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우칼럼] 효(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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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우칼럼] 효(孝)
  • 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전 학부장)
  • 승인 2020.03.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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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전 학부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용우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전 학부장)]  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나이 들어 은퇴하여 시골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에게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만들어 내고 겪고 당하는 일들에 큰 관심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새는 사정이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면 TV부터 켠다. 코로나19 때문이다. 보도 매체들 뉴스를 보면 코로나19 관련 소식이 주를 이룬다. 절망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보도에 의하면 지금 코로나19가 가장 기승을 부리고 있는 곳은 유럽과 북미지역으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사망자수가 엄청나다. 시신 이송을 위해 군 병력까지 투입됐으며 평소 화장시설로는 모두 화장할 수 없어 그냥 관에 넣은 채 성당에 임시 보관하기도 한단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40대 이하 환자들도 많아서 WHO 사무총장은 특별히 젊은이들을 위한 메시지도 발표했다. 이제까지 사망자의 대부분은 우리 같이 나이 많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하물며 젊은이들이라면… 내 아들 딸 생각에 겁이 덜컥 났다.

그런데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한 줄기 빛 같은 뉴스도 나왔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중국에선 80일 만에 자체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보도다. 붉은 깃발을 들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우한에 파견갔다가 고향으로 복귀하는 중국 푸젠성의 의료진 모습이란다. 한때 하루 확진자 증가만 1만3천여명에 달했지만 80일만에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 시민은 말했다. “이분들이 우한시민들을 목숨걸고 지켜줬어요. 온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전승자에게 표현하는 최고의 찬사다. 전승은 적군을 공격하여 진지를 탈환하거나 점령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전염병과 싸우는 것도 역시 전쟁이다. 이런 전쟁에서 주어진 일 마치고 무사히 살아 돌아온 자식을 맞은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까.

내가 옛적에 읽은 책 중에 ‘더불어숲’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신영복 교수가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자기가 느낀 점을 기술해 놓은 것인데 이 책의 서문에 우크라이나의 전승기념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신영복 교수는 전승기념탑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미국 워싱턴에 있는 전승기념탑이라고 했다. 해병 병사들이 역동적인 동작으로 성조기를 고지에 세우고 있는 형상. 보통 우리의 생각도 그와 비슷하다. 내가 서울 살 때 동작동 현충원에 자주 다녀오곤 했었는데 그곳의 전승기념탑도 대부분 총과 깃발을 들고, 아니면 맨몸으로 폭탄을 안고 적 탱크로 돌진하는 그런 조형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드네프로 강 언덕에 세워져 있는 이 조형물은 여인상(女人像)이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전승기념탑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양새다. 현지 안내인의 설명에 따르면 전승이라는 게 전쟁에 나갔다가 살아 돌아온 아들을 가장 잘 보이는 언덕에 어머니가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 감동적으로 표현한 것이 있겠느냐는 것. 맞는 말이다. 부모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아들로서는 평생 할 ‘효(孝)’를 이 한 방에 끝내버린 셈이다.

논어(論語) ‘위정’ 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맹무백(孟武伯)이 공자에게 묻는다. “‘효’가 과연 무엇입니까?” 공자가 대답한다. “부모(父母)는 유기질지우(唯其疾之憂)시니라” 우리말로 옮기면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까 그것이 걱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효’는 건강해서 부모 걱정시키지 않는 것. 자식이 병들었을 때 느끼는 안타까운 심정을 ‘효’를 들어 절실하게 표현했다. 참으로 부모의 심정을 꿰뚫어 표현한 말이다. 자식을 키워 본 사람치고 이 말을 뼈저리게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역시 방송을 통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들의 모습을 본다. 지친 기색이 역력할뿐더러 이들 의료진의 감염사고도 가끔 보도되고 있으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나를 더욱 안타깝게 만든 사진 한 컷 있으니 그것은 얼굴에 온통 반창고를 붙인 채 전장 최전선에서 전염병과 싸우고 있는 간호사들의 사진이다. 이들 모습을 보고는 울 뻔했다. 타인인 내가 이러한데 이 사진을 보고 있는 부모들의 심정은 어떨까. 가슴이 여민다. 어서 빨리 이 상황이 종식되어 건강한 모습으로 부모님 품으로 돌아가 큰 ‘효’ 한 번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여성긴급전화 1366,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02-735-8994)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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