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S역사칼럼-길 위의 역사] (2부 무오사화) - 84화 김일손,1495년 10월에 사간원 헌납으로 근무하다.
상태바
[RBS역사칼럼-길 위의 역사] (2부 무오사화) - 84화 김일손,1495년 10월에 사간원 헌납으로 근무하다.
  • 김세곤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29 2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도사 김일손이 1495년 5월28일에 올린 상소는 계속된다.

“높고 넓어서 순임금은 무어라 이름할 수 없거니와, 후세의 한무제(漢武帝)는 거칠고 횡포한 임금이었으나, 급암(汲黯)이 면전에서 손가락하며 말하기를 ‘속으로는 욕심이 많으면서 겉으로만 인의(仁義)를 베푸는 척한다.’고 말하였지만, 한무제는 노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급암을 공경하여 ‘사직을 지탱하는 중신(社稷之臣)’이라고 하였으니 제왕의 넓은 도량이란 진실로 이러해야 합니다.”

한무제(BC 156~87, 재위: BC 141-87)는 BC 108년에 위만조선(衛滿朝鮮)을 멸망시키고 낙랑·임둔·진번·현토 한사군(漢四郡)을 설치한 황제이다. 그는 즉위하자 권신들을 면직시키고 어질고 겸손한 선비를 등용하였다.

급암(?~BC112?)은 한무제 때 주작도위(主爵都尉)가 되었고 9경(九卿)의 한 사람이 되었다. 황로지도(黃老之道) ·무위(無爲)의 정치를 한무제에게 간(諫)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양태수를 마지막으로 관직에서 물러났다.

상소는 이어진다.

“전하께서 경연에 임하실 즈음에 이 두 가지 일을 이해하시어 정성으로써 체득하신다면 여러 신하들의 곧은 말을 용납하지 못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신은 안으로 슬픈 정성이 간절하고, 밖으로 시사(時事)에 느껴서 말이 광망(狂妄)하고 참람(僭濫)하여 불측한 죄를 범했습니다. 소장(疏章) 앞에 엎드려 흐느끼며 송구함을 이기지 못하면서 삼가 백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옵니다." (연산군일기 1495년 5월 28일)

이렇게 김일손은 시국에 관한 병폐 26개 조목을 자세히 상소하였다. 하지만 연산군은 어떤 비답(批答)도 내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김일손이 달갑지 않았다.

이로부터 5개월이 지난 1495년 10월에 김일손은 조정으로 들어간다. 간쟁(諫諍)·논박(論駁)을 관장하는 사간원(司諫院) 헌납(정5품)에 임명된 것이다. 사간원에서 대사간, 사간 다음의 ‘넘버 3’ 자리였다.

이 시기에 김일손은 <질풍지경초부 (疾風知勁草賦)>를 지었다.

어느 가을날 김일손이 집에 있는데 질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모든 풀이 다 엎드렸는데 신기하게도 작은 풀 한 포기가 굳세게 버티고 있었다. 문득 ‘세찬 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강한 풀을 알 수 있다.’ 는 생각이 나서 <질풍지경초부(疾風知勁草賦)>를 지었다.

그러면 부(賦)를 읽어보자.

한 해가 저물어가는 궁벽한 집이라

창문과 사립문에서 절로 소리가 난다.

(...)

홀로 문을 닫고 있는데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분다.

(...)

풀 위를 바람이 쓸고 가니

온갖 풀들이 모두 휩쓸려 간다.

(...)

여기 한 포기 풀이

앞 언덕에 유난히 빼어나

꼿꼿해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뿌리는 땅에 내리고 가지는 하늘을 찌를 듯

내 이를 보고 느낀 바 있노라.

질풍에 온갖 풀들이 휩쓸려 가는데, 한 포기 풀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잘 견디고 있다. 김일손은 이 풀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장하도다. 이 작은 풀이여!

이 바람을 깔보는구나.

사람은 사물과

그 이치 다르지 않다 했거늘

이 어지러운 세상을 사는 데 있어

천길 빼어난 홀로 외로이 바치는 충절(孤忠)과 그 무엇이 다르랴.

(...)

한 포기 풀을 보고 김일손은 다짐한다. 이 몸 혼자라도 충절을 바치리.

오직 세속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만이

꽃다운 이름을 고금에 떨치리라.

(...)

선비가 이 세상에 태어나

죽음을 무릅쓰고 정도를 지키며

물욕에 따라 변치 말아야 하는 것

수레바퀴를 묻고 강개하였으니

화란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네.

‘수레바퀴를 묻고’란 후한의 장강이 전국을 돌며 관리를 규찰하라는 명령을 받고, 자신의 수레바퀴를 땅에 묻은 다음 먼저 권신 장삭을 처벌하라고 탄핵한 고사(故事)로, 사간원 헌납 김일손이 권신들의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비록 숲에서 빼어나게 솟은 나무라도

바람에 반드시 꺾일 것인데

그렇다고 꺾인들 무엇을 아파하겠는가.

지탱하지 못하는 나의 힘이 한(恨) 될 뿐이네.

이 마음 만고에 변함없음이여.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선다.

두견새 먼저 울까 걱정함이여

서풍에 마주 서니 마음이 울적하다.

(김일손 지음, 김학곤 · 조동영 옮김, 탁영선생문집, 탁영선생숭모

사업회, 2012, p 97-102)

’두견새 먼저 울까 걱정함이여’는 『초사(楚辭)』의 ’이소(離騷)’에 나오는 ‘두견새 먼저 울어 백초(百草)를 향기롭게 하지 못할까 두렵다.’는 글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근심을 만나다"는 뜻을 담고 있는 ‘이소’는 중국 전국 시대 초나라의 재상이자 시인인 굴원이 지은 시인데, 굴원은 간신들의 모함으로 초나라에서 쫓겨나 유랑생활을 하던 중 결백을 주장하며 멱라강에 투신했다.

부를 지은 김일손은 다짐했다. 종묘사직을 위해 이 한 목숨 기꺼이 바치겠노라고.

자계서원(경북 청도군) (사진=김세곤)
자계서원(경북 청도군) (사진=김세곤)
자게서우너 사장 - 존덕사(사진=김세곤)
자게서원 사당 - 존덕사(사진=김세곤)

 

▶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여성긴급전화 1366,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02-735-8994)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뉴스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