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년을 힘겹게 보내는
내게 차 한잔은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티며 지켜내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정숙자 문학박사.
정숙자 문학박사.

[한국농어촌방송/경남=정숙자 문학박사] 차를 만나게 되면 단지 차라는 명칭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진리가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나는 찻집에서 커피를 살짝 피해서 남들과 조금은 달라 보이는 홍차를 시켜서 마음껏 격식을 데려와 마셔본다. 눈에 보이는 것에는 커피나 홍차나 별반 차이가 없다. 향긋한 커피든 색이 은은한 차든 목구멍을 통해서 내 몸 깊은 곳에 이르기는 한 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차를 알게 되면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드러나지 않는 차의 진실을 더 사모했다. 자연의 넓은 품과 계절을 통해서 새싹을 키우고 바람 없는 무더운 여름을 지나서, 가을에 꽃과 함께 열매를 맺는다. 차나무의 꽃과 열매는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속절없이 불어대는 찬바람과 꽁꽁 얼어버린 겨울의 땅 속에서 자연이 주는 약속을 굳게 믿으며 잘 견뎌내고 나면, 봄에는 여리고 여린 녹색의 잎을 세상으로 보낸다. 세상으로 나온 찻잎은 봄의 온화한 기운과 만물의 생동을 몸으로 느끼며 한 걸음씩 사람 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그리고 인간을 만나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사양이나 부탁 하나 없이 오롯이 전부를 준다.

사람들에 의해 차나무에서 강제 분리된 찻잎은 만드는 이의 정성과 과정의 차이로 인해 다양한 이름을 얻게 된다.

차는 백차, 녹차, 청차, 황차, 홍차, 흑차 등의 이름으로 나에게로 온다. 나는 자연과 사람의 만남으로 완성된 차를 좋은 사람과 혹은 사랑하는 인연들과 마시며 무한한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 더불어 나는 차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차를 마시며 차와 사람들로 인해 세상을 살아가는 참된 진리를 배워가는 중이다.

때로는 당나라 육우의 시대로 시간을 거슬러 가기도 하고 초의를 모셔다가 차를 마시기도 한다. 오늘은 다산과 함께 차를 마시며 그의 애민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차에 취해 보려고 한다.

요즘 중년을 힘겹게 보내며 지쳐있는 내게 자신이 처음으로 만든 차를 보내준 친구의 정성을 생각하며 소중하게 한 잔 그리고 또 한잔을 마시며,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티며 지켜내는 것임을 깨닫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촌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