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심는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고 긁어 부스럼이란 말이 있다. 모든 일이 처음 생각과 의도는 좋았다고 치더라도 방법이나 도가 지나치면 과유불급이라고 당초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때가 많다. 현 정권이 지난 2년 동안 하고 싶은 대로 정책을 펴온 결과가 이제 서서히 나오기 시작하는 조짐이다. 심은 대로 제대로 거두는 것인지 부스럼만 만든 것은 아닌지 말이다.

북한 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이란 의제를 갖고 북한과 미국하고 서로가 갖고 놀 만큼 논 것 같다. 요즘은 그렇게 러브콜을 보냈던 북한이 시큰둥해졌고 또 정체불명의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지지집단의 요구대로 최저임금도 올리고, 주 52시간 근무제도 도입했는데 또 파업을 하겠단다. 다른 한편으로 자영업자들은 아우성이고 부동산은 또 들먹인다. 경기와 수출 곡선은 계속 하향이다. 원자력 발전도 중단시키고 태양열 발전도 개시했는데 한전은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4대강도 보의 수문을 개방했지만 여기저기 개방 반대소리가 높다. 반도체 공장 5개를 정도 지을 수 있는 세금을 일자리 늘리는데 쏟아부었지만 단기성 일자리를 제외하곤 여전히 제자리다. 다른 나라 비행기와 배들이 막 드나들어도 속수무책이다. 해외 순방도 돌만큼 돌았는데 외교에서는 계속 왕따에다 심지어는 무역전쟁까지 당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 먹거리가 개발 초입부터 일본에게 진입을 봉쇄를 당하는 상황에 가슴 답답함이 불쑥 치밀어 오른다.

사회는 갈수록 양극화, 양분화 분위기로 험해지고 있다. 경제 양극화, 정치 양극화, 수단 극단화, 정서 양분화 등 요즘에는 같은 국민을 놓고 이적이냐 애국이냐를 놓고 양자택일을 하라고 강요까지 하고 있다. 이 와중에 불쑥 튀어나온 단어가 토착왜구라는 표현이다. 이 말은 1910년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토왜천지(土倭天地)라는 글에 어원을 두고 있다. 물론 식민지 시대 일본에게 편드는 친일파를 지칭한 말이다. 그런데 백년도 더 지난 요즘 다시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토왜를 토착왜구로 바꾸어서 백년전 단어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현 정권이다. 내년 총선거 필승을 염두에 두고 구사하고 있는 정치프레임 중 핵심도구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북한 프레임 전략이 주춤하자 꺼내든 것이 토착왜구라는 표현의 반일 프레임이다.

앞으로 토착왜구라는 정치 프레임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역대 정권치고 반일 프레임을 써서 지지율 제고에 실패한 정권은 없다. 다만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 무역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통일된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방을 토착왜구라는 단어로 공격한다면 누가 협조를 해줄 수 있을까? 상대방 정당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정치철학과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국민을 폄하해서 과연 한일 무역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는 자가당착이고 자기모순이다. 이 나라가 아직도 정신적으로 식민지시대의 트라우마에 갇혀 있다면 이번 무역전쟁은 이미 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토착왜구라는 단어가 난무하고 죽창가가 울려 퍼지고 거북선 12척이 다시 출항하는 것이 정말 진정으로 국난을 극복해서 새로운 한일 관계를 설정하고 또 양국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고 수단인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그뿐이라는 생각에서 토착왜구라는 단어를 계속 고집한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나중에 매우 무섭게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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