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면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관혁악단이 서로 음을 맞추는 것을 쉽게 보게 된다. 그것은 악기가 무대로 나오는 순간 음높이가 변하기 때문에 현악기의 경우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악기를 튜닝(tuning)해야 하는 것이다. 목관악기 오보에가 기준음(A)이기에 오보에의 기준음을 따라 다른 현악기들이 음을 맞춘다. 물론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때는 먼저 악장이 피아노의 A음을 치면 오보에가 그 소리에 맞추고 이어 모든 악기가 이 소리에 음높이를 맞춘다고 한다. 그래서 오케스트라가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악기의 가격이 아니라 서로 악기마다 튜닝을 잘 했느냐에 달려 있다. 튜닝이 잘 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고가의 악기를 갖고 있더라도 좋은 하모니를 낼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악기만이 아니라 모든 기계와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생산성과 인류를 위한 최고의 서비스가 지능화되고 전문화되는 과정에도 튜닝이라는 기술은 중요하다. 이러한 인공지능과 정보시스템의 튜닝은 세계적인 경제, 사회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튜닝은 사회구조의 새로운 발전과 미래지향적인 꿈을 현실화시키는 중요한 과정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스스로 튜닝을 잘하지 못한다. 물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패션의 변화, 외모 콤플렉스로 인한 성형의 발달, 학벌과 인맥 중심의 출세와 성공주의의 진화 등 외형적인 튜닝은 날로 더 새로운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가짐과 생각, 감정과 성품 등 인간 내면의 튜닝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인간의 사리사욕과 정욕과 이기주의와 기회주의와 대립과 불신, 다툼 등 인간관계 불협화음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면생활의 튜닝을 해야 한다는 의식조차 갖지 못하고 살았다. 산업발전과 근대화에 맞물려 정신없이 잘살아보자는 슬로건 아래 달려온 인생이었지만 결국 인간이 기계와 인공지능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현실을 맞이한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 내면의 깊숙한 곳에는 온갖 상처와 아픔으로 얼룩져 몸도 마음도 굳어 버렸고 인습에 눌려 언행과 생각과 태도와 습관 그리고 인품과 성격이 이전보다 퇴보되었다. 오늘날 이기주의에 만연한 삶과 나홀로 사는 것에 만족한 세상이 되다 보니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가정공동체 속에 지속적인 불협화음이 화염을 내뿜고 있다.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살기 싫은 세상이 되었다. 그것은 인간내면의 튜닝이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세상의 빛과 소금처럼 살라는 주님의 말씀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의 이기적인 욕구분출을 위해 정치, 권력과 야합하거나 독단적이고 잘못된 신앙교훈으로 오히려 세상의 해를 끼치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많아졌다. 신앙생활은 체험과 감정 중심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아니고 탁월한 경험과 헌신된 삶으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인격과 신앙이 튜닝이 되는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 신앙생활의 기준음을 잡아 주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인데 성경과는 무관한 자기논리식의 종교관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를 존중해주는 성숙한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 있는 내면의 튜닝이 필요하다. 문화적, 정신적 코드가 다르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기준음을 중심으로 영적 튜닝을 지속적으로 할 때 건강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 하나님과 세상 앞에 부끄럽지 않으며 삶의 튜닝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올바른 성도가 많아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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