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생초면 상촌리 남강변 정비사업 논란

환경부서 ‘여울마자’ 방류한지 5개월 만에 훼손
“한쪽선 복원하고 한쪽선 파괴…있을 수 없는 일”
산청군 “몰랐다…원상복구…보호대책 마련하겠다”
산청군 작업 중지시켰으나 서식지 보존은 어려워

멸종위기 ‘여울마자’ 방류지인 산청군 생초면 상촌리 남강변 일대가 아무런 환경보전 조치도 없이 하천정비사업 명목으로 민간업체에 골재채취작업을 허가해줘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작은 사진이 여울마자.
멸종위기 ‘여울마자’ 방류지인 산청군 생초면 상촌리 남강변 일대가 아무런 환경보전 조치도 없이 하천정비사업 명목으로 민간업체에 골재채취작업을 허가해줘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한국농어촌방송/경남=강정태 기자] 처참했다. 지난 22일 찾은 멸종위기 ‘여울마자’ 방류지인 산청군 생초면 상촌리 남강변 일대가 심각하게 훼손돼 있었다. 지난해 5월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민물고기 치어 1000마리를 방류한 곳이지만 포크레인 등 각종 중장비들이 여기저기 수변과 강을 파헤쳐 놓아 치어가 자생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문제는 산청군이 지난해 10월 이곳 여울마자 방류지에 골재채취 허가를 내주면서 시작됐다.

환경부가 여울마자를 방류한 이후 이곳에 ‘여울마자 복원지’라고 입간판까지 세웠지만, 산청군은 아무런 환경보전 조치도 없이 하천정비사업 명목으로 민간업체에 골재채취작업을 허가했다.

방류한지 5개월여도 채 지나지 않아 시작된 작업으로 인해 이곳 방류지역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더욱이 사업은 군의 관리감독 소홀로 기존 허가면적보다 강 가까이 3~4배가량 더 파헤쳐져 강으로 흙탕물 유입도 우려됐다.

여울마자는 수질오염에 약하고 환경 변화에 민감한 어류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환경부는 산청군 남강이 유속의 흐름과 강바닥의 자갈 크기가 다양해 이곳이 여울마자의 서식지로 적합해 방류했지만, 핵심 서식지의 파괴로 멸종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5월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민물고기 치어 1000마리를 방류하는 행사에 산청군이 후원처로 버젓이 올랐다. 그런데도 산청군 관계자는 여울마자의 복원지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여울마자

진주환경운동연합 정은아 사무국장은 “낙동강 전역에서 발견되던 여울마자는 현재 개체수가 급감하여 남강댐 상류부터 생초 구간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환경부는 치어 방류 후 방류지에서 여울마자 개체수를 관찰하여 2세대, 3세대가 생산될 경우 여울마자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판정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인위적인 개발로 서식지 현장이 파괴된 지금, 그 판단을 어떻게 할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부와 산청군의 긴밀한 협력 하에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존이 이루어져도 부족할 판에 한쪽은 멸종위기종을 방류하고, 다른 한쪽은 방류한 복원지를 파괴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여울마자 복원지를 파괴한 산청군은 서식지를 원상복구하고 이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청군은 현재 여울마자 방류지역에 골재채취 작업을 중단하고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산청군 관계자는 “골재채취장이 여울마자의 복원지인지 몰랐다. 환경부에서도 방류 이후 어떻게 조치하라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현재 원상복구를 위해 여울마자 방류지역에 골재채취 작업을 중단하고 더이상 골재를 채취하지 않기로 했으며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듣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업체에서 허가 범위를 벗어나 골재를 채취한 부분은 조사해서 관련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민물고기 치어 1000마리를 치어방류행사를 가졌다.
지난해 5월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민물고기 치어 1000마리를 방류하는 행사에 산청군이 후원처로 버젓이 올랐다. 그런데도 산청군 관계자는 여울마자의 복원지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산청군에서 복원에 나서더라도 여울마자의 서식지 보존은 어려울 전망이다.

김진규 한국토속어보존회장은 “여울마자는 환경 변화에 민감해 서식하는 곳에서만 살 수 있다”며 “골재채취로 퇴적층을 들어냈다면 지금은 몰라도 큰 비가 내리면 강물 속이나 수변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아마 여울마자가 서식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여울마자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지난 2016년 9월 환경부가 수립한 ‘멸종위기 담수어류 보전계획’에 따른 두 번째 증식·보존 대상이다. 낙동강 수계 가운데 남강의 중상류 수역에만 서식해 환경부는 이를 보존하고자 생물다양성연구소와 함께 연구를 진행해 지난해 5월 증식에 성공한 치어를 남강 수변에 방류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