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미디어 이선효 편집국장
경남미디어 이선효 편집국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경남미디어 이선효 편집국장] “조규일 진주시장의 행동은 좌측 깜빡이 켜고 직진하는 거와 같습니다.” 진주시가 개발행위를 할 때 적용되는 경사, 12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보도를 접한 시민에게서 즉각 튀어나온 반응이다.

최근 조규일 시장은 건축행위를 제한하는 산의 경사도를 12도에서 18도로 완화해 달라는 1000명이 넘는 진주시민의 청원을 간단히 거절했다(본지 7월 15일자 3면 보도). 경사도를 완화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조 시장은 ‘난개발’과 ‘경관훼손’을 들었다. 필자 생각으로는 조 시장이 든 이유가 ‘소도 웃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개발이란 개발이 지나치게 많이 되어 문제가 될 때 쓰는 개념이다. 진주시가 지금 난개발을 걱정할 정도로 개발이 많이 되어 있나. 진주시민이 난개발을 우려할 정도로 배가 부르나. 조규일 시장과 진주시 공무원이야 배가 부른지는 모르겠지만 진주시민은 정말 배가 고프다. 발전적 변화가 참으로 더딘 진주에 사는 시민들은 난개발을 걱정할 그런 여유가 없다.

“우리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나”는 말이 있다. 필자는 이 말을 조규일 시장에게 그대로 들려주고 싶다. 조 시장이 난개발이 우려된다면 그 난개발만 잘 규제하면 된다.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경사도 자체를 완화하지 않는 것은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는 것과 같다. 그렇지 않아도 건축허가가 까다롭기로는 전국에서 제일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 곳이 진주시이다. 경사도 완화된다고 난개발을 그대로 눈 뜨고 볼 진주시가 아니다. 그런데도 조 시장은 난개발을 이유로 경사도 완화를 못해주겠다고 했다. 소가 웃을 일이다.

진주시가 이유로 든 경관훼손이라는 것도 그렇다. 진주시 주변에는 산이 많다. 이 산에 아무 건축물이 없이 나무만 있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산에 아름다운 건축물이 들어서 숲과 전원주택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경관이 좋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양하다.

우리가 유럽, 특히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언덕이나 산 구릉지에 마을이 형성돼 있는 것을 많이 본다. 이 나라는 전쟁이 많아서 그랬는지 모르나 산에 마을을 많이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이것이 하나의 관광자원이 되어 있다. 그래서 산이나 언덕만 있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그런 아름다움을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느낀다. 필자의 얘기는 산에 마을이나 주택이 있다고 꼭 경관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12도가 넘는 산에 마을이 들어선다고 경관이 훼손된다고 주장하는 조 시장이 필자는 참으로 편협하고 독선적이라고 생각한다.

조규일 시장은 입만 열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한다. 규제개혁을 해서 진주경제를 활성화 하겠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경사도 하나도 완화하지 않으면서 무슨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규제를 개혁하겠다는 말인가. 경사도를 완화하는 일은 돈 하나 들이지 않고 조례만 개정하면 되는 일이다. 이렇게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도 하지 않으면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하고 다니니 누가 조 시장에게 진정성이 있다고 할 것인가. 그러니 “좌측 깜빡이 켜고 직진한다.”는 말을 듣는 게 아닌가.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지리산꼭대기에 호텔을 짓겠다고 호언하고 다녔다. “스위스 알프스의 융프라우에는 산꼭대기에 호텔이 있어 세계적인 관광명물이 되어 있다. 그런데 왜 지리산 꼭대기에는 호텔을 못 짓느냐” 며 중앙정부를 휘 젖고 다녔다. 그럼, 조규일 시장은 그때 홍 지사 밑에 있을 때 지리산 꼭대기에 호텔 짓겠다는 홍 지사의 정책에 반대했었나. 필자가 과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조 시장이 당시 홍 지사의 정책에 반대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 경남도에 있을 때에는 지리산 꼭대기에 호텔도 짓겠다고 동참한 조 시장이 지금 진주시 산중턱에 집짓겠다는 데 왜 그것도 허가해 주지 않나.

조규일 시장이 이렇게 결단이나 개혁이 필요한 사안은 미적미적하고 시장으로서 일상적인 업무처리만 한다면 5급 사무관 그릇도 안 되는 시장이라는 말이 곧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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