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의세상엿보기] 바람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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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의세상엿보기] 바람의 흔적
  • 김용희 시인·수필가
  • 승인 2020.01.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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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필가
시인·수필가

[한국농어촌방송/경남=김용희 시인·수필가]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월화드라마 ‘블랙독’에서 입학부장 박성순의 어록이다. “뭘 좀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세상에 태어났으면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자존감을 가지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보기를 원한다.

이렇게 듣기 좋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누가 날 어떻게 대하든 나에게 맡겨진 일은 최선을 다하면 된다. 성실하게 혼신의 열정으로, 학생은 공부를, 선생은 교육을, 농부는 농사일을, 어부는 고기잡이를…, 대우받지 인정받지 못했다고 실의하거나 소홀하거나 좌절하거나, 혹은 포기하거나 더더욱 공격하거나 비난하거나 파괴할 일은 아니다”라고.

그런데 우리 사회 어떤가? 남의 집 아들 특혜라면서 자기 아들 더욱 큰 특혜받은 모 국회의원, 임명권자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들, 비난하다 간택(揀擇)되면 완전히 입장을 바꿔버리는 카멜레온, 권력의 끝자락이라도 붙들려면 정치권의 혹은 기관들의 눈치만 오로지 바라봐야 하는 사회환경,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는 사실상 틀렸다. 모든 권력은 정치권 권위주의 그 천년의 구조로부터 나온다.

직업이 사명이고 소명(Calling)이라고 아무리 되뇌이고 자기세뇌 해도 쉽지 않다. 오로지 자신의 영달과 성공만을 위하는 이기적 유전자들의 천국, 그것은 공멸(共滅)로 가는 지름길이다. 선의지(善意志)와 각자의 지체(Members)의식, 이런 최소의 공의지는 밑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드라마 ‘블랙독(Black dog)’ 의미는 우울 낙담이란다. 기간제교사 사회초년생이 사회축소판 학교에서 고군분투 살아내는 이야기. 베테랑 연기자들의 내공이 대단하다.

물론 이런 출세간(出世間)도 있다. 조선이 왜 대제학보다 선비를 더 인정했을까? 대제학이라면 임금이 지명한 최고의 국립대학 총장, 그것보다 더 권위 있는 호칭이 ‘처사(處士)’란다. 물욕 명예욕을 떠난 처사, 그게 유교 최고의 가치였다. 그러나 욕망! 출세간을 거부한(?) 조식(曺植) 선생도, 인기에 세간에 야합한 사대부들도 다 옳은 건 아니겠다. 자기를 비난한 조식을 포용한 퇴계(李滉)가 오히려 더 높은 학문의 경지를 가진 듯한 것은 인간은 세간을 살기 때문이리라.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다. 머무는 바람 없고 사라지지 않은 이슬 없다. 때문에 그리 추하게 살 일도 집착할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누구나 흔적일랑 남기고 싶은데.

“나보다 더 고독했던 남자 고호(Vincent van Gogh)”. 창녀와 살면서 자식들 밥벌이도 제대로 못해준 남자, 자신의 귀까지 잘라버린 기행으로 정신병원 입원, 그리고 아마도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한 고호, 사후에 가장 뜬(?) 화가. 원하는 목사시험에도 불합격한 그야말로 당시에는 사회적 루저(Luser)였다. 그러니 누구도 고호처럼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삶이 외로운 건 모든 것을 걸기 때문”이라고? “모든 것을 걸어도 후회하지 않는 것도 사랑”이라고. 이 가사 어느 시인의 시인 것으로 아는데, 무슨 일이든 모든 것을 다 걸어야지 사랑도 마찬가지. 그게 흔적으로 남는 바람일지라도 그게 사는 맛 아닐는지.

우리 사회? “때려쳐 이 새끼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새끼~” 욕을 있는 대로 다 먹는 이는 이국종 교수, 무지막지하게 소리를 질러 대는 인간은 아주대 의료원 유희석 원장이란다, 외상센터에 병상도 배정 않고, 예산 20억 배정된 것도 쓰지 않고, 헬기도입은 꿈도 안꾼단다.

한국은 원래 이런 나라 아니지 않았냐고, 그래서 그는 외국으로 떠날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이렇게 미친 사회가 한국사회? 현각스님이 한국 불교계 인내심 바닥나서 떠난 이유와 비슷한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이런 미친 권위주의 청산 여부가 한국을 미래로 끌고 가느냐 다시 좌절시키느냐의 문제 맞는 것 같다. 조선이 망한 것과 꼭 같은 이유다.

세상은 급속도로 발전한다. CES2020국제박람회, 자율주행 자동차가 내년에는 상용화되고 몇 년 내 날아다니는 자동차 나올 것 확실한데. 푸드테크 임파스블,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만들어 내는 음식이 지구온실가스를 줄이는 식물성 단백질, 기존 고기와 똑같이 만들어낸다고. 우리 기업 대단한 찬사를 받는데 제도와 환경이 늘 발목을 잡는다. 경직사회, 권력사회, 늙은사회, 권위주의, 집단이익주의 그 해묵은 것들을 부셔내는 국민적 합의와 행동이 없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제도와 법을 타고 누르는, 그래서 자손만대로 행복하고자 하는 그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들, 그들을 흩어낼 수 있는 합의된 제도와 참여가 없으면….

권위주의 박살내자고 만든 노조가 스스로 신분보장 만들고 그렇게 또 다른 권위주의를 만들어 숙주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낙오된다. 영국 대학평가기관 THE가 밝힌 아시아 최고의 대학 국립싱가폴대학, 교육과 연구실적을 기준으로 매년 일정 비율의 교수를 탈락시킨다. 독일 노조가 경영에 참여한 결과 글로벌 위기에 오히려 성장했다.

우리 한국 나아갈 길이 보인다. 이렇게 급속히 발전하는 사회환경에서 아직도 인간이 돈에 의해, 권력에 의해, 이익집단에 의해 계층화되고 블록화되고 생존줄까지 잡혀있는 현재의 권위주의사회로는 어렵다. 검사가 바보인가? 군대조직처럼 만들었으니까! 국회의원이 멍청이인가? 공천권을 한 인간에게만 줬으니깐 그렇지. 수직사회 평등사회. 제도변경이, 국민의 힘이 답이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조용필의 목소리가 빈 가지에 부는 겨울바람처럼 다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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