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칼럼] 기다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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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칼럼] 기다림의 미학
  • 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 승인 2020.06.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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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김기덕 진주교회(평안동) 담임목사]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장기려 박사는 6. 25 한국전쟁 당시 피난통에 가족들과 생이별을 경험했던 분이다. 1.4후퇴 당시 자신이 돌보던 환자들을 정신없이 트럭에 태우고 내려 오다보니 그만 아내와 4남매를 북에 두고 온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그는 남한에서 40년 이상을 혼자 살면서 아내를 그리워하곤 했다고 합니다. 재혼하라는 권유를 들을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내 아내에 대한 사랑이 크기 때문에 재혼하지 않습니다. 아내를 다시 만날 터인데 왜 재혼을 합니까? 아내도 오늘까지 참 사랑을 간직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만약 살아서 아내를 보지 못해도 우리의 사랑은 저 천국에서 영원할 것입니다. 그래서 재혼하지 않습니다.”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의 마음이 너무나도 애절하지 않은가? 장기려 박사의 아내를 기다리는 그 순백한 사랑은 참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 사랑은 기다림이라는 명제가 탄생한다. 어찌 보면 그 사랑 속에 진정한 믿음이 있기에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렇다. 진정한 사랑은 반드시 ‘기다림’으로 나타난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 기다림은 상대를 향한 사랑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나의 시간보다 상대방의 시간과 마음을 맞출 때 비로소 기다림의 미학이 생기게 된다. 기다림이란 상대방의 시간에 나를 맞추는 것이다. 상대방의 시간이 기준이 되어 거기에 나를 맞추어야만 ‘기다림’은 가능하다. 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 시간만큼은 내가 중심이 아니라, 그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의 모습이기도 하고 믿음의 모습이기도 하고 배려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내가 중심이 되어 기다리면 짜증이 나고 분노가 쌓이고 폭발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기다림의 미학도 없다. 인내가 없는 삶이 되어버린다. 인내가 없다는 것은 소망이 없는 것이다. 설사 쉽게 찾아오지 못하는 기회가 오더라도 그 기회를 놓치고 만다. 기다림의 본질은 철저히 내 시간이 아닌 상대방의 시간에 맞추는 것이다. 내가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중심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 기다림은 믿음과 연관이 된다. 믿음을 가진 자는 끝까지 기다리는 자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끝까지 기다리는 그 사랑이 크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신앙의 본질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왜 성경에는 심판이 있다고 수천 년 동안 얘기를 함에도 아직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느냐고 물어온다. 하나님은 죄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는 하나님이시다. 신약성경 베드로후서 3장 9절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주의 약속은 어떤 이들이 더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이 더딘 것이 아니라 오직 주께서는 너희를 대하여 오래 참으사 아무도 멸망하지 아니하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

그가 정말 나를 사랑하는지를 확인하고 싶다면 기다리게 해보라. 여기서 모든 것이 결판난다. 왜냐하면 기다림의 본질은 사랑의 본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역사 속에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끝없는 사랑을 입었기에 어떤 환난이나 고통을 당해도 하나님의 은혜를 기다리게 된다. 실제로 순교의 현장에서조차도 신앙을 부인하지 않고 하나님 나라를 바라본다. 그래서 바른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에는 항상 인내가 보석같이 숨어 있다. 어려운 환난과 풍파가 몰아쳐도 당장 문제를 해결해주시길 바라는 정도의 믿음이 아니라, 궁극적인 하나님의 은혜를 구한다. 어느 누구가 힘든 고통과 환난의 연속이 없겠는가? 십자가의 사랑으로 우리를 죄에서 건지신 그 하나님의 은혜를 기다리는 자에게 하늘의 은총을 경험하게 된다. 기다림의 미학 속에 깊은 삶의 철학과 영적 진리를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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