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의회 설전 후 시민단체도 비거 관광자원화 철회 촉구
진주시 “비거 매력적인 관광자원” 반박…끝없는 비거 논란
역사진주시민모임 “날조된 역사 후손들을 기만하는 행위”
비거 역사고증 놓고 서로 입장만 확인해 논란 계속될 전망

사진설명 : 비거 모형도.
사진설명 : 비거 모형도.

[한국농어촌방송/경남=강정태 기자] 진주시의 비거 관광자원화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진주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조규일 진주시장과 민주당 박철홍 시의원이 비거의 역사고증을 두고 설전(본지 6월 19일 보도)을 벌인데 이어 이번에는 시민단체가 나서 비거의 관광자원화 철회를 촉구했다. 진주시는 곧바로 반박에 나서며 비거테마공원에 대한 강한 사업 의지를 나타냈지만,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있어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역사진주시민모임은 25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진년 비거 타고 탈출한 성주 이야기의 관광자원화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임진년 진주성 전투에서 비거가 날았다는 것은 객관적 자료가 없어 비거라는 실체의 존재가 의심스럽다”며 “임진왜란 관련 수많은 문헌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신빙성 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역사적 사실은 엄격한 자료와 추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16세기 말 조선의 과학은 비행체를 만들어 사람들을 실어 나를만한 수준에 있지 않다”며 “‘성주’ 탈출 이야기는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왜군에 항전하다 목숨을 잃은 진주성 전투의 지도자들과 백성들을 욕보이는 일로 날조된 그 기록을 감싸는 것은 우리 후손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이런 비거 이야기를 ‘관광자원화’하겠다고 하니 통탄할 일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거짓 역사를 만드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날 진주시에 △임진년, 비거 타고 탈출한 성주 이야기의 관광자원화 계획을 철회할 것 △역사 도시답게 진주의 역사적 사실을 올바로 밝힐 것 △진주 역사를 제대로 지키고 알리는 일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에 진주시는 이날 곧바로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항공우주 산업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비거 이야기는 향후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자원”이라고 밝혔다.

진주시는 비거가 객관적 자료 및 실체적 존재가 없다는 주장은 현재로서는 증빙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조선 사람이 만들 수 있었으되, 다만 세상에 전하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실과 관광자원의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이며 이는 남원의 춘향전, 흥부전, 장성의 홍길동전, 산청 동의보감촌, 하동 최첨판댁 등 타 지역의 관광자원화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며 비거 관광자원화의 당위성을 밝혔다.

이어 “신경준의 ‘거제책’ 이후 모든 문헌이 날조됐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날조 근거도 없으며, 당시 유명한 분들이 심사 숙고해 쓴 문헌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며 “이규경 선생이 신경준 선생의 글을 날조했다는 것은 억측 주장일 뿐이며 신경준 선생의 거제책보다 이규경 선생의 ‘오주연문장전산고’가 훨씬 자세하고 고증학적인 사료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또 “비거에 관한 설화가 없다고 하는데 1972년 사학자인 이상옥 박사가 전승되어 온 설화(정평구의 비거)를 기록한 책이 있다”며 “16세기 말 조선의 과학은 비행체를 만들어 사람들이 실어나를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16세기 조선의 과학은 15세기 조선의 과학(비격진천뢰, 신기전, 화약 등)에 힘입어 충분히 비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주시는 올해 도시공원일몰제 실효 대상에 포함되는 망경공원을 매입해 비거테마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향후 5년간 총사업비 1270억 원이 투입될 전망이며 복합전망타워, 비거 전시관, 비거 글라이더(짚라인), 모노레일, 유스호스텔 등을 만들어 비거를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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