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지금까지 60대 중반을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국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스러운 시절은 돌이켜보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영위하고 있는 가정과 생활에 장애요소나 불안요소로 작용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사건 사고는 두세 차례 있었다. 북한의 이웅평 소령이 미그기를 몰고와 서울 전역에 공습경보 비상사이렌이 울렸을 때가 그랬다.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 실명제를 하겠다고 벼락 발표를 했을 때 돈 한푼 모아놓은 것 없었지만 당황스러웠다. 성인이 되어서 경험하고 지켜보았던 10.26이나 12.12 그리고 5.18 같은 국가적 사건들을 당하면서도 국가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껴본 적은 없다. 국체가 존재하고 지탱되고 있는 이상, 나라가 국민을 보호해주고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수습이 어떤 방향으로 되더라도 적어도 국가가 자국민에게 압박을 하거나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그리고 미래는 어떤 형태가 되던 발전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절대 신뢰 같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칵테일파티 효과라는 사회과학분야 단어가 있다. 칵테일파티에서 일하는 웨이터들이 파티장에 모인 수많은 손님들의 주문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서비스할 수 있는 것은 자기에게 꼭 필요한 말만 챙겨듣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에서 나온 매스컴 이론 용어다. 그런데 사람들이 요즘 이 칵테일파티 효과에 모두 빠져 있는 것 같다. 현 정권을 지지하는 층이나 반대하는 층이나 모두 자신들이 듣기 좋은 말, 기분 좋은 내용, 유리한 주장만 쏟아내면서 자신들끼리 모이고 뭉쳐서 얘기를 듣고 나누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유튜브와 언론사 댓글에는 무슨 조선시대 당파보다 더 현란한 논리와 상호 비방과 찬반의 댓글이 난무하고 있다. 같은 편끼리 듣기 좋은 이야기를 무성하게 쏟아내면서 상대방을 비난하고 헐뜯고 공격하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나라와 국민이 완전히 두 쪽으로 갈라진 것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공자는 제대로 된 정치는 먼저 명분이 바로 서야 하며 이를 백성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제대로 된 정치인은 역할을 즐기는 자이어야 하며 권력을 즐기는 자는 국가를 패망의 길로 이끈다고 했다. 그리고 백성의 국가에 대한 믿음은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해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르다고 해도 반드시 살피는 데서 비롯된다고 했다. 또 그 믿음이야말로 나라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백성들의 소리를 골고루 들어서 이를 반영한 정책을 펼쳐야 국태민안과 국리민복이란 두 가지 명분을 충실히 실행할 수 있고, 그때서야 비로소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는 얘기다. 이를 다시 풀이하자면 위정자는 칵테일파티 효과에 빠지면 안 된다는 말이다.

최근에 개인적으로 국가의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일본과의 무역 전쟁이 일어나서도 아니고 북한의 미사일이 잇달아 발사되어서도 아니고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패권전쟁에 우리보고 동참하라고 해서도 아니다. 현 상황은 우리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의견을 지혜롭게 모아 노력하면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는 문제인데, 정작 이를 앞장서서 풀어나가야 할 나라의 지도층이 갈수록 심각한 칵테일파티 효과에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가장 불안하게 느끼는 것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국체가 자칫하면 흔들리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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