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소품에 그릴 그림을 찾아가 민화와 인연

전국 각지 민화 작가 찾아다니며 배우고 연구하다
민화 최고봉 송규태 작가 제자 이현자 선생께 사사 받아
오는 10월 ‘자수정 민화연구’소 제자들 회원전 열 예정

현재 회원 30여명, 배우려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
민화를 작업하는 시간은 민화와 사랑에 빠지는 시간
사천을 우리나라 민화의 중심지로 만드는 게 나의 꿈

민화 작가 곽경희는 민화란 옛사람들이 사용하던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편안 한마음으로 보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민족의 가장 친근한 전통 예술이라고 말한다.
민화 작가 곽경희는 민화란 옛사람들이 사용하던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편안 한마음으로 보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민족의 가장 친근한 전통 예술이라고 말한다.

[한국농어촌방송/경남=강현일 기자] 곽경희 작가를 만나던 날, 거리에는 벚꽃이 만개해 떨어지고 있는 봄날의 오후였다.

‘자수정 민화연구소’ 안으로 들어서자, 벽에 걸린 ‘맹호도’가 지치고 힘든 삶을 보듬어 안기라도 하는 듯 따뜻한 빛으로 반겼다. 다음 순간 장막 속의 호랑이가 포효를 하며 성큼 다가섰다.

그녀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났다. 그녀의 민화 작품을 보고 있으면 신이 났다가, 마음이 환해지는 행복감에 저절로 젖어 든다. 민화를 통해 무한한 행복 에너지를 전달하는 곽경희 작가는 경남의 민화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곽경희 작가의 민화 이야기를 들어봤다.

곽경희 작가는 경남 함양이 고향이다. 곽 작가는 원래 그림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자질은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권유로 사생대회에 나가면 항상 상을 받았다. 사실 그 당시 상을 받아도 그림을 계속 그려야겠다는 생각은 딱히 없었다. 부모님은 공부를 해야 성공한다고 해 공부만 열심히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을 했다.

그 이후 생업의 길로 들어서 지인의 추천으로 인테리어 소품점을 운영했다. 인테리어 소품만으로는 경쟁력이 없었다. ‘소품에 내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곽 작가는 그릴 그림이 필요했다. 문득 대학원을 다닐 때 한 학생이 우연히 준 민화 책자가 생각이 났다. 그때는 관심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봤던 것이었다. 곽 작가는 다시 그 책자를 봤다 그 책자를 보는 순간 이거구나 하고 민화를 소품에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민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경남에 민화를 하는 곳은 어디든 가서 보고 배웠다. 하지만 경남은 민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마산은 민화 작가들이 몇 있어 열심히 5년간 배우고 연구했다. 배움의 한계는 다가왔고, 더이상 경남에서는 희망이 없었다. 곽 작가는 더 배우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전국을 수소문해 민화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송규태 선생님의 제자인 이현자 선생님을 직접 찾아가서 또 5년간 미친 듯이 배웠다. 이렇게 곽 작가는 민화 대한 예술혼을 불태웠고, 청춘을 바쳤다. 그 결과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됐다.

곽 작가는 자수정 민화연구소장, 한국민화진흥협회 진주-사천 지부장, 한국미협회원, 마산미협회원, 한국민화진흥협회 초대작가, 국가보훈협회 초대작가, 강릉단오서화대전 초대작가, 3.15 미술대전 초대작가, 개천미술대상전 초대작가, 진주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민화 강사, 한국국민화진흥협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강릉단오서화대전 심사위원, 개천미술대상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또 팔만대장경 전국예술대전 운영위원, 개인전 4회, 2017 부산국제아트페어, 인도 인코센터초대전 외 국내외 전시 다수, 개천미술대상전 최우수상 외 각종 대회 수상한 경력도 있다.

자수정 곽경희 작가의 대표 작품 ‘미인도’
자수정 곽경희 작가의 대표 작품 ‘미인도’

다음은 곽경희 작가와의 인터뷰이다.

