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감지못한 빙판사고 가장 치명적
블랙아이스 면적은 살얼음에 비해 좁다
물과 얼음이 섞인 슬러시현상 가장위험
버스 마른노면대비 빙판제동거리 7.7배
화물차는 7.4배, 승용차는 4.4배가 증가

사진제공: SBS NEWS 유튜브
사진제공: SBS NEWS 유튜브

연일 블랙아이스 사고 이야기가 언론을 달구고 있다. 거의 하루걸러 한 번씩 사고가 발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온이 딱 운전자들이 방심하기 적당하도록 –2~-3도에서 영상 5도 내외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아예 한파가 몰려오는 영하 10도 추위라면, 모두들 빙판길을 예상하고 조심할 텐데, 차에서 확인되는 온도계가 영상이라는 것이 운전자들을 안심시키면서 오히려 사고를 키우고 있다.

블랙아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의 용어정리부터 필요하다. 본래 블랙아이스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겨울철에 눈이나 비가 내릴 경우 낮 동안 다소 포근한 기온에 눈이 녹은 후 아스팔트 틈새로 스며들 수 있다. 밤에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 녹았던 물기가 도로의 기름 및 먼지 등과 섞여 까맣게 얼게 된다. 냉장고에 얼음을 얼려봐서 알겠지만, 부피가 늘어나면서 도로면 위로 솟아오르게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아스팔트처럼 까맣고 반짝여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블랙아이스라 부른다. 게다가 블랙아이스는 수십 미터 규모의 큰 범위로 얼어 있지도 않고, 살짝살짝 미끄러지지만 놀란 운전자 입장에서는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블랙아이스는 가까이 다가가면 오히려 눈에 안 띄는 경우가 많고, 다소 거리가 있을 때 티브이 모니터처럼 검게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야간에는 반대차선의 라이트 불빛이 반사되는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건설된 고속도로는 대부분 콘크리트 도로이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상주 고속도로도 콘크리트 도로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블랙아이스라기 보다 결빙이라고 해야 옳다.

그렇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사람들 눈에 확 띄지 않고 확인이 즉시 어렵다는 의미라면 블랙아이스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우주 물리학에서 중력 작용으로 인해 존재감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법으로도 확인이 안 되는 물질을 암흑물질이라고 부르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운전자 여러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앞으로는 블랙아이스라고 부르는 추세로 판단된다.

대부분의 블랙아이스 관련 사고는 다중 추돌사고가 많다. 노면이 얼어붙으면서 제동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에 보고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주변에 강이 있는 지역은 눈이나 비가 오는 날씨가 아니어도 새벽에는 타 지역보다 서리가 많이 내리게 되고, 특히나 다리 위는 지열이 전달되지 않고, 위아래로 부는 바람 때문에 일반도로 보다 기온이 몇도 더 낮게 된다.

결국 일반도로의 경우에 아침에 해가 뜨면 녹아 없어지는 서리가, 다리 위에서는 몇 시간 더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사고지역 대부분이 강가나 교량 혹은 고가도로로 확인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리가 내리면 노면의 마찰계수가 빙판길과 비슷한 정도로 떨어지면서 제동거리가 2배 이상 길어지게 된다.

보통 시속 100km 주행 시 젖은 노면의 제동거리는 50m 내외이며, 타이어 메이커별로 44~56미터 정도를 나타낸다. 문제는 테스트 드라이버가 전력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았을 경우가 이정도이고, 앞차의 제동상황을 보면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가 위험하다 싶을 경우 꽉 밟는다고 가정하면 70m 이상 길어질 수 있다.

