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에코투어리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
큰 돈 들이지 않고도 관광 명소 만들 수 있어
‘손 댄 듯 손 안댄 듯’ 개발하는 게 가장 좋아

국립공원 지역만 아니면 대부분 개발 가능해
통영 동피랑,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등 만들어
전남도에서 이낙연 지사 초빙으로 섬개발 진행

윤미숙 경남도 섬가꾸기 보좌관은 섬은 우리나라에서 남은 마지막 보물이라고 말했다.
윤미숙 경남도 섬가꾸기 보좌관은 섬은 우리나라에서 남은 마지막 보물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어촌방송/경남=황인태 대기자] 윤미숙(58) 경남도 섬가꾸기 보좌관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섬 정책 전문가이다. 전라남도에서 일하던 윤 보좌관을 지난 5월 20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초빙하여 섬가꾸기 보좌관이란 특이한 이름으로 임명됐다.

“경남도에 와보니 섬에 대한 기초자료가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준비가 안 돼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윤 보좌관은 섬에 대한 경남도의 상황을 황무지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비유했다. 그만큼 섬은 아직 정책에서 소외된 분야라는 게 윤 보좌관의 진단이다.

섬은 우리나라에서 남은 마지막 보물이라는 게 윤 보좌관의 지론이다. 그 이유로 윤 보좌관은 섬은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천연의 자원이며 세계적인 추세인 에코투어의 적지임을 들었다. 또 우리 식탁을 좌우하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해양의 거점이라는 점에서도 섬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보좌관은 특히 경남의 섬들이 우리나라 다른 지역의 섬에 비해 장점이 많다고 했다. 경남의 섬들은 물빛이 서해안이나 전남의 섬들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또 풍광이 아름답고 접근성이 좋아서 관광지로 개발하기에는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일한 전남의 섬들은 기본적으로 가는데 4~6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경남의 섬들은 대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단체장들의 관심이 없어서 경남의 섬들은 방치돼 있다는 게 윤 보좌관의 진단이다.

윤 보좌관은 올해 섬과 관련해 경남도가 3개의 공모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형 섬 명소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섬 개발 방식인가에 대한 공모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것. 이를 통해 윤 보과관은 앞으로 섬 개발 방향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했다.

윤 보좌관은 개인적으로 섬은 ‘손 댄 듯 손 안댄 듯’ 개발하는 것이 좋다는 철학이라고 했다. 이렇게 해도 섬은 그 자신이 가진 매력으로 인해 사람들을 얼마든지 끌어모을 수 있다고 했다.

윤 보좌관은 2007년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의 상징으로 통영의 연대도를 에코아일랜드로 만들어 지금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모여드는 섬으로 만들었다. 또 2015년 당시 전남도 이낙연 지사의 초청으로 전남도에서 ‘섬가꾸기 전문위원’, 전남 신안군 ‘가고 싶은 섬’ 팀장 등을 맡아 신안군에서 1섬 1뮤지엄 프로젝트를 추진해 10개의 섬 뮤지엄을 완성하기도 했다.

윤 보좌관은 당시 이낙연 전남지사와의 첫 만남에서 이 지사가 “섬은 돈도 안 되고 표도 안 되고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는 말에 감동해 뒤도 안돌아보고 전남도에 갔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다음은 윤 보좌관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섬가꾸기 보좌관이란 이름이 특이하고 생소하다.

-특이하기도 하지만 신선하지 않나. 섬에 대한 정책을 좀 새로운 관점에서 시작해 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공무원 직책이 있었나.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다. 전라남도에 섬 전문위원이 있었다. 물론 제가 맡았던 직책이다. 이것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었다.

▲새로운 직책을 만들려면 경남도내에서 내부 반발이 많았을 텐데.

-늘 그랬다. 이번에 경남도에서 공개채용을 했다. 그런데 내부에서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전남도에서도 그랬다. 당시에 경상도 사람이 왔다고 좀 수군거렸다고 한다.

▲섬가꾸기 보좌관이란 직책이 무얼 하는 것인가.

