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이해인 수녀의 ‘안개꽃’이라는 시 한편 소개할까 한다.

혼자서는 웃는 것도 부끄러운 한 점 안개꽃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빛이 되고 소리가 되는가

장미나 카네이션을 조용히 받쳐주는

기쁨의 별 무더기

남을 위하여 자신의 목마름을 숨길 줄도 아는 하얀 겸손이여.

과거 역사 속에서 보면 다른 사람이 빛나도록 배경이 되어 주는 안개꽃 같은 인생으로 살았던 영웅들이 많다. 자신들은 무시당하고 천대를 받아도 나라와 민족과 이웃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던진 민족 선열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그 흔한 대단한 묘비 하나 없는 인생이지만 그들의 인생은 찬란한 안개꽃과 같은 삶을 살았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안개꽃은 아름다운 자신은 드러내지 않고 장미나 다른 화려한 꽃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오늘날 이 혼돈된 시대에 필요한 인생이 안개꽃 인생이 아닐까 한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무대 위 중앙에서 주연으로 살고자 한다. 모두가 자기 자신을 알아주기를 원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는 세상이라 할 수 있다.

한편의 영화이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누가 주연을 맞느냐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주연이 영웅이 되도록 하는 것은 조연들의 엄청난 열연 때문이다. 그래서 빛이 더 나게 마련이다. 세상은 온통 주연으로서의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으로 꿈틀거린다.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 이면에는 존중받고 싶고 인기와 명예를 얻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 마음 때문에 진정한 영웅이 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영웅하면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거대한 일을 성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영웅은 위대한 업적이나 성취가 아니라, 그 사람의 성품과 태도와 관련이 있다. 토마스 칼라일은 19세기 영국 사상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다. 그는 ‘영웅의 역사’라는 책을 통해 영웅들로 가득 찬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인물이다. 사실 그의 꿈은 대단히 역설적이다. 영웅을 생각할 때 우리는 보통 아주 적은 수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토마스 칼라일은 영웅들로 가득 찬 세계를 꿈꿨다는 것이다. 영웅은 특정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논지였다. 그가 의미하는 영웅은 평범한 삶 속에서 살아가는 성실함과 진실함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는 누구에게나 영웅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믿었다. 그는 참된 영웅적인 지도자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작은 영웅들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이러한 작은 영웅들이 필요하다. 세상의 무대에서 돋보이고자 얼굴을 내미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삶의 형편에서 묵묵히 종 된 자세로 성실함과 진실함을 가지고 충성을 다하는 그런 작은 영웅들이 존재할 때 이 나라의 미래는 보장된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충실하게 감당할 수 있는 일꾼이 진정한 영웅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자리에서 인정받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맡은 일을 소중히 여기는 작은 영웅들이 비록 조연의 삶을 산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있기에 진정한 영웅이 탄생되는 것이다. 대부분 조연과 엑스트라 같은 인생을 살지만 실제는 진정한 영웅의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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