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칼럼東松餘談] 스포츠국가주의라는 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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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칼럼東松餘談] 스포츠국가주의라는 구태
  •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 승인 2020.07.0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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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한국농어촌방송/경남=하동근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 전 imbc 사장] 여자 철인 3종 경기 유망선수의 자살로 체육계가 또 한 차례 진통을 겪고 있다. 감독과 주장선수 거기에다 무자격자로 드러난 팀 닥터 등이 가세한 폭언과 폭력, 가혹행위, 성희롱까지 곁들인 일종의 집단 가학행위가 유망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한 젊은이를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을 정도로 극한상태로 몰아간 정황이 확인되면서 최근 다른 차원에서 일어난 택시운전사 구급차운행 방해 행위까지 겹치면서 이른바 일련의 인성실종 사태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가혹행위 현장의 녹취록이 공개되고, 관련 피해자의 추가증언까지 나왔으나 관련자들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태도에 더욱 화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의 시사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체육인들의 오래된 관행 즉 훈련과정에서 성적을 내기위한 경기력 강화 수단으로서 구타 등 폭력이 여전히 인정되고 또 현실로서 용납되고 또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 같은 불합리와 불공정, 비리를 보고도 못 본 체하고 이를 방조하는 체육계의 분위기를 들 수 있다. 문제가 일어났을 때, 소문이 외부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폐쇄주의 또는 비밀주의가 금과옥조처럼 작동하는데다, 사건이 터지면 겉으로는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지만 나중에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끝나는 유명무실한 사후처리, 거기에다 선수의 미래를 볼모로 잡아 선수 본인은 물론 부모조차 어쩔 수 없게 만드는 지도층의 조직화된 강압적인 태도 등등이 이 같은 분위기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 체육계의 폭력과 비리, 불합리한 관행 등 고질적인 문제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사건은 그만두고라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만 해도 모 체육대학 핸드볼 팀에서 일어났던 구타사건을 비롯해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촌 이탈사건, 컬링 국가대표단 집단반발 사건, 프로 여자농구와 빙상선수에 대한 성추행 등 한 두개가 아니다. 문제는 사건이 일어날 때 마다 소리만 요란했지 실질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 작동이나 관련자들의 인식 변화에 따른 행동 변화 등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용두사미식 사후약방문으로 처방만 있었을 뿐, 업계 스스로 나서서 자기를 치유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 고인이 된 최 숙현 선수 역시 생전에 경찰과 검찰, 경주시청과 경주시 체육회, 대한 체육회, 그리고 철인 3종 협회에 자신에게 가해진 가혹행위를 수차례 고발하고 선처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해결책이 보이지 않자, 결국 스스로 죽음이라는 수단을 택할 수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체육계가 구태와 관행에 젖어 그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금메달을 최고의 가치이자 지상과제로 여기는 과거 국가주의 체육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수는 오로지 국가대표 선발에 목을 매달고, 감독과 코치는 승리를 위해서 선수들이 어떤 극한 상황의 훈련과 요구에도 참고 따라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시스템을 아직도 답습하고 있다. 이겨야 한다는 절대 명제 앞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평가가 없다. 오직 올림픽, 월드컵, 아세안 게임에서 금메달, 은메달 몇 개에 매달렸고 국민 또한 거기에만 열광하고 환호했고, 하고 있다. 한국이 앞으로 세계 스포츠 선진국으로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과거 한 때 개발독재국가의 통치수단으로써 도입했던 스포츠 국가주의의 노선을 과감히 벗어던질 때가 되었다. 스포츠 국가주의야 말로 시급히 버려야 할 또 하나의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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