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진주시민모임 조창래 공동대표

조규일 진주시장의 ‘비거’ 역사인식에 문제가 많다
임진왜란 때 진주성 비거 관련 역사 문헌은 없다
신경준 ‘거제 책’에 비거 처음 등장하나 고려말 내용
이규경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비거 나오나 잘못인용
‘비거 테마공원’ 역사왜곡으로 심각한 문제 만들 것
역사적 사실로 테마 공원 만드는 게 훨씬 효과적

[한국농어촌방송/경남=황인태 대기자] “진주시가 지난 3월 발행한 시정뉴스, 촉석루에 기사화 된 ‘비거’관련 보도는 가짜뉴스입니다.‘ 조창래(67) 역사진주모임 공동대표는 진주시가 ’비거‘와 관련된 보도는 이와 관련된 역사문헌이 없기 때문에 가짜뉴스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비거’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월 진주시가 비거테마공원 계획을 발표한 이후 박사급 전문 인력 10명을 투입하여 한국과 일본에서 ‘비거’관련 문헌이 있는지 샅샅히 뒤졌다고 밝혔다. 그 결과 조 대표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에서 ‘비거’를 활용했다는 진주시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비거’가 역사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거제 책’ ‘오주연문장전산고’ 등 2곳이나 그 내용들도 역사적 사실로 보기 어렵고 또 진주성이나 임진왜란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들 문헌 사이에도 서로 사실관계를 다르게 기술하고 있어 ‘비거’라는 게 역사적 사실보다는 전언, 또는 일종의 상상 차원을 넘지 못한다는 고 말했다.

조 대표는 자신뿐 아니라 진주시장이나 공무원들도 문헌을 제대로 읽어보면 역사적 사실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고집을 피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조 대표는 사정이 이런데도 진주시가 ‘비거테마’공원을 조성할 경우 심각한 역사왜곡 시비가 이는 등 문제가 적지 않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조 대표는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테마공원을 만들기 보다는 진주가 가지고 있는 훌륭한 역사유산으로 테마공원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조창래 역사진주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에서 활용했다는 ‘비거’관련 주장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조창래 역사진주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에서 활용했다는 ‘비거’관련 주장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음은 조창래 역사진주시민모임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25일 비거 관광자원화 계획 철회요구 기자회견을 했다. 이유가 뭔가.

-진주시가 추진하는 ‘비거’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주시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도 테마공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 아닌가.

-그렇지 않다. 진주시는 원래부터 역사적 사실이 아니지만 ‘비거’를 테마로 공원을 만들겠다고 한 게 아니다. 원래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여러 곳에서 ‘비거’는 역사가 아니라고 하니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도 테마공원을 해도 된다고 말을 바꿨다.

▲진주시가 똑 부러지게 ‘비거’를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나.

-그렇다. 진주시가 발행하는 촉석루라는 시정뉴스 2020년 3월호에 “조선의 비행기, ‘비거’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날다”라고 역사적 사실처럼 보도했다. 완전히 가짜뉴스이다.

▲왜 가짜뉴스인가.

-시정뉴스의 제목, 내용 모두 사실이 아니다. 그러니까 가짜뉴스일 수밖에.

▲조 대표는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을 어떻게 알았나.

-우리는 비거가 역사적 사실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10여명의 박사급 전문인력으로 팀을 구성해 한국과 일본의 문헌을 다 뒤졌다. 그 결과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라.

-‘비거’가 역사적 문헌에 나오는 곳은 2곳이다. 한 군데는 1754년 신경준이 쓴 ‘거제책(車製策’)이라는 문헌에서 나온다. 이 책에서 신경준은 “홍무연간에 왜구들이 창궐할 때 영남의 읍성이 여러 겹으로 포위됐는데 은자가 있어 포위된 성의 성주를 찾아가서 수레사용법을 가르쳐 성위에 올라 그것을 풀어놓으니 단번에 30 리를 날아갔다. 이 또한 ‘비거’일 것이다.”라는 문장이다.

▲얘기한 ‘거제책’에 비거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나.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이 책에 설사 비거가 나온다 해도 임진왜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왜 그런가.

-‘홍무년간’은 명나라 황제의 연호로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 말 쯤에 해당된다. 그러니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과는 약 200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한다.

▲그럼 이 기록을 보고 임진왜란 때 비거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아니다. 진주시가 인용한 것은 다른 문헌이다.

▲어떤 문헌인가.

-신경준보다 100년 후의 실학자인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라는 책에 비거이야기가 또 나온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가.

-이규경은 ‘비거변증설’이라는 장에서 비거라는 게 있었다는 데 맞는지 틀리는지 검증해보자, 이런 뜻이다. 거기에 “신경준이 거제책에서 말하기를 임진년에 영남의 고립된 성에 성주와 친한 친구가 있어 비거를 만들어서 타고 들어가 30 리를 날아가 그 친구를 구출해서 나왔다.”라고 기술돼 있다.

