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농어촌방송/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지지진영과 반대진영이 연일 세싸움을 벌이고 있다. 조국 장관을 옹호하는 진영은 그의 친인척 비리는 있으나 조국 자신이 직접 관여한 바가 없기에 검찰개혁의 적임자인 그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조국 장관 퇴진을 주장하는 진영은 자녀와 부인 그리고 조카와 동생의 비리에 조국 장관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에 장관직을 사퇴하고 겸허히 검찰 수사에 임하라고 주장한다. 조국 장관 퇴진을 두고 온 나라가 둘로 나뉘어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사는 조국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진영을 나누어 싸우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워낙 언변이 좋아 그럴듯하게 들린다. 나라의 발전 방향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이를 두고 경쟁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산업화가 먼저냐, 민주화가 먼저냐를 두고 경쟁하며 발전해 왔다. 바람직한 경제체제를 두고도 성장이냐 분배냐를 두고 진영을 나누어 경쟁하며 발전해 왔다. 그러나 지금 진영이 나뉘어 대립하는 대상은 가치가 아닌, 친인척 비리가 있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으로 적합하냐 이다.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가치와 정의가 실종된 패거리 정치의 끝을 보여주는 막장 진영대결인 것이다. 검찰개혁과 전혀 관련 없는 부적합한 인사를 검찰개혁으로 둔갑시키고 이를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진영 경쟁으로 오도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집권세력이 검찰개혁을 할 의지가 있는지 그 진정성에 의구심이 인다. 더불어민주당 내에는 박범계, 표창원 의원 등 검찰개혁의 구체적 내용을 제시한 인사가 적지 않다. 개혁은 한 사람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개혁은 다수의 열망을 모아 새로운 판을 짜야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조국 장관 일가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전까지 검찰개혁의 국민적 여망을 모을 수 있는 구심점으로 조국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 입시부정의혹, 자신과 부인 등 친인척이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영자 5촌 조카의 범죄혐의, 조국 장관이 이사로 있는 웅동학원 사무국장인 동생의 채용비리 혐의 등이 제기되면서 조국 장관이 개혁의 구심점이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자명해졌다. 이제 조국 장관이 제기된 의혹과 무관하다는 점은 검찰 수사와 재판 외에는 밝힐 방안이 없다. 그리고 수많은 의혹이 소명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조국 장관은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외치고 있으며 대통령은 임명 철회를 할 움직임이 없다. 여기에 지지자들은 검찰개혁이 곧 조국 장관 지키기인 것으로 호도하며 세과시를 하고 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중국은 문화대혁명이라는 전대미문의 동란을 경험했다. 지도자의 무오류성을 강조하며 수백만 홍위병들은 造反有理 모든 반대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기존의 체제를 깨부수었다. 대통령의 무오류성을 믿으며 자기 진영의 일을 모두 개혁이라는 가치로 둔갑시키는 모습을 보며 문화대혁명의 서막을 보는 것 같다.

조국 장관 지키기가 검찰개혁으로 둔갑되면서 박범계와 표창원 등이 주창하던 검찰개혁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검찰개혁의 내용이 사라지면서 조국은 박범계와 표창원보다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에 꼭 조국이어야만 하는지, 조국 장관 임명이 정말 검찰개혁을 위한 조치였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검찰개혁보다는 대통령의 무오류성을 증빙하기 위해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모택동이 홍위병을 동원하여 문화대혁명을 일으켰듯이 지지자들을 모아 진영논리는 민주주의의 좋은 본보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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