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가족 상담을 전문하는 심리학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고 사회학자들이 오늘날 병든 사회를 조명하며 언급하는 말이 있다. 바로 ‘역기능 가정’이라는 말이다.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 가족과 함께 있지 않고 돈과 일에 빠진 일중독자, 가장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충동적인 놀음에서 손을 빼지 못하는 도박중독자, 외도를 해 다른 살림을 차리고 자식들을 돌아보지 않은 아버지, 이혼했거나 재혼한 가정에서 편모, 또는 계모, 엄격하고 율법주의적인 신앙생활을 고수했던 부모, 중풍이나 뇌성마비와 같은 중병을 앓는 환자, 의처증이나 의부증세를 나타내는 부모를 둔 가정, 아니면 기본적으로 식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한 가정을 통틀어 ‘역기능 가정’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역기능 가정에서 자란 사람을 성인아이(adult child)라고 부른다.

성장하면서 받은 내적 상처는 우리 안에서 점점 밑으로 내려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습관으로 나타나게 된다. 내 성격의 일부, 인격의 일부가 되어 남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는데도 내가 모르는 이유는 이미 그것이 생활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상처를 주면서도 상처를 주는지 모르고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상처가 있는 사람은 화살처럼 꽂혀있는 자신의 상처의 화살을 뽑아서 화살촉을 더 뾰족하게 만들고 거기다 독을 묻혀서 자기와 가까운 사람부터 닥치는 대로 화살을 쏘아댄다. 거의 독화살과 다름없다. 자기가 받은 상처만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며 사는 세상이 되었다. 자기뿐 아니라 자기와 가까운 사람에게까지 상처와 아픔을 주게 된다. 치유 받지 못한 상처는 투사되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독일에 아주 똑똑하고 총명한 소년이 있었다. 그런데 그 소년은 어느 날 자기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자기 어머니와 정을 통한 남자는 바로 독일인이 아닌 유대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유대인 아버지는 어머니와 가정을 버리고 떠나 버렸고 가정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 이후로 이 소년은 큰 상처를 받고 유대인을 향한 미움과 복수심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 같은 아픈 상처와 그치지 않는 복수심으로 세월을 보내온 소년이 세계사에 엄청난 일을 저지른다. 그 소년이 바로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한 히틀러였다. 상처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이처럼 상처를 안고 살아가다가 여러 가지 모양으로 투사되어 모든 가족과 소속한 공동체를 해치며 자신도 죽어가는 것이다.

오늘날도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참 많다. 진정한 치유를 경험하는 현대인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치유를 받은 상처는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다. 영성신학자인 헨리 나우웬의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책이 있다. 그는 예수회의 신부로서 전 세계 모든 목회자들의 영성을 깨워주는 위대한 학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예수님을 상처받은 치유자로 표현한다. 예수님은 뭇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았고 제자들의 배신으로 상처를 받았으며 마지막 십자가의 상처를 받고 그는 거기에서 살이 찢겨지고 피 흘리면서 죽었다. 예수님의 생애는 한마디로 말한다면 상처받는 생애였다. 사람들로부터 상처받고, 자기 백성들로부터 상처받고, 제자들로부터 상처받고, 마지막 하나님으로부터 십자가에 못 박히는 상처를 온몸에 지니고 죽는 상처의 인생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러한 상처를 원망하지 않았고 불평하지 않았다. 인류의 모든 상처를 홀로 체험하신 예수님은 결국 인류의 상처를 치유하시는 위대한 치유자가 되셨다. 성인아이에서 벗어나는 길은 예수님을 만나는 길 외에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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