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5년 11월 25일에 사간 이의무·헌납 김일손·정언 한훈과 이주가 아뢰었다.

"신들이 어제 재 지내는 일에 대하여 아뢰었는데, 하교하시기를, ‘내가 불도를 숭봉하는 것이 아니다.’고 하시니, 신들이 하교를 듣고 기쁘기는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윤허는 하지 않으시니 이는 선왕을 섬기기를 예로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안으로는 마음을 속이고, 위로는 선왕을 속이고, 아래로는 신민을 속이시니, 이 세 가지의 속임이 있고서는 성덕에 누(累)가 됨이 어찌 크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하지만 연산군은 들어 주지 않았다.

11월26일과 27일에도 사간원이 수륙재 지내는 것을 파할 것을 아뢰었지만 연산군은 들어 주지 않았다.

11월28일에 헌납 김일손·정언 이주가 수륙재·묘제에 대한 차자(箚子 간단한 보고서)를 올렸다.

"어제 동짓날에 신들이 상복을 입고 영사전(永思殿)에서 배제(陪祭)하니, 감창(感愴)함이 다른 때보다 백 배나 더했습니다. 측은한 마음으로 선묘(宣廟: 성종)의 평일 하교를 되새기며, 평소에 좋아하시던 바와 숭상하던 바를 생각하니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감동되어 울음이 나왔습니다. (중략) 재 지내는 일이 과연 전하의 뜻이라면 신들의 관직을 파면시키고 수륙재를 지내소서.”

연산군이 듣지 않자, 김일손과 이주가 다시 아뢰었다.

"전하께서 이것으로 선왕을 섬기려 하신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시비가 있을 것입니다. 전하의 하시는 일이 옳으면, 신들의 말이 그른 것입니다. 근일에 대간이 청하여 윤허를 얻지 못하면 모두 사직하므로 신들의 사직을 전하께서는 예사로 여기실 것입니다. 신들은 사직할 뿐만 아니라, 신들의 죄를 다스리고 관직을 파면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이러자 연산군이 전교했다.

"근일 강직한 사람이 관직에 있으므로 사설(邪說)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대들을 파면하면 어찌 강직한 말을 듣겠는가."

전교를 받고 김일손과 이주는 다시 아뢰었다.

"만일 신들의 말이 옳다면 빨리 들으시고, 만일 그르다면 신들의 관직을 파면하셔야 할 일입니다. 신들은 지금 파직당한다면 끝내 진술할 수 없기에 우선 국가의 대사만을 들어 아룁니다.

전날 예조에서 천묘의(遷廟儀)를 작성하였는데, 공정왕(恭靖王 정종) 의 신주는 능침(陵寢)에 묻고, 문종의 신주는 종묘 좌익실(左翼室)로 옮긴다고 하였습니다. 만일 그 의논대로 능침에 묻는다면, 1대에 그치는 신주는 모두 차례로 다 묻을 것입니까? 영녕전(永寧殿)을 세운 것은 곧 삼대의 조묘(祧廟) 제도를 모방한 것입니다. 부득이하다면, 공정왕(정종)의 신주는 영녕전에 모심이 가하겠습니다. 능침에 묻으려는 것은 불가합니다. "

이러자 연산군이 전교했다.

"재 지내는 일에 관해서는 윤허하지 않는다. 묘제(廟制)에 관해서는 의논들이 같지 않으므로 예조에서 여러 의논을 참작하여 귀일(歸一)하게 하라."

다음날인 11월29일에 헌납 김일손·정언 이주가 수륙재·묘제를 서계(書啓)하고 사직하였다. 먼저 김일손이 서계하였다.

"신은 재 지내는 일이 크게 어긋난다고 여기는데 전하께서는 작은 일로 여기시며, 신은 그 그름을 극언하였는데 전하께서는 고집하면서 윤허하지 않으십니다. 신을 파면한 후에 이 일을 행하소서."

이어서 이주가 서계하였다.

"전하께서는 신의 바른 의논을 듣지 않고 내전의 뜻을 좇아서 선왕을 비례(非禮)로 섬기십니다. 성종은 내 임금이신데, 신이 얼마 안 가서 죽을 것이니 장차 무슨 낯으로 지하에서 성종을 뵙겠습니까? 신을 파직하시고 신의 죄를 다스려주서서. 신이 지하에서 성종을 뵙고 할 말이 있게 해 주신다면 전하의 은혜이겠습니다."

이어서 이주가 아뢰었다.

"전하께서 신들의 말을 듣지 않으신다면 신들은 관직에 있을 수 없습니다. 묘재(廟制)에 관한 일은 예조가 전에 이미 의계(議啓)하기를, ‘공정왕의 신주는 능침에 묻고, 문종의 신주는 좌익실에 옮기소서.’ 하였습니다. (중략) 묘실(廟室)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이런 의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일은 대신들로 하여금 상의하여 정하게 하소서.”

이윽고 연산군이 전교하였다.

“재 지내는 일에 관해서는 윤허하지 않는다. 묘제에 대한 일은 반드시 예조의 의논을 좇을 것이 아니요, 예조로 하여금 여러 사람의 의논들을 참작하여 아뢰게 하여 다시 대신과 의논하여 정하고자 한다.”

이후 김일손과 이주는 사직하고 떠났다.

이러자 사간 이의무가 아뢰었다.

"재 지내는 일은 사간원에서 당초에 아뢰어서 윤허 받기를 기약하였고, 사직할 것은 없었는데, 이제 듣자옵건대 김일손 등이 사직하였다 하오니, 당초의 의논과는 다릅니다. 피혐(避嫌)하기를 청합니다."

연산군은 "혐의가 있으면 피하라."고 전교하였다.

순천 임청대 (사진-김세곤)
순천 임청대 (사진-김세곤)
순천 임청대 표석 (사진-김세곤)
순천 임청대 표석 (사진-김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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