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식인(食人)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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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칼럼] 식인(食人) 풍습
  • 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전 학부장)
  • 승인 2020.02.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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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전 학부장)] 마태복음 5장 산상수훈(팔복)에 나오는 한 구절.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요,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함을 받을 것이요….” 이 구절을 모티브로 삼아 윤동주 시인이 쓴 ‘절망시’(?)도 유명하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시인은 다른 팔복은 다 제쳐두고 하나만을 팔복이라며 여덟 번 반복하더니, 갑자기 기대를 배반하듯 그들이 위로는커녕 ‘영원히 슬플 것’이라고 한다. 바닥조차 없는 시인의 막막한 절망감이 소름끼치도록 다가온다.

물론 윤동주 시인이 느끼는 절망감과 그 궤는 같지 않겠지만 우리 보통사람들도 엄청난 절망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무주택자들이 느끼는 절망감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내 집 마련’이 이미 비현실적 꿈이 되어버린 상태에서 밀려오는 절망감, 그 슬픔.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3.3%에 이르렀지만 20년 전에 약 54%였던 주택의 자가점유율은 오늘날에 접어들어도 57%밖에 되지 못한다. 주택 공급을 늘려도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기 위해 사재기 해버리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8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주택을 10채 넘게 소유한 이른바 ‘집부자’가 3만7487명에 이른다. 2012년 관련 통계 이후 가장 많다. 2주택 이상 소유자도 219만2000명으로 3.4% 늘었다. 부동산 문제의 진원지 서울은 더욱 그러하다. 서울의 주택 보유자 중 서울에 2채 이상 집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 비율이 15.8%다. 38만9000명의 다주택자가 96만8000 채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살지 않는 집을 판다고 가정하면 약 60만 채가 새로 공급되는 효과(30만 가구 신도시 2개 건설)가 나타나지만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런 일이 어디 쉽게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그래서 가난한 자는 더욱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사재기의 대상은 부동산에만 한하지 않는다. 마스크도 그 대상이 될 때가 있다. 중국(우한)에서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때문이다. 최근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는 ‘마스크 못 사 울고 있는 할머니’라는 제목의 사진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할머니의 사연은 이렇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지만, 그 전에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했다. 사재기로 가격이 급등해버린 마스크. 이를 살 수 있는 돈이 할머니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빈손으로 자리에 앉게 된 할머니를 향해 감염 우려에 떨던 사람들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대놓고 그의 주위를 피하며 비위생적이라고 눈치를 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할머니는 말없이 앉아 옷깃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때 등장한 한 청년. 할머니 옆에 선 이 청년은 선뜻 손에 들고 있던 하얀 마스크를 건넸다. 청년에게서 마스크를 받은 할머니는 빠르게 입을 가린 뒤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청년이 자리를 뜬 뒤, 마스크를 착용한 할머니는 울며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가난한 자가 느끼는 절망감. 이로 인해 쏟아지는 슬픔의 눈물.

중국 소설가 노신(魯迅)이 쓴 ‘광인일기’라는 소설이 있다. 말 그대로 ‘광인(狂人)’, 피해망상증 환자의 일기다. 그래서 보통사람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식인(食人) 풍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옛날에 있었던 식인 풍습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잠복해 있을 뿐, 필요가 생기면 언제든지 되살아 날 수 있으며 지금도 형식을 달리하는 식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소작인이 죽거나 말거나 소작료를 올려 자기들의 배만 채우는 지주들뿐만 아니라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착취하는 인간도 역시 식인이다. 그런데 이 광인은 식인 풍습은 부끄러운 일이요 죄라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자신의 입을 통해 다시 이야기한다. “너희는 고칠 수 있어! 진심으로 마음을 고쳐먹으라구! 이제 머지않아 사람을 잡아먹는 놈들은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해! 너희가 마음을 고치지 않으면 자기 자신도 결국 먹혀버리고 말 거야. 설사 줄줄이 낳아서 늘어놓는다 해도 진정한 인간들에게 멸망당하게 될 거야!”

오늘날 죽은 사람고기를 먹는 식인 풍습은 사라졌다고 우리는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심과 잔혹성에 근거해서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일은 식인이 하는 짓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는 광인의 입장은 그저 무시해버릴 수만은 없다.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타인의 생존에 필요한 부동산이나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자들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한다면 이는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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