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한국농어촌방송/경남=오규열 일대일로연구원 부원장/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매우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가톨릭 신자는 불교, 개신교에 이어 세 번째 규모로 인구의 약 10%인 5백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편 12명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4명이 가톨릭신자이다. 김대중 토마스모어, 노무현 유스토, 박근혜 율리아나, 문재인 대통령은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지고 있다.

인류는 종교의 차이 때문에 수많은 전쟁 벌이며 서로를 죽이며 죽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개신교, 가톨릭, 불교가 분점하고 있으나 서로의 신념을 존중하면서 큰 종교적 갈등 없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서로 다른 종교 간에 갈등이 적은 반면 희한하게 같은 종교 내, 이념 갈등이 크다. 불교, 개신교, 가톨릭 모두 내부적으로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를 개혁의 대상이라며 대항하고 있다.

천주교계는 김수환 추기경이 생존했을 때까지 보수와 진보의 통합을 이루었으나, 이후 극심한 진영 갈등을 벌이고 있다. 한국 천주교 최대 교구인 서울대교구는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염수정 추기경까지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한국 내 최대 교구임은 물론 신부의 최고직위인 추기경이 교구장을 맡고 있음을 내세우며 한국천주교회의 대표성을 자임하고 있다. 반면 한국 내 교구 지도자들의 협의체인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광주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2014년부터 의장을 맡으면서 진보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교회법 제447조에 따라 ‘한국 교회 전체의 공동선 증진을 위해서 사목 임무를 공동으로 조정하여 수행하도록 사도좌가 법인으로 설립한 상설기관으로 한국 주교들의 회합’을 가리킨다. 그러나 현실은 한국 천주교회의 주도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 상태이다.

서울대교구 지도자들은 민주화 이후, 정치문제는 정치권에 일임하고 교회는 신자들의 영성 성장에 전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교회의는 교회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진보진영에 대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외부로 보이는 이러한 모습과 달리 실제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본질은 한국 천주교회의 패권을 둔 다툼이다.

2016년 11월 7일 박근혜 율리아나는 최순실 사태가 시작되면서 민심이 흉흉해지자 종교계 지도자들과 오찬을 갖고 국민통합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이때 초대받은 인사들은 개신교, 천주교, 불교 지도자들 가운데 보수진영의 대표 인사들이었다. 천주교회를 예로 들면 진보의 김희중 주교회의 의장은 초대받지 못했고 보수적인 입장의 서울대교구 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초대받았다. 2019년 10월 21일 문재인 디모테오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종교계 지도자들과 오찬을 갖고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에 초대받은 인사들은 개신교, 천주교, 불교 지도자들 가운데 진보진영의 대표 인사들이었다. 천주교를 예로 들면 염수정 추기경이나 정진석 추기경은 제외되었고, 김희중 주교회의 의장이 초대받았다. 율리아나나 디모테오는 모두 겉으로는 국민통합을 말했으나, 실제는 자기 진영의 종교지도자들에게 구원요청을 한 것이다. 두 대통령 모두 국민통합을 내걸었으나 여러 종교의 자기 진영 사람들만을 만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정책비전을 가지고 경쟁하며 국민의 심판을 받아 정권을 획득한다. 박근혜나 문재인 대통령 모두 국민을 상대로 정책비전을 제시하며 5년간의 권력을 획득한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자신이 속한 정당과 진영의 입장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은 멋진 모습이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부터는 한 정파의 대표가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11월 7일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진영의 종교지도자들이 아닌 진보진영의 종교지도자들과 대화를 하였다면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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