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부문대표 사퇴 신호탄…선거법 재판 '사필귀정' 확신 '농민 속으로...'

[한국농어촌방송=정양기 기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김정식 농협중앙회부회장, 이상욱 경제지주대표, 허식 농협상호금융대표의 사표를 수리하고 대대적인 조직 쇄신에 본격 착수했다.

'농민을 위한 농협건설'을 기치로 한 김 회장이 검찰의 무리한 선거법 수사 등의 악재를 털고 지난 7개월 간의 치밀한 준비 끝에 자신감을 얻고 자신의 ‘혁신농협 경영철학’을 구체화 할 '친정체제' 구축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사진제공=농협중앙회)

이번 인사는 애초에 연말에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고되었지만 농협법 개정안과 농협이 처한 위기 등에 대처하기 위해 좀 더 서두른 것으로 김 회장이 지난 3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단행하는 대대적인 인사조치다.

농협법에 따라 내년 2월28일까지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 기능을 경제지주로 이관해야 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금융지주 대표이사들에 대한 인사단행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협 특혜대출 등의 논란으로 지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온 이경섭 농협은행장과 김용복 농협생명대표가 조만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인사추천위원회는 조만간 회의를 열고 공석이 된 이들 각 부문대표 후임에 대한 인사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농협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이미 국감 등을 통해 연말쯤 구조개혁을 포함한 대대적 조직 쇄신을 예고한 바 있다"며 "해당 부분에 맞는 전문성과 능력이 최우선 고려 요인이지만 결국 김 회장의 경영철학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인물들이 대거 발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김병원號’ 친정체제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 그는 누구인가?

농협중앙회장 김병원(63) 회장은 ‘집념의 사나이’라고 불리운다. 2007년과 2011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도 출마한 데 이어 이번에 세 번째 도전 끝에 234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거대조직 농협을 총괄하는 회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 지난 1월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된 김병원 회장(사진제공=농협중앙회)

1차 투표에서 104표를 얻은 이성희 후보에게 13표 뒤진 2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한 후, 결선투표에서 이 후보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하며 지난 3월 234만명의 조합원과 1136개의 지역 조합, 8800명의 임직원과 400조원에 육박하는 자산을 거느린 민선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하게 되었다.

친화력이 뛰어나고 학구파 농협맨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병원 회장은 나주 출신으로 전남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와 농업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실력파다.

그는 1978년 남평농협에 입사해 전무를 거쳐 1999년부터 2014년까지 13~15대 남평농협 조합장을 3선 역임했으며, 농협중앙회 이사로 8년간 재직했다.

이후 NH농협무역 대표이사와 농협양곡 대표이사를 역임한 김 회장은 전남대 겸임교수와 한국벤처농업대학 교수로 활약하며 후진양성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뿐만아니라 농림부 양곡정책 심의의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자문위원, 전국 무 배추협의회 회장 등 농업분야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해 온 탁월한 정책 역량과 현장 실무에 능통한 전천후 농협맨으로 알려져 있다.

▲ 현장에서 소통을 중시하는 김병원 회장(사진=김병원페이스북)

특히 김 회장은 소통과 현장을 중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페이스북 등 SNS 뉴미디어를 통한 조합원들, 농민들과의 소통은 이미 취임 7개월 동안 그의 중요한 혁신농협 전도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현장을 가장 많이 찾는 농협 회장으로 기록되고 있다.

- ‘김병원號’ 농협법 개정, 선거법 재판 악재 털고 본격 출항

<표적수사 논란 선거법 재판 '사필귀정'...검찰도 인정한 대가성 무혐의>
지난 7월 11일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병원(63) 회장이 지난 8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첫 공판이 열렸다.

▲ 재판정에 들어가는 김병원 회장

이날 재판에서 김 회장의 변호인은 "선거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김 회장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측근들이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을 도와줬을 뿐 서로 공모하지는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 회장을 지지해달라는 문자 메시지 등을 보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되어 함께 재판을 받은 합천가야농협의 최덕규(66) 후보의 변호인도 주된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만 김 회장을 도왔을 뿐 개인적 이익을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검찰은 지난 1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수사의뢰를 받아 압수수색 6차례, 관련자 200여명 소환 등 6개월간 저인망 수사를 벌이며 찾으려 했던 김 회장의 금품제공 혐의는 끝내 찾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밀어주기의 대가로) 김 회장측이 최 조합장 측에 금품을 제공하거나 자리를 약속하는 등의 행위는 확인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농협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끼리의 통상적인 지지행위를 부정선거로 간주해 김 회장에 대한 표적수사 논란이 일었었다. 김회장은 '사필귀정'(事必歸正 :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뜻)을 믿는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정부가 무리수를 두었다는 농협법 개정을 비롯하여 사실상 올해로 마무리되는 농협경제지주로의 경제사업 이관, 그리고 부실대출 건으로 불거진 농협금융지주의 부실채권 문제 등 산적한 문제를 전임 집행부로부터 넘겨받은 김 회장이 적잖은 어려움 속에서 어떤 해법으로 농엽혁신의 ‘김병원號’을 순항시킬지 주목되고 있다.

<농협법 일부 개정안의 축산경제 대표 선출방식 반발 확산>
농림축산식품부의 농협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축산업계가 초강경 대응을 선포한 상태에서 김병원 회장의 고민이 깊다.

김병원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정부는 농협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통과시켜 정부의 법 개정 방안은 사실상 확정됐다. 앞으로 국회의 법 처리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안이 그대로 확정될지 아니면 일부 수정될지 관심사다.

그동안 축산경제대표는 농협법 제132조인 ‘축경 특례’에 따라 139개 축협조합장 가운데 20명의 조합장 투표로 선출돼 왔다. ‘축경 특례’는 2000년 자본 잠식 상태였던 축협이 농협에 통합되며 도입된 제도다. 축협 조합장들이 축산경제 대표를 뽑고 축산경제 대표가 농협 내에서 독립적 재산과 사업권을 보장받는 게 핵심이다. 이로써 축산 특례는 축산 부문이 농협 내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근거가 됐었다.

범축산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수정안은 축협조합장에 의한 축산대표 선출 방식을 사실상 임명제인 임원추천회의로 후퇴시키는 내용으로 축산특례의 법적 보장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며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농협법 개정안 담당자는 “대표 선출과정에 외부인사를 참여시켜 공정성을 높인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축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국회를 설득하는 방법 외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병원 회장은 지난 국정감사 답변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농협법 개정에 대해 이미 농협의 손을 떠난 상태가 아니냐는 입장이다. 정부와 축산 비대위 측의 갈등 문제에 대해 농협중앙회 수장으로서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혁신 농협, 국민의 농협, 농민의 농협을 주창하고 있는 김 회장의 남다른 리더십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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