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열풍, 허와 실' 소비자포럼서 전문가 교수들 일제히 비판

[한국농어촌방송=오동은 기자] 현재 대한민국의 다이어트 키워드는 ‘고지방 저탄수화물’이다. ‘지방은 살찌는데 주범이다‘라는 상식이 뒤틀리면서 가히 ‘열풍’ 수준이다.

이 ‘열풍’이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을뿐더러,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11월 9일 서울 YWCA회관 4층 대강당에서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열풍, 허와 실’이라는 주제로 소비자포럼이 열렸다. 고지방 다이어트를 통해 야기된 국민적 식생활 문제에 대해 진단했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이면을 꼬집었다.

▲ 강재헌 (인제대학교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사실 고지방 다이어트는 이론적으로는 지방이 분해되고 식욕이 줄어 초기에는 살이 빠질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보통 2주 이상 지속하기 어려워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가 어렵다. 또한 임상시험을 시행한 적도 없어,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식사에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환경에서는 고지방 다이어트를 하기위해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도 장기적 실행이 힘들다는 근거가 된다.

건강상으로도 문제다. 포화지방을 다량 섭취할 경우, 고지혈증이나 심혈관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탄수화물이 부족할 경우 두통, 속 울렁거림, 피로감등을 유발한다. 요요현상도 더 쉽게 온다.

한국영양학회 박용순 학술이사는 고지방 식단의 효과가 과연 과학적 근거가 있냐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버터와 삼겹살을 마음껏 먹게 만든 ‘지방의 역설’ 책 사례를 들었다. '지방의 역설'을 쓴 저자는 저널리스트일뿐더러, 몇 사람의 경험이 과학적 근거는 될 수 없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 박용순 (한국영양학회 학술이사, 한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지방섭취를 조절한 30개의 임상연구를 분석한 결과, 중등도의 (총 에너지의 32.5~50% 지방) 지방섭취와 저지방 섭취(18.5~30% 지방)를 비교하면 초반에는 고지방이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지만 12개월 후에는 차이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방섭취가 많아지면 포화지방이나 트랜스지방의 섭취가 상승하고, 이들 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상승시켜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경고했다.

미국(ACC/AHA), 유럽(ESC/EAS), 한국지질동맥결화학회 등 심장관련 학회에
서는 지방의 섭취를 25-35%로, 유럽식품안전위원회에서는 20-35%, WHO에서는
15-35%, 한국영양학회는 총 지방의 에너지적정비율을 15-30%로 제안하고 있다.

특히 버터나 삼겹살 등 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제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과학적 근거는 지나친 지방섭취를 피하라는 것이다.

한편, 이런 열풍을 주도한 미디어와 일부 전문가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강재헌 교수는 홍보성 프로그램과 전문가에 의한 정보의 왜곡을 비판하며, 방송의 특성상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주제를 선정하여 집중 부각한다고 말했다.

▲ 유순집 (대한비만학회 이사장,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대한비만학회 유순집 이사장은 이번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의 유행은 미디어의 흥행성 프레임에 일부 스타닥터들이 만들어낸 결과로, 전문가의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일부 의료진이 고지방 식단으로 체중을 감량한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대중의 잘못된 식생활을 유도했다며, 전문가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하나의 영양소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영양학적으로 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체적인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건강하게 살 빼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강재헌 교수는 ▲흰살 생선이나 닭가슴살 같이 기름이 적은 단백질을 많이 먹을수록 체중조절하기 쉽고 ▲설탕 등 당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를 충분히 섭취할 것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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