-별정직이고 이름자체도 정식 라인에 있는 직책이라기보다는 보좌관이다. 그래서 제가 바로 정책을 집행하기 보다는 경남도가 섬과 관련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는 직책이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섬이 왜 문제가 되는가.

-섬은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보물이다. 그래서 이 보물을 어떻게 잘 관리하고 보존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저는 개인적으로 섬과 관련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다.

▲왜 보물인가.

-섬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자연과 문화화 생태가 보존돼 있는 곳이다. 지금 여행은 세계적으로 에코투어가 점점 대세가 돼 간다. 에코투어를 그대로 즐길 수가 있는 곳이 섬이다.

▲그것뿐인가.

-섬은 또 우리 영토의 끝자락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섬 주민들은 국가정책에서 소외돼 있었다. 마지막으로 먹거리 문제이다. 우리 식탁을 좌우하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해양의 거점이다. 이런 점에서 섬은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보배이다.

▲우리나라에 섬은 몇 개나 되는가.

-우리나라는 섬이 3300개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국가이다. 그 중에서 전남에 40% 정도가 분포돼 있고 나머지는 서해안과 경남 등에 있다.

▲경남에는 섬이 몇 개나 되는가.

-경남에는 총 807개의 섬이 있다. 유인도가 77개이고 나머지는 무인도이다. 전국에서 경남이 두 번째로 섬이 많다.

▲경남의 섬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경남의 섬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

▲왜 그런가.

우선 물빛이 서해나 전남의 섬들과 다르다. 저는 서해안의 섬에 가서 물빛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 정도로 경남의 섬 물빛은 아름답고 투명하다.

▲또 어떤 특징이 있나.

-경남의 섬들은 접근성이 좋다. 그래서 관광자원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우월한 위치에 있다. 전남의 섬들은 가는데 4~6시간이 기본이다. 그러나 경남의 섬들은 대부분 30분이면 갈 수 있다. 이건 엄청난 이점이다. 또 경남의 섬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풍광이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 그리고 고기도 맛있다. 통영이나 삼천포의 회가 맛있다는 것은 이미 전국적으로 다 알려진 사실 아니냐.

▲그럼, 경남은 이렇게 좋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무얼 했냐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 제가 섬 가꾸기 보좌관으로 와서 보니까 경남은 섬에 대한 기본 자료가 하나도 없더라. 그에 비해 전남은 경남보다 한 10년 앞서있다. 아마 김경수 지사님이 저를 뽑은 것도 경남도 이제부터 한번 해보자 하는 그런 뜻에서 시작한 것 같다.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

-올해 시범적으로 공모사업을 3개정도 할 생각이다. ‘경남형 섬 명소화 사업’이라는 주제로 공모를 할 거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섬은 이렇게 개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것이다. 이런 모델을 개발해 보자는 의미에서 공모를 진행할 생각이다.

▲섬 개발에 대한 보좌관의 철학은 무엇인가.

-저는 늘 섬은 유리병과 같다고 생각해 왔다. 한번 깨지면 다시 붙이기가 어렵다. 한번 개발하면 영원히 복원이 어렵다는 말이다.

▲그럼 가만히 두자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손댄 듯 손 안댄 듯’ 개발하자는 게 제 철학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크게 세 가지 줄거리가 있다. 첫째는 훼손하지 않고도 충분히 섬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개발방식을 선택하자는 말이다. 두 번째로 섬 주민들의 삶의 질이 담보돼야 한다. 지금까지 섬 개발은 주민들은 안중에 없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섬 주민들은 구경꾼으로 소외돼 왔던 거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섬 주민들과 함께 하는 개발을 하자는 것이다.

▲말이 어려운데 구체적으로 예를 한번 들어 달라.

-섬에 가보면 옛날 오솔길들이 다 사라져 있다. 이런 오솔길들을 복원하면 사람들이 몰려온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

-제가 2007년에 통영에 있는 연대도에서 에코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였다. 그래서 녹색이 들어가지 않으면 국비를 탈 수 없는 시대였다. 그래서 녹색성장의 시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산자부에서 국비 47억을 주더라. 그것으로 태양광을 설치하고 마을회관을 패시브 하우스로 고쳐서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었다.