▲ 곽 작가의 고향은 어디인가?

- 함양이다. 함양에서 중문학을 전공했고, 민화를 배우기 위해 서울에 5년동안 다녔다. 지금은 코로나로 잠시 쉬고있는 중이다.

▲ 그림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 그린 건 중학교 때이다.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손재주가 있었는지 그림은 곧잘 그렸다. 그러다가 미술 선생님이 사생대회에 나가보면 어떻냐고 추천했다. 그래서 나갔는데, 상을 받았다. 그때도 아무나 다 주는 상인가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넘겼었다.

▲ 그럼 자질이 있었던 것 아닌가?

-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때는 그림이 관심이 별로 없었다. 누군가가 그림을 해봐 라고 밀어줬다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 그때는 무슨 그림을 그렸나?

- 그냥 풍경화와 인물화를 그렸다. 이상하게 배운 적도 관심도 없었는데 그림은 그냥 그리면 잘 그렸다.

▲ 민화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사실 민화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대학 졸업하고 손재주가 있어 지인의 추천으로 인테리어 소품 점을 운영했었다. 그때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데 뭔가 부족해 보여 소품에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찾던 중에 민화를 접하게 됐다.

▲ 소품에 그림을 그린다니 무슨 말인가?

- 인테리어 소품이 그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맹물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 소품에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어울릴만한 그림을 찾고 있었다.

▲ 그래서 민화를 선택했나?

- 처음에는 민화를 선택한 건 아니었다. 그냥 뭐라도 그려 넣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가 대학원 시절 학생이 나한테 민화 책자를 하나 줬는데, 그림을 보고 바로 반해버렸다. 그러고 집에 가서 민화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혼자 민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 그럼 따로 스승은 없나?

- 있다. 처음에는 그냥 소품에 그림만 그려 넣어볼까 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하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경남에 민화 작가들 찾아다니면서 미친 듯이 배웠다. 그러다가 경남에서는 민화를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해 민화에서는 최고로 불리는 송규태 선생님의 제자인 이현자 선생님을 찾아가서 5년 동안 배웠고, 그 결과 개인전도 할 수 있게 됐고 이 직업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곽 작가가 운영하는 '자수정민화연구소'
곽 작가가 운영하는 '자수정민화연구소'

▲ 대단하다. 그래도 화가는 기본적인 재능이 뒷 받침 되어야 가능한 것 아닌가? 노력만으로 그게 가능한가?

- 물론. 재능도 있다고 본다. 난 노력을 많이 했다. 아직 미혼이다. 민화와 결혼했다고 말해두자. 이만큼 민화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 민화와 결혼했다? 그만큼 민화가 좋은가?

- 그렇다. 민화 작업을 할 때면, 그 몰두하고 있을 때의 시간이 너무 좋다. 사랑에 빠진듯한 시간이다. 보통 예술가들이 말하는 무아지경에 빠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민화가 좋다. 나는 민화를 죽기 전까지 계속할 것이다.

▲ 곽 작가가 보는 민화의 정의는 무엇인가?

- 민화란 꾸밈없이 살아온 서민의 삶 속에서 태어난 민화는 우리 겨레의 신화와 종교, 우리의 정신이 깃들어있는 문화유산이다. 옛사람들이 주거 공간을 꾸미고, 회갑이나 혼례 등의 행사와 일 년 중 중요한 때마다 쓰이던 그림이기에 우리가 지나온 삶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민화는 대중의 일상생활에 연관된 실용적인 그림이다. 또 한 민화는 누구나 쉽게 이 해 할 수 있는 그림이다. 옛사람들이 사용하던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보는 대로 느낄 수 있는 전통 예술이라고 본다.

▲ 민화의 특징은?

- 민화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간단히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그 양상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화야말로 우리 선조들이 지니고 있던 천진성이나 해학성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첫째, 표현방법이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둘째, 민화는 장식적 필요성에 의해 그린 그림이다. 셋째, 민화에는 주술적 신앙이 반영되어 있다. 넛째, 민화는 집단적 감수성의 표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화는 ‘뽄’그림이다 라고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다.

