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성 칼럼니스트
권재성 칼럼니스트

[한국농어촌방송/경남=권재성 칼럼니스트] 2012년에 북한이 ‘은하3호’ 로켓을 발사할 당시 일본의 군사위성과 이지스함은 이를 전혀 탐지하지 못했습니다. 그 직후 일본 내에서 정보 실패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아베는 의회에서 연일 사과하며 “한국과의 정보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한국은 제때 탐지했는데 일본만 몰랐으니 당연하겠죠. 그런데 2016년 8월, 북한이 일본 아오모리현 인근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으로 대놓고 노동미사일 쐈을 때도 탐지에 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일본의 스트레스는 극도로 높아집니다. 여기서 밝혀진 한 가지 사실. 일본이 첨단 군사위성과 이지스 체계, 그리고 요격미사일을 갖춘다 해도 한반도와 그 인근 해역에서 수집한 정보를 제공 받지 못하면 일본 방어는 불가능하다는 것, 북한 미사일이 일본에 다가오기를 기다려 탐지와 요격시스템을 가동하면 이미 때가 늦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이 한국과 정보를 협력하는 일은 일본 안보에 결정적이고 사활적인 영역이 되었습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일본에서 더 적극적이고 집요하게 요청해 온 이유입니다.

우리가 위성항법장치(GPS)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위성 3대의 신호를 삼각측량으로 비교해야 가능합니다. 반면 공중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지상의 레이더 3대가 동시에 추적해야 정확한 속도와 궤적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사드체계의 X-밴드 레이더(AN/TPY-2)가 상주에 배치되면 일본에 이미 배치된 아오모리현과 교토부 2곳의 X-밴드 레이더와 삼각형으로 정보 네트워크 체계가 갖춰집니다. 성주에 레이더를 배치하면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의 위치, 속도, 궤도를 완전하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알래스카에 배치된 레이더가 이를 탐지하는 데는 15분이 걸립니다. 반면 주한미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7초 만에 이를 탐지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주한미군에게 북한의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을 제공해 온 덕분입니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의 고성능 레이더는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억제하는 데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북한의 비핵화 여부와 관계없이 장차 중국까지 견제하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계는 이미 미국의 동북아 지역패권 전략의 핵심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한·미·일 3국의 군대가 하나의 지휘체계와 교리로 통합되어야 하며, 국적을 초월해야 합니다. 한·미·일 군대는 국가의 군대가 아니라 동북아 지역방위군으로 그 성격을 전환해야 합니다. 미국을 패권국으로 하여 한국과 일본이 그 속국으로 편입되는 체제, 이것이 미국이 표방하는 ‘연방 안보(federal security)’ 개념입니다. 이같이 GSOMIA는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계 완성, 유럽의 나토와 같은 지역방위군으로 나아가는 첫 출발점입니다. 미국의 묵인 아래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전쟁가능국가로 나아가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GSOMIA는 2016년 10월 27일 국방부가 협정 추진 방침을 밝힌 뒤 11월 14일 한일 양국이 가서명을 하고, 22일 국무회의를 거쳐 박근혜 대통령이 재가했습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 8일 전이었습니다. 탄핵에 임박해서 졸속으로 처리된 GSOMIA는 한국에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협정체결이 어렵다는 것을 아는 미국과 일본의 갖은 회유와 압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오직 미국과 일본방위에 초점이 맞춰진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계를 반대하고, 일본과 맺은 GSOMIA를 폐기하며, 우리나라 군대를 미국의 주방위군으로 전락시키려는 미국에 반대해야 합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일본과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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