▲연대도에 실제로 관광객이 많이 오나.

-에코아일랜드가 되기 전에는 관광객이 0명인 섬이었다. 지금은 매년 수십만 명이 모여들고 있다. 작은 섬이 가라앉을 지경이라고 한다. 지금도 연락하는 마을 주민들이 먹고살게 해 줘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온다. 섬은 그 자체로 풍광이 아름답고 사람들의 마음에 어필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만 가미하면 엄청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보좌관이 제일 좋아하는 섬은 어디인가.

-저는 개인적으로 통영의 욕지도를 제일 좋아한다.

▲이유가 무엇인가.

-욕지도는 인구가 1000명 정도로 통영의 면 단위 규모의 큰 섬이다. 그런데 욕지도는 역사, 문화, 풍광, 먹거리 등 섬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을 다 가진 섬이다.

▲개인적으로 섬에 대해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

-통영시에 있을 때 연대도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통영의 섬들을 2년 정도 조사했다. 그때 섬의 아름다움, 가능성,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애환 등 우리 섬에 대해 온몸으로 느꼈다. 섬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왜 통영에서 계속하지 못했나.

-저는 진의장 시장과 함께 일했다. 진 시장은 창의적이고 로망이 있는 사람이라 저하고 얘기가 잘 통했다. 그래서 지금은 연간 수백만이 찾는 동피랑을 만들었다. 또 당시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2014년 지방선거에서 시장이 바뀌었다. 관료 출신인 김동진 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김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제가 전임 시장 사람이라며 저를 못마땅해 했다.

▲그렇다고 그만두나.

-제가 그만둔 게 아니고 김동진 시장이 그해 말 일방적으로 해고를 해 버린 것이다.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나.

-해고무효소송을 해서 제가 승소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이 시장의 강력한 지원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또 함께 했던 동료공무원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부당해고라는 것만 확인하고는 그냥 그만 둔 것이다. 통영시가 그때 저를 내보내지 않고 섬 관련 일을 계속했더라면 지금쯤은 상당히 많은 것들이 축적돼 있을 텐에 사실 안타깝다.

▲그리고는 전남도에 간 것인가.

-바로 간 것이 아니고 이참에 여행이나 하자며 베트남에서 놀고 있었다. 제가 여행이 취미이다. 그런데 전남도에서 연락이 왔더라. 그래서 면접을 보러갔다.

▲당시가 이낙연 지사 시절인가.

-그렇다. 그래서 오히려 제가 이낙연 지사님께 질문을 많이 했다. 그랬더니 이 지사가 “제가 지금 면접을 당하고 있는 거지요”라며 웃으시더라. 제 입장에서는 또 짤리는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과연 이낙연 지사가 섬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 등을 물어본 것이다. 그것을 이 지사가 농반 진반으로 “제가 면접당하고 있는 거지요.”하면서 웃은 거다.

▲이 지사는 뭐라고 하던가.

-“섬은 표도 안 되고 돈도 안 되고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제가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그러시더라. 그래서 아! 이분과는 일을 해도 되겠다 싶어서 뒤도 안돌아보고 시작했다.

▲전남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특히 신안군에서 섬 관련 프로젝트가 많았다. 신안군수가 섬에 의욕이 많았다. 일섬 일 뮤지엄 프로젝트를 추진해 벌써 10개나 들어섰다. 또 각 섬마다 하나의 꽃을 심어서 라익락 섬, 수국섬, 보라색 꽃 섬 등을 만들었다. 이것도 관광객들에게 호응이 좋다.

▲섬에 대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인 셈인데 앞으로도 섬과 관련한 일을 계속할 생각인가.

-아니다. 제가 2년이면 공무원 정년퇴직 나이이다. 그때까지는 아마도 경남도 일을 계속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나서는 섬 관련 일에서도 은퇴하고 싶다. 더 젊은 사람들이 와서 섬과 관련한 일을 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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