그래서 고속도로에서 안전거리를 100m 이상으로 하라는 것이다. 물론 앞차도 어차피 미끄러진다고 주장하며 안전거리를 30~40m 미만으로 유지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이유는 화물차에서 낙하물이 생길 수 있고, 앞차가 그 앞차와 추돌하면서 바로 정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살짝 결빙된 도로에서 안전거리를 평소처럼 유지하면 연쇄추돌사고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만약 운전 중에 결빙 혹은 블랙아이스가 발견되면 먼 거리에서 노면이 정상 범위를 넘어 반짝거리는 것을 발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미리 차량의 속도를 낮추고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한 후에 블랙아이스 구간은 가능한 브레이크나 핸들 조작 없이 지나가는 것이 안전하다. 최근에는 염화칼슘 등의 영향으로 도로 곳곳이 파이고, 구멍이 난 포트 홀이 제법 많이 존재한다. 여름철과 같이 증발이 쉽지 않은 탓에, 야간이나 새벽에 얼면서 블랙아이스가 생성되는 것이다.

겨울철 차량 운전은 늘 조심스럽다. 그런데 다중 추돌사고는 눈이 잔뜩 쌓여 있는 한 겨울 보다, 지금과 같이 막 겨울이 시작되거나 이른 봄철과 같은 환절기의 새벽에 많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원인은 도로가 얼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안 하는데 있다.

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발표한 2018년 노면상태별 교통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슬러시 도로에서 발생된 교통사고 치사율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된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노면상태별 교통사고 분석결과에서는 해빙상태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수 6.67명, 서리‧결빙상태에서는 1.77명으로 마른노면 사고보다 4.05배와 1.07배가 각각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도로 적설‧결빙 시 보다, 해빙 시 교통사고가 치사비율을 3.76배 높이는 요인으로 조사됐다.

더 이상한 건, 눈이 내리거나 쌓인 상태의 눈길에선 오히려 마른 노면보다 치사율이 낮은 1.12로 나타나, 서로가 조심하는 운전 분위기와 서행과 안전이 이런 결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어촌방송DB
한국농어촌방송DB

운전자가 위험상황 예측하면 충분한 감속과 차량간격 유지 등 안전대비 운행을 하는 데 반해 눈과 얼음이 물과 뒤섞여 있는 이른바 슬러시 도로나 살얼음 상태의 도로에서는 위험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도 많고 대형화 되고 있다.

특히 해외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난 기온과 교통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분석 또한 기온이 아주 낮을 때 보다는 영하3℃~영하 4℃ 사이 권에서 교통사고 빈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발표됐다.

한국농어촌방송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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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실시한 실차 주행 빙판길 제동거리 측정 시험에 따르면, 시속 50km 주행 시, 버스 제동거리는 마른노면 대비 7.7배, 화물차는 7.4배, 승용차는 4.4배 증가했다.

농어촌방송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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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살얼음은 운전자가 눈치 못 채는 사례가 많아 사고도 발생도 많지만 지열이 닿지 못하는 교량과 고가도로를 비롯 산과 산을 있는 고가와 산악도로는 살얼음이 어는 취약점이 강한 곳이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북향으로 늘 그늘져 있는 도로의 경우, 결빙이 빨리 오고 오래 유지된다. 이럴 경우 제동거리는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래서 필자는 장거리운전을 하면서 산악지역으로 접어들거나 그늘진 산모퉁이 도로를 이용할 경우 전후좌우를 살핀 후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 노면 상태를 미리 체크하곤 한다.

국도나 고속도로를 지나다 보면, “야생동물 출몰지역” 이라는 경고판을 자주 보게 된다. 분명 야생동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지역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블랙아이스 사고에 대한 통계도 있을 텐데, 왜 아직도 경고판을 세우지 않았는지 이상하다.

전국적으로 2014~2018년 사이 결빙 혹은 블랙아이스 관련 사고가 3회 이상 발생한 구간이 117곳이라는 통계도 버젓이 나와 있는데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블랙아이스가 발생하도록 예방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본인들 즉 관리자들의 태만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발표 혹은 표지판 세우는 것을 쉬쉬하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직무유기라고 보여 진다.

본인들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 혹은 비난이 무서워 지속적인 사고 그리고 이어지는 사망사고를 몇 년째 방치하는 것은 더욱 큰 범죄행위다.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이호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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