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홍시 그리고 곶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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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칼럼東松餘談] 홍시 그리고 곶감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 승인 2019.11.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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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곶감의 전국적 주산지인 산청 덕산에서 중산리로 가는 길옆에 볼 수 있는 야산 감나무들이 수많은 주홍색 감들을 가지 끝이 휘늘어지도록 매단 채 맑디맑은 코발트빛 하늘을 배경으로 초겨울을 맞고 있다. 코발트 하늘빛과 주홍색 감들이 연출하는 너무나도 선명하고 명징한 색깔의 콘트라스트가 빚어내는 초겨울 풍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입 다물지 못하고 감탄을 연발하게 만든다. 다른 한편으로, 지리산 자락 마을 곳곳에는 감들의 껍질 벗은 속살에 늦가을 햇볕과 차가운 겨울바람이 지나가면서 슬며시 만져주고 내려앉으면서 떨떠름하기 짝이 없는 제 성질머리를 차츰 죽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혀끝을 희롱하는 꿀 같은 달콤함으로 제 모습을 바꾸어 가는 계절이 지금이기도 하다. 옥상 위에, 처마 끝에, 수천 개 수백 개의 곶감 예비군이 줄줄이 매달려 사열하고 있는 모습도 참 정겨운 이맘때 고향의 풍경이다.

옛 고향집 마당에도 감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 말이 두 그루이지 여덟 형제를 포함해 열 명이 넘는 집안 대식구의 겨울 간식거리는 충분히 될 정도로 수확량이 제법 많았고 감나무의 모양새도 제법이었다. 봄이면 감꽃을 모아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며 놀기도 했고, 여름밤이면 감나무 아래 평상에 누워 모깃불 연기를 친구삼아 은하수를 따라 반짝이는 하늘의 별을 세다가 잠들기도 했다. 여름이 지나가면서 태풍으로 땅에 떨어진 땡감을 모아 소금과 잿물을 풀어 넣은 단지에 쟁여서 시큼한 감으로 삭혀 먹기도 했다. 그리고 늦가을 서리가 내리면 식구들이 모두 나서서 감을 땄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매달린 감은 간짓대 끝을 쪼개어 벌림새를 만든 뒤에 고개 아프게 하늘을 쳐다보면서 가지를 꺾어 따기도 했다. 물론 아예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매달린 감은 까치밥으로 남겨두긴 했지만, 다 따낸 감들은 광속의 커다란 보리쌀 뒤주 속에 차곡차곡 제자리를 차지하고 깊숙이 들어앉았다. 그리고 긴 겨울을 지나면서 이 감들은 곶감과 홍시라는 모습으로 변해 우리 형제들의 짧은 겨울 입맛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처럼 감나무처럼 봄에는 꽃을 보고, 여름에는 그늘을 즐기며, 가을에는 열매를 따서 먹는 등 사시사철 우리만큼 생활과 친근한 존재가 되며 과실 또한 변신의 귀재라고 불릴 만큼, 실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비견될만한 과수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조선시대 향약집성방에서는 감나무는 수명이 길고, 녹음이 짙고, 새가 집을 짓지 않으며, 벌레가 꼬이지 않고, 단풍이 아름다우며, 열매가 좋고, 낙엽이 거름이 된다하여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좋은 나무라고 예찬했다. 각종 물기물질과 비타민의 보고인 곶감이 최근 연구에서 기억력 향상에 좋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내년 1월초면 덕산에서 한바탕 곶감축제가 열린다. 해풍이 스며든 영광굴비처럼 지리산 골바람에 제대로 깊은 맛이 자리한 올 한해 곶감농사의 결정품들이 제각기 빚어낸 단맛을 뽐내며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지난 사계절 온갖 비바람과 한설을 견디면 맺어낸 결실이 제 주인을 기다리는 축제 한마당이다. 세계적으로 감나무의 종류가 4백 개나 되지만 식용이 가능한 감은 4종류에 불과하고 그것도 한·중·일 세 나라, 동아시아 지역에서만 집중 출하된다. 한국과 중국은 홍시와 곶감을, 일본은 단감의 원산지라는 점에서 단감을 생과로 주로 즐긴다. 그런 점에서 특히 감의 국제화 가능성은 충분하고 전망도 밝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홍시와 곶감이 조만간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K푸드의 핵심 전략 아이템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고향 후배가 보내준 고동시 몇 개가 거실에 자리 잡고 홍시로 변신을 하고 있다. 빨리 먹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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