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농어촌방송/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인간은 평등한 존재인가? 이 물음에 누구나 평등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를 선택하여 태어날 수 없기에 어쩌면 불평등한 것이 인간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등을 지향하며 살아간다.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인간은 불평등한 존재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혁명 전, 프랑스의 왕과 귀족들은 베르사유 궁전에서 매일 호화로운 잔치를 벌이며 사치를 부렸다. 반면 농민들은 빵이 없어 굶어 죽어 갔다. 이유는 인구의 1퍼센트도 되지 않는 ‘제1신분’ 성직자와 ‘제2신분’ 귀족들이 토지의 대부분과 모든 관직을 독차지하고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민중들은 과중한 세금에 시달려 매일 끼니를 걱정할 형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권력을 가진 국왕은 백성들의 삶에 무관심했다.

빈곤의 굴레에 지친 프랑스 민중들은 1789년 7월 14일 소수를 위한 신분제도에 반기를 들고 ‘자유, 평등, 박애’를 부르짖으며 대혁명을 일으켰다. 이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대사건으로 이때부터 인간은 평등해져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류는 평등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투쟁을 해 왔고 현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완성된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선천적 불평등은 인정하지만 기회는 균등해야 한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래서 기회의 균등을 파괴하는 행위에 분노하며 문재인정부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 와야 한다’는 구호에 열광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장관 후보자가 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특권구조를 타파해 더 기회가 균등한 사회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그의 딸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과정이 알려지면서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드러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어느 대학 어떤 학과를 나왔느냐가 인생을 좌우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의사와 법조인을 양성하는 의학전문대학원과 로스쿨은 평안한 인생을 보증하는 곳으로 모든 국민들이 선망하는 곳이다. 그래서 더욱 공정한 경쟁에 의해 입학사정과 학사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조국 후보자의 딸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시입시와 학사관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현 대학입시제도 가운데 수시전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수시전형은 부모님전형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시발점이 된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대 입시부정도 수시전형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당시 온 국민들이 최순실과 이대 교수들에게 분노한 것은 기회의 균등을 붕괴시킨 한국사회의 기득권자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2인자인 조국 전 민정수석도 최순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자신의 자식은 끔찍하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대다수의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 진영논리로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프랑스 대혁명을 해석하는 관점인 소수인 기득권세력과 기회의 균등에서 소외된 다수 국민들 사이에서 어떻게 기회의 균등을 실현할 것인가 라는 눈으로 보면 문제점이 잘 보인다. 기득권세력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 기득권세력들은 기회의 균등을 파괴하면서 특권을 누리기 위해 ‘진보귀족’과 ‘보수귀족’으로 위장할 뿐이다. 해방 후, 지금까지 기득권세력들은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여 결과는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우리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발호를 그치지 않았고, 진영논리로 서민들의 눈을 가려왔을 뿐이다.

이번 기회에 수시전형이 모두에게 기회가 균등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인지, 아니면 아주 힘과 돈을 가진 부모를 만나지 않으면 점수를 얻을 수 없어 좋은 학교에 입학할 수 없는 교묘하고 복잡한 제도인지 점검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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