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야기에 두 마리 젖소로 국가의 경제를 설명하는 농담 섞인 비유가 있다. 공산주의 국가는 젖소 두 마리가 있으면 국가가 젖소를 모두 뺏어가서 국민들에게는 약간의 우유만 나누어 준다고 했다. 관료주의 국가는 국가가 두 마리 젖소를 데려가서 한 마리는 쏘아죽이고 남은 한 마리로 젖을 짜지만 짜낸 젖을 전부 내다 버린다고 했다. 사회주의 국가는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공짜로 이웃에 준다고 한다. 독재국가는 두 마리를 빼앗아 가서 국민들에게 우유를 되판다고 했다. 미국은 한 마리는 팔고 한 마리로 네 마리분의 우유를 생산하게 한 뒤에 문제가 생기면 컨설팅회사에 묻는다고 했다. 그리스는 두 마리 젖소를 다 잡아먹은 뒤 IMF에게 빌린 젖소까지 잡아먹고 또 손을 벌리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두 마리 소로 300명에게 우유를 나누어 주고 완전고용과 최고 생산성을 선전하는데, 실상을 알리려는 뉴스 맨을 감방에 잡아넣는다고 했다. 누가 이 젖소 이야기에 한국의 경제에 대한 비유를 댓글로 달았다. 젖소 두 마리 중에 한 마리는 방사능에 감염된다고 쫒아내 굶어 죽기 직전이고, 나머지 한 마리는 병 주고 약 주어가면서 짜낸 젖을 이웃 깡패에게 잘 봐달라며 마구 퍼주고 있다고 했다. 관료주의와 사회주의를 뒤섞은 느낌의 이 비유는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너무나 정곡을 찌르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결과를 젖소에 비유하면 젖소의 건강상태나 하루 우유 생산량을 고려하지 않고 우유는 짜면 짤수록 생산량이 증가하며 젖소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는 발상으로 계속 우유를 짜내다가 젖소가 골병이 들고 지쳐서 쓰려지는 사태로 비유할 수 있다. 수확의 계절로 접어드는 10월을 지나면 현 정권은 출범한지 2년 반이란 시점을 통과하게 된다. 마라톤으로 치면 5년이란 레이스의 반환점에 접근하는 셈이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 어느 정권이나, 그동안 실행해온 여러 정책의 결과를 챙겨 개선을 위한 대책을 점검하는 한편, 또 그 결과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받기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에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 드러난 이번 정권의 성적표는 결코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 없다. 거의 모든 경제 지표가 마이너스 성장이다.

젖소가 건강해지기는커녕 점점 야위어가고 우유 생산량도 줄어들어 나누어 주기에도 부족하고 팔기에는 질이 나빠지고 있다.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주고 지출 부담을 줄여 이를 통해 확보된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켜 소비와 경제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소득주도 성장이란 가설(?)은 실험에 그칠 전망이 크다. 젖소의 우유 생산량과 젖소의 몸집과 건강상태가 좋아졌다는 진단결과는 그만 두고 나누는 우유량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소리와 불만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세금이란 긴급 처방을 계속 늘려 우유를 나누어 주고 있지만 공짜우유를 받아먹는 이들의 버릇만 나빠지고 있고 정작 젖소의 건강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만일 젖소가 쓰러진다면 젖소를 되살려야할 책임은 당사자가 아닌 후세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목표는 정치나 경제에서나 모두 국민이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데서 출발한다. 또 그 의무를 책임지는 것이 민주 정권의 핵심이자 근간이다. 이 책임을 도외시하고 위정자나 특정 세력을 위해 원칙을 훼손하거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경제를 지나치게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하게 된다면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은 선거 결과를 통해 져야할 것이다. 그것이 정치과 경제가 다른 점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