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유증기 폭발 사고, 시민들 우려
화재발생시 벤젠⋅톨루엔등 1급발암물질 배출
노후화된 시스템 교체⋅회수장비 설치 등 시급
셀프 주유 전 시동끄고 정전기 방지패드 이용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한국농어촌방송/교통뉴스 = 김종혁 기자] 전국 각지에서 유증기(기름증기) 폭발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옷깃만 스쳐도 생기는 정전기 등으로 주유소와 유류 저장소의 화재 위험성이 크다. 관리 시스템 정비와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최근 대구의 한 주유소에서는 자동세차기 주변 유증기가 폭발해 인근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승용차가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다. 소방 당국은 차량 42대와 인력 105명을 동원해 20여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고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지하 기름 저장 탱크와 연결된 유증기 회수장치의 배관 노후화를 사고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유소에는 자동차에 휘발유를 공급할 때 많은 유증기가 발생한다. 기름 방울이 안개처럼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증기가 실외에서 떠다니다 발화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회수장비 설치가 중요하다. 회수장비는 기체로 증발한 기름을 다시 액체로 만들어 지하 탱크에 보관, 대기 중 유증기를 최소화 하도록 돕는다.

한국환경공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회수설비를 갖춘 주유소 3229곳에서 배출된 5958t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중 약 90%가 회수됐다. VOCs에 포함된 1급 발암물질인 벤젠과 톨루엔도 9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에는 곳곳에서 쉽게 발생하는 정전기가 복병이다. 순간 전압이 수만 볼트에 이르는 정전기가 유증기와 만나면 엄청난 화재와 폭발 사고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운전자가 직접 주유를 하는 셀프 주유소가 증가하면서 정전기 사고 위험성도 커졌다. 운전자는 직접 주유하기 전 반드시 자동차 시동을 끄고 정전기 방지 패드를 이용해 손에 있는 정전기를 방전시켜야 한다. 손에 핸드크림을 바르는 것도 정전기 제거에 도움이 된다.

 

제공=한국환경공단

유증기 폭발 사고로 나오는 화학물질도 인체에 치명적이다. 벤젠, 톨루엔 등 1급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단기간 급성 노출로 현기증과 빈혈 등을 유발하거나 중추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다.

지난 5월 17일, 18일 충남 서산시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유증기 유출 사고는 이 같은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당시 사고로 현장 근로자 8명이 다쳤으며 상당수 주민은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호소했다. 환경부와 관계 기관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2차례 연이어 발생한 사고로 주민과 근로자 3640명이 병원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화토탈 공장의 유증기 사고는 회사 측이 안전관리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고, 공장 내 전문 관리 인력의 공백을 대충 메운 ‘인재’로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부는 이 같은 유증기 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대도시 주유소 내 회수설비 설치 의무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회수설비가 설치된 곳은 전체 주유소의 약 40%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노후화된 회수장비 교체 등 관련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더욱 철저히 하고 행정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고양시 일대를 검은 연기로 뒤덮으며 110억원의 재산 피해를 낸 '고양 저유소' 사건의 경우 법원은 1심에서 소유주인 대한송유관공사에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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