▲ 민화의 종류는?

- 유형은 용도와 기법, 재질, 주제 등에 의해 분류할 수 있다, 분류는 연구자에 따라 각각 그 방법과 내용이 다르며 이는 민화를 보는 관점에 따라 그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소재별로 나누는 일반적인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간략하게 나눈다면, 화조도, 초충도, 모란도, 연화도, 책거리, 문자도, 어 해도, 호랑이 등이 있다.

▲ 작품은 몇 점 정도 했나?

- 대표적인 작품은 200여 점 정도 했다. 다른 예술작품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며,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 한 작품당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 보통 한 작품에 2~3개월은 걸린다. 대작은 6개월~1년 걸린다. 하지만 작은 작품은 1개월만 해도 완성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왜 그렇게 오래 걸리나?

- 민화는 작은 붓으로 섬세하게 작업한다. 그래서 그렇다.

▲ 민화를 배 울려는 사람은 많나?

- 많이 늘었다. 접근성이 과거보다 용 이해 졌다. 모든 대학교 평생교육원에 민화 수업이 하나씩 다 있다. 취미로 하는 분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지금 내가 운영하는 자수정 민화연구소도 회원이 30명이 넘는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 민화는 얼마나 배워야 완벽하게 그릴 수 있나?

- 완벽하게 그린다는것은 힘들지만 취미로 즐기면서 그리는 것은 6개월만 배워도 가능하다.

▲ 개인전은 열 계획인가?

- 올해는 개인전은 없다. 오는 10월에 자수정 민화 회원전이 열린다. 자수정 민화연구소 회원들이 작품을 발표하는 회원전이다.

▲ 자수정 회는 어떤 곳인가?

- 나를 주축으로 문하생들과 자수정 민화 가풍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민화 교습, 전시회, 공모전 출품, 민화체험학습 등, 민화를 통한 다양한 문화활동을 진행하는 모임이다.

▲ 이런 질문을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그림은 잘 팔리나?

- 괜찮다. 그럭저럭 민화는 마니아층이 두터워 찾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내 그림은 인기가 많다.

▲ 곽 작가는 전시를 어떤 의미를 두고 하나?

-지나온 어제를 품고, 오늘을 작업하는 현재진행형 작가이고 싶다. 이전 시대의 민화를 우리는 절대 능가할 수 없다. 고전주의가 그 시대와 더불어 끝난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늘의 우리 과제를, 오늘 풀어갈 뿐이라는 생각으로 전시회를 한다. 그리고 나는 민화의 발전을 위해 계속 연구하고 노력한다.

▲ 곽 작가의 애착이 가는 작품은?

- 10여 년 넘게 민화를 그렸다. 언젠가 ‘미인도’를 보게 되었는데, 몇 년 동안은 미인도에 빠져 지냈다. 요즘은 ‘군 봉도’, ‘맹호도’를 그리고 있다. 민화 화가마다 소재의 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래도 ‘미인도’가 제일 애착이 간다.

▲ 민화는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예술인가?

- 그렇다. 민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민화는 평소 실생활과 밀접하다. 옷, 가구에도 모두 응용되고 있고, 알게 모르게 친숙하고 대중적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복원과 동시에 고난 이도 작업과 창작의 의미가 더해지고 있어 나름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토대로 강의와 개인전을 자주 열 생각이다. 지역 민화 발전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민화의 역사를 보면 조선 시대의 생활 풍습을 주제로 한 그림이 많은 탓에 복원의 의미가 크다고 하지만, 현대 민화에 발맞춰 변화의 새바람과 통일 그리고 적절히 균형이 잡힌 민화 그리기에 충실할 것이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지역을 민화의 중심지로 만드는 게 내 꿈이다. 그리고 한국의 그림이 세계인에게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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