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두 달 이상, 정확하게 66일 동안 조국이란 인물을 둘러싸고 마치 온 나라가 두 동강 난 것 같은 진통과 소동이 있었다. 향후 후임 법무부 장관이 누가 임명되고, 조국이 빠진 검찰개혁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진행될지, 또 조국패밀리와 관련된 범죄 성립여부에 따른 후속 수사와 기소 등 사법처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 결과에 따라 정국이 어떤 파행을 보이게 될지 모르겠지만 조국 본인의 사퇴와 국민에게 많은 갈등을 야기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대통령의 사과로 일단 소강 또는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조국사태가 한국사회에 화두를 던진 시사점과 이를 통해 드러난 한국정치의 모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열거해보자. 극심한 국론분열, 광장정치의 폐해, 의회정치의 실종, 정의와 공정성의 이중잣대, 전형적인 내로남불, 강남좌파의 민낯, 위인설관과 자파 중심 인사편중, 권력형 주가조작, 조국 수호에 나선 셀럽들의 비상식, 대통령의 불통과 고집, 내부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여권의 경직성, 가짜뉴스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 지상파를 비롯한 제도 언론의 편파성, 대학입학제도의 허점, 대학 장학금 지급의 무원칙, 검찰개혁의 진정성, 586세대와 19세대에 대한 재평가, 내란선동 폭력집회(?)와 자발적 시민참여 집회(?)의 자의성, 지역감정과 진영논리를 초월한 계급충돌의 대두, 20대 그룹이 보인 분노와 좌절, 좌파가 곧 진보라는 등식의 와해 등 실로 다양한 정치·사회적 해결 과제와 논의점이 쏟아졌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진정한 시대적 적폐일지도 모른다.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를 다시 되돌아보면, 서초동은 검찰개혁과 조국 수호를 외쳤고 광화문 집회는 조국 반대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수호를 외쳤다. 양쪽 집회현장을 다 돌아보고 개인적으로 느낀 소감은 광화문 집회 참여자가 그렇게 많았던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수호가 검찰개혁보다 상위 개념이었다는 측면도 있지만 ‘정직성’이란 극히 상식적인 화두에 대해 현 정권이 보인 파행적인 행보가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고 또 시위현장으로 불러들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직성을 다른 말로 하면 도덕성이고 투명성이다.

현 집권여당은 그동안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이용해 권력을 쟁취한 정치집단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정성과 공평성, 사회정의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거꾸로 반대 정치세력에게 되치기를 당하는 결과를 맛보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스스로가 주장해온 정직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이중잣대의 언행을 보였기 때문이다. 광화문에 쏟아져 나온 국민들의 참여 동기는 여기에 있다. 박근혜 탄핵을 불러왔던 촛불시위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국민의 그 분노를 이번 광화문 집회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정직성이란 지극히 평범한 상식의 궤를 벗어나는 정치는 곧바로 오만이 되고 독선이 된다. 정직성은 국민이 정권과 정부에 대해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지지 즉, 신뢰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집권 2년 반이라는 반환점을 돌아서는 현 정권이 이번 조국사태를 통해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의 방향성을 냉정히 돌아보고, 향후 추진할 과제를 재점검하는 한편, 진솔한 자성과 성찰을 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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