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일에 연산군이 의정부에 전지(傳旨)한 구언에 따라, 11월 18일에 사간 이의무, 헌납 김일손 등 사간원 직원들이 올린 상소는 계속된다. (연산군일기 1495년 11월 18일)

“대저 임금의 덕이 성취됨에는 경연(經筵)만한 데가 없는데 그동안 경연에 나오지 않으셨으니, 신들은 한편으로는 옥체가 미령하심을 염려하고 한편으로는 성학이 시기를 놓치심을 염려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비로소 경연에 납시니, 중외 신료(臣僚)들은 기쁘고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마음 한이 없습니다.

《대학(大學)》에 이르기를, ‘진실로 날로 새롭게 하면 나날이 새로워지고 또 날로 새로워진다.’하였습니다.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경연에 납시기를 계속하여 날로 새로워지는 공을 더하시고 중간에 중지하시어서는 안 됩니다. (<大學> 曰: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願殿下繼此以加日新之功, 不宜間斷)”

‘일신, 우일신(日新, 又日新)’은 은나라를 세운 탕왕이 매일 아침 세수할 때 사용한 청동 세수 대야에 새겨진 글귀이다.

<대학>의 관련 글을 읽어보자.

탕왕의 반(盤)에는 “진실로 하루를 새롭게 하려거든 날마다 더욱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서경> 강고에서는 “백성들 스스로 자신의 덕을 새롭게 하도록 하라.”고 하였다. <시경>에서는 “주나라는 비록 오래된 나라지만 문왕이 백성들을 덕으로 이끌어서 천하를 맡아 다스리게 한 하늘의 명(命)은 유신(維新)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군자는 스스로를 새롭게 하는데 있어서나, 백성을 새롭게 하는데 있어서나, 지선(至善)에 머무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상소는 이어진다.

“하루에 경연에 납시는 것은 한정된 시간이오니,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물러나 한가히 계시는 중에도 공부를 쉬지 마시며, 의심하고 어려운 데가 있으면 그날 경연에서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전에 배운 것을 다시 연습하시어 항상 책을 펴보시고, 치란흥망(治亂興亡)의 기틀과 선악사정(善惡邪正)의 분수에 잠심하시어(潛心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게 생각하여) 옛날 성왕을 스승으로 삼으시고 옛날 어진 신하를 보좌(補佐)로 삼으시어 신명(神明)을 대하듯 하소서.”

사간 이의무와 김일손 등은 경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아뢰면서 계속하여 상소한다.

“남이 안 보는 곳에서도 부끄러움이 없게 하고, 향락과 안일을 즐기지 마시고, 궁첩(宮妾)을 친근히 할 때는 여색과 황음(色荒)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시고, 환관들을 접촉할 때는 근신을 생각하소서. 삼전(三殿 왕대비전(王大妃殿)·대전(大殿)·중궁전(中宮殿)을 한 번에 이르는 말)을 받들 때에는 성의와 공경(誠敬)을 다하고, 선왕을 사모하는 데에는 슬픔과 정성을 극진히 하소서. 시종(侍從)이나 대간(臺諫)이 미처 알지 못하고 미처 듣지 않았다고 하여 소홀히 여기지 마시고, 한 생각이 일어나거나 한 일이 시작되는 데는 반드시 근신하고 홀로 있을 때를 조심하소서.(必謹其獨焉)

신독(愼獨)은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여 말과 행동을 삼가는 것이다.

신독(愼獨)은 『대학 大學』 ‘전(傳) 제6장’에 나온다.

"이른바 성의라는 것은 자기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악취를 싫어하고, 아름다운 색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데, 이를 ‘스스로 만족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홀로 있을 때에도 삼가야 한다.(故君子必 愼其獨也)

소인(小人)은 혼자 있을 때에는 나쁜 짓을 하다가, 군자를 본 뒤에는 그 나쁜 점을 숨기고 착한 척한다. 그렇지만 남들이 나를 보는 것이 허파와 간을 들여다보듯이 하니 무슨 이로움이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속에서 정성스러우면 밖으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홀로 있을 때에도 삼가야 하는 것이다.”

청계서원 (경남 함양군 수동면) (사진=김세곤)
청계서원 (경남 함양군 수동면) (사진=김세곤)
청계서원 안내판 (사진=김세곤)
청계서원 안내판 (사진=김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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