▲그럼 임진년에 성주를 구출했다고 돼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이규경은 신경준의 ‘거제 책’을 인용하면서 홍무연간을 임진년으로 연대를 왜곡한 것이다. 신경준은 홍무년 간이라고 했는데 이규경은 그 책을 인용하면서 임진년으로 바꾼 거다. 실수로 그랬는지 의도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나 아무튼 인용이 잘못된 거다. 그뿐 아니다. 이규경의 이야기는 많은 면에서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어떤 점이 그런가.

-임진년에 영남읍성에서 성주를 구출했다고 하는데 진주성에서는 구출된 성주가 없다. 모두 전투 중에 죽거나 성내에서 죽었다. 그래서 의미가 없는 이야기이다.

▲그럼, 문헌에 나온다는 것은 이게 전부인가.

-아니다. 비거를 주장하는 측은 ‘왜사기’라는 책에 나온다고 한다.

▲‘왜사기’는 무슨 책인가.

-일본인의 역사, 이런 의미인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가.

-비거의 존재를 주장하는 측은 “왜사기에 보면 진주성 전투에서 이 비거 때문에 왜군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왜사기’라는 책이 있던가.

-이런 책은 없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가.

-제가 우리나라 도서관이라는 도서관은 다 뒤져서 확인해 봐도 이런 책은 없다. 그리고 일본역사를 연구하는 제 후배에게 일본에서 한번 검색해 보라고 부탁했더니 그런 책은 없다고 답이 왔다. 그런데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책은 있을 수가 없다.

▲왜 그런가.

-일본인들이 역사를 쓰면서 ‘왜’라는 말을 쓸 리가 없지 않나. ‘왜’는 중국이나 조선이 일본을 낮추어 부를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당사자인 일본인이 역사를 기술하면서 자신들을 ‘왜’라는 말로 낮추어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이건 존재하지 않는 책이다.

▲그런데 왜 이런 문구가 나돌고 있나.

-인터넷에 돌고 있다고 한다. 출처도 불명하고 누가 썼는지도 알 수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진주시에서 이를 인용해 주장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지금도 진주시에서 ‘비거’를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나.

-지금은 한발 물러섰다. 조규일 시장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인정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 적도 없다.”고 덧붙인가. 진주시는 여전히 역사적 사실임을 은연중 드러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럼 진주시가 ‘비거’로 테마공원을 만드는 게 무슨 문제가 있나.

-물론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도 테마공원을 만들 수 있다. 춘향전, 홍길동전, 흥부전, 토생전 등 역사적 사실이 아니지만 이런 책을 주제로 테마공원을 만든 지자체가 많이 있다.

▲진주시도 그런 입장 아닌가.

-그러나 ‘비거’와 이들은 큰 차이가 있다.

▲무슨 차이가 있나.

-이런 소설책에 나오는 주제는 그것이 허구라는 것을 다 알지만 문학의 고장을 찾아간다는 생각으로 온다. 그런데 진주의 비거는 그런 문학작품도 아니다. 그리고 진주시는 이미 역사적 사실이라는 심증을 가지고 만드는 데 자칫 잘못하면 역사왜곡 문제와 연결된다. 그래서 이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럼 진주시가 어떻게 하면 되겠나.

-진주에는 ‘비거’말고도 자랑할 만한 역사적 유산이 많다. 논개도 있고 김시민 장군도 있다. 계사년 전투만 하더라도 7만 명이 죽은 것 아닌가. 당시 7만 명이면 요즘 인구로 70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당시 서부경남에 있던 사람들은 다 죽은 것이다. 세계 전쟁사에 이런 비극적인 전투는 다시없다. 이런 비극적인 전투도 있었는데 창의력을 발휘하면 소설도 만들 수 있고 연극, 영화, 오페라등도 만들 수 있다. 테마공원을 조성하는 규모의 예산이라면 있는 역사적 사실만으로도 얼마든지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그리하라는 것이다.

▲진주시가 말을 들을 것 같나.

-별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사를 막을 수도 없고. 그렇지만 진주시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돈만 낭비하고 말 것이라는 게 우리 예측이다. 우리도 진주시의 시도는 역사왜곡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릴 것이다.

▲역사진주시민모임은 어떤 단체인가.

-2016년에 진주대첩광장을 조성한다고 해서 이와 관련된 대응을 하기 위해 뜻있는 몇 명이 모여서 만든 단체이다.

▲당시 어떤 문제제기를 했나.

-진주대첩광장을 조성하는 것은 좋은데 문화재발굴부터 하고나서 조성하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원래 그렇게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계획은 있었겠지만 우리가 보기에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나.

-지하에 주차장을 만든다는 계획서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문화재를 제대로 발굴한다면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떤가.

-우리가 문제제기를 한 후 본격적인 문화재발굴을 했고 성과도 있었다.

▲어떤 성과인가.

-진주석성, 고려시대 토성의 흔적, 통일신라시대 배수로 등이 발굴됐다. 역사적으로 귀중한 사실들이다. 특히 통일신라시대 배수로 흔적은 중요하다.

▲왜 그런가.

-그 정도의 배수로를 만들 정도면 그 위 건물도 규모가 상당했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주성은 통일신라시대 때에도 상당한 규모의 성이 있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그럼 진주대첩광장은 어떻게 조성되나.

-문화재 발굴로 아마도 주차장을 지하에 두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그때 다시 우리의 입장을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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