학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벼 재배 지역 내 존재하는 벼 키다리병균 집단은 크게 ‘키다리 증상’과 ‘마름 증상’ 병원형으로 나뉘지만, 예상과 달리 ‘마름 증상’ 병원형의 분포 비율이 볍씨 감염 키다리병균 집단 중 약 65%, 벼 재배지역 대기 중 존재 집단 중 65%를 차지해 ‘키다리 증상’ 병원형 보다 월등히 높은 사실도 밝혀냈다.

또한 ‘마름 증상’ 병원형 균주는 벼 식물체 내 증식 속도나 살균제 저항성이 ‘키다리 증상’병원형 균주에 비해 20% 이상 높은 양상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벼 키다리병의 발생은 2000년 대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못자리에서는 2007년 28.1% 발생한 이후 2012년 4.1% 로 발병률이 감소했으나 2013년, 2014년 13% 이상 크게 증가했다.

또한 본답 발병률은 2006년 29% 이후 2012년 20%로 소폭 감소하다 2013년 31%로 다시 증가하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미생물학 분야 136개 저널 중 세계 5위 수준(상위 3.7%)인 세계적 학술지인 ‘플로스 병원체(PLOS Pathogens)’ 온라인판에 11월